[시민강좌 시즌 11] 급변하는 국제질서와 한국외교안보

2026.10.15

2026년 10월 14일 (수), 성북구 평생학습관이 주최하고 고려대 평화와 민주주의 연구소 및 정치외교학과가 주관하는 2026 시민강좌 <세계질서와 민주주의 풍경>의 첫 번째 강의가 고려대학교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강의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이신화 교수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급변하는 국제질서와 한국외교안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번 강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위기와 미·중 패권경쟁의 심화 속에서 변화하는 국제정세를 살펴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의 외교·안보 전략을 다루었습니다. 강의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규칙 기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약화되고, 국제질서의 분절화와 국가 간 경쟁, 전략적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하였습니다. 특히 미·중 간 군사·무역·첨단기술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질서의 군사화, 중국·러시아·이란·북한으로 이어지는 권위주의 연대의 강화, 미국 외교정책의 불확실성 등이 오늘날 국제질서의 구조적 변화를 이끄는 주요 요인으로 제시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국제질서는 단순히 붕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기능과 역량이 분산되는 ‘질서의 분해(unbundling)’ 과정을 겪고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안보는 동맹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첨단기술은 소다자 협력을 중심으로, 경제는 공급망과 경제안보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규칙과 정당성은 국제기구를 통해 유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이 군사력과 경제적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면서, 경제와 안보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는 점도 주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특히 핵심 원자재와 에너지, 식량, 공급망 및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국가의 생존과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경제안보는 더 이상 단순한 경제정책의 영역이 아닌 국가안보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강의에서는 이러한 국제환경 변화가 한국에 구조적인 딜레마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도 살펴보았습니다. 한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북·중·러 간 연계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한편, 높은 수출 의존도와 중국 시장과의 경제적 연계 역시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에 따라 특정 강대국에 대한 의존을 심화하거나 양자택일을 하는 방식만으로는 변화하는 국제질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 제기되었습니다. 대신 공급망 회복력 강화, 핵심 전략기술의 경쟁력 확보, 시장 다변화, 위험분산(de-risking) 등을 통해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 역량을 높이는 한편, 한미동맹의 현대화와 한일 협력, 소다자 및 다자협력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다층적 외교전략의 필요성이 강조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의에서는 한국이 강대국 간 경쟁 속에서 단순히 균형을 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전략적 연결국가(strategic connector)’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이는 동맹을 중심축으로 유지하면서도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고, 공급망과 첨단기술, 다자협력을 연결하며, 국제규범의 형성과 글로벌 공공재 제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역할을 의미합니다.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는 특정 국가에 대한 선택에만 의존하기보다 외교적 선택지를 다변화하고, 국제사회의 규칙과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