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I 워킹페이퍼 No. 3] 디지털 군사기술과 PKO: 딜레마와 가능성

2021.02.16 2021.01.27

하경석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선임연구원)

 

* 이 페이퍼는 지암워크숍 #3에서 발표되었습니다.

요약

디지털화(digitalization)를 통한 기술혁신은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작전 수행의 효율성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수립하기 위한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동시에 보안 환경을 불안정하게 할 수 있고 평화활동 자체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상당한 위험 요인을 동반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디지털 기술혁신이 국제사회의 평화활동, 특히 유엔 PKO에 갖는 가능성과 쟁점에 대해 살펴보고, 디지털 기술을 PKO 작전에 실제 활용한 DR콩고 MONUSCO의 무인항공기(UAV) 활용사례를 분석한다.

DR콩고 분쟁에서 UAV 활용 사례는 디지털 감시기능을 갖춘 장비의 도입이 성공적인 작전 수행에 중요한 기여를 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군사기술의 도입은 위험한 분쟁에서 병력의 안전 유지와 민간인 보호 위임명령의 이행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다만, 유엔은 다양한 행위자들이 갖고있는 각자의 이해관계와 인권관련 이슈를 충분히 고려해야 하며, 공정성 시비나 정보의 오용에 말려들지 않도록 디지털 데이터의 사용, 공세적 활용, 그리고 인도적 목적으로의 전용에 대해 이해 당사자들과 협의해야 할 것이다. UAV와 같은 디지털 기술은 평화유지를 위해 많은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지만, 적실성을 갖추어 신중하게 활용되어야 한다.

 

서론: 기술혁신과 평화유지

제4차 산업혁명을 위시하여 기술혁신이 진행됨에 따라 유엔은 평화유지활동(Peacekeeping Operation, PKO)의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가능성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유엔 PKO는 인간안보가 가장 취약한 지역에서 다차원 (군사)활동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고 구축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따라서 기술적 기반을 강화하고 그에 따라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즉각적인 노력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직면한 과제이다. 기술(technology) 도입과 혁신(innovation)의 기회를 놓친다는 것은 평화에 대한 기회를 놓친다는 것을 의미한다(Dorn, 2016:1). 실제 과거 유엔이 혁신을 소홀히 했을때 평화활동이 정체되었던 현상이 자주 발생하였다.

첨단 무기와 장비가 동원되는 군사작전 뿐 아니라 긴급구호와 재건 등 평화활동 전반에 있어 적절한 기술혁신의 도입은 분쟁 현장의 생명을 보존하고, 유지하며, 평화활동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ICM, 2017). 기술혁신의 시대에 평화활동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유엔이나 참여국가가 스스로의 기술력을 향상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분쟁이나 재난으로 피폐해진 지역에서 맞서게 되는 세력과 민간인의 기술력 증대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스마트폰, GPS,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보틱스 등은 점점 더 이용이 가능해지며 지구촌 어디에서든 분쟁의 성격을 바꾸고 있다. 만약 평화활동 참여국과 인력이 미리 준비되지 않고 기술에 대해 무지한 채로 있다면, 유엔의 작전은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반군세력 평화프로세스 훼방꾼(spoiler)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유엔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추어 평화유지활동을 위한 기술과 혁신의 도입을 위한 전략을 채택해오고 있다(Expert Panel on Technology and Innovation in UN Peacekeeping, 2014).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술혁신 도입 전략을 실행하겠다는 의지와 수단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유엔 차원의 기술공여국(Technology Contributing Country, TechCC) 개념의 등장은 군공여국(TCC)과 경찰공여국(PCC)이라는 전통적인 개념을 보완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기실, 그간 유엔 PKO 인력의 대부분은 개발도상국들의 낮은 군사력 수준으로 획일화된 병력으로 충원되어 왔는데, 이로 인해 효율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한계에 직면해 왔다. 기술공여국 개념은 이러한 관례가 갖는 한계를 벗어나 유엔 차원에서도 효과적인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의의가 있다. 한국과 같은 기술 선진국이 정치적 리스크가 큰 병력지원국(T/PCC) 대신 사이버 전력과 혁신적 장비의 지원을 통한 기술공여국(TechCC)으로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모멘텀이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군사기술의 평화적 활용에도 가능성과 위협요인이 상존한다. 디지털화(digitalization)를 통한 기술혁신은 (그간의 기술혁신과 마찬가지로) 작전 수행의 효율성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수립하기 위한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동시에 보안 환경을 불안정하게 할 수 있고 평화활동 자체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상당한 위험 요인을 동반한다. 개인정보 보호문제, 해킹 및 남용을 통한 군사기술의 악용 가능성부터 무인항공기를 통한 공격시 윤리적 이슈, 그리고 디지털 기술의 도입으로 인한 군사 효율성의 증진이 가져올 PKO 인력 축소에 대한 병력공여국(특히 개발도상국)의 우려까지 다양한 기술적, 윤리적, 정치적 문제가 산재하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디지털 기술혁신이 국제사회의 평화활동, 특히 유엔의 평화유지활동(PKO)에 갖는 가능성과 쟁점에 대해 살펴보고, 디지털 기술을 PKO 작전에 실제 활용한 DR콩고 MONUSCO의 무인항공기(Unmanned Aerial Vehicle, UAV/드론) 활용사례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디지털 군사기술 혁신이 유엔의 PKO에 갖는 도전과제와 의미는 무엇인지 살펴보고, 디지털 기술혁신을 통한 PKO가 인간안보 증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논증하고자 한다.

 

디지털 기술의 적용: 정보(Intelligence) 중심의 평화유지

유엔의 PKO 기술혁신 논의

디지털 기술혁신과 유엔 PKO와 관련된 주요 논점에 대한 질문은 다음의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유엔은 그간 디지털 기술의 현장 접목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왔는가? 둘째, 유엔 PKO에 있어 디지털 기술 도입의 성과와 한계는 무엇인가? 셋째, 디지털 기술은 유엔 PKO와 분쟁 환경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디지털 군사기술의 분쟁현장 도입에 있어 해결해야 할 쟁점은 무엇인가? 본 장에서는 우선 유엔에서 그동안 진행되어온 디지털 기술의 도입 노력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유엔 PKO는 분쟁지역에 국제 군, 경찰, 민간인력을 배치하고 분쟁을 예방, 완화, 종결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특히 21세기에 들어 민간인 보호(Protection of Civilians, POC)가 유엔 PKO 작전의 핵심 규범으로 자리잡았고, 분쟁 후 재건을 지원하기 위해 다차원 활동의 일환으로 PKO의 활동 범위가 확대되었다. 유엔의 평화활동은 분쟁국가나 지역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국제사회의 핵심 도구로 자리잡았다. 기술 도입의 측면에서 보면, 유엔 PKO는 약간의 진전을 보이고 있으나 역량의 발전에 비해 임무의 범위와 규모가 훨씬 더 확대되어 아직 많은 부분에서 개혁과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PKO 작전은 많이 발전하지 못한 채 개발도상국의 병력공여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실제 평화유지 인력은 충분한 장비와 정보를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분쟁의 참상 속에서도 확실하게 관여하지 못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United Nations, 2014).

이러한 상황에서 디지털 기술혁신의 도입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유엔 평화활동의 기술과 혁신에 관한 고위급 패널>에서는 2014년 발간된 보고서 Performance Peacekeeping을 통해 기술혁신이 민간인 보호 뿐 아니라 PKO 위임명령(mandate)의 이행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적시하였다(Expert Panel on Technology and Innovation in UN Peacekeeping, 2014). 따라서 분쟁 관리시 유엔의 핵심 과제중 하나는 PKO에 가장 적절한 기술장비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세계 국가들 간의 광범위한 기술 수준의 차이, 전개된 병력들 간의 기술격차, 그리고 유엔 사무국과 PKO 현장과의 기술적 결합은 문제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잠재적 불안정 요소이다(Dorn 2016).

2014년 고위급 패널의 기술혁신에 관한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유엔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기술혁신의 도입을 통한 PKO 운영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2019년도에 평화활동국(DPO)으로 통합된 유엔의 평화유지국(DPKO)과 현장사무국(DFS)은 권고사항의 이행을 진지하게 모색하기 시작했고, 선진국들이 도움을 주기 위해 나섰다. 특히,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이 병력 파병은 적게 하는 대신 유엔의 기술력 향상을 지원하고 기술공여 선도국이 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 선언하기도 하였다(Obama, 2015).

유엔은 지속적으로 PKO의 기술 파트너십을 위한 고위급 회담을 개최했고, 2018년에는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이 <신기술 전략(Strategy on New Technologies)>을 발표(UN Secretary General, 2018)하였다. 유엔은 또한 멜린다 게이츠(Melinda Gates)와 마윈(Jack Ma)을 공동의장으로 하는 <디지털 협력에 관한 고위급 패널>을 임명하였고 동 패널에서는 2019년 6월 <디지털 상호의존의 시대(The Age of Digital Interdependence)>를 주제로 한 보고서를 발간하여 디지털 기술이 인간안보 증진에 가져올 영향을 모색하고 대응하고 있다(High-Level Panel of Digital Cooperation, 2019).

이처럼 유엔이 추구하고 있는 기술 혁신 아젠다의 도입이 PKO 현장, 특히 군사작전의 측면에서 어떤 방식으로 적용 가능한가? 다음 장에서는 정보 중심의 PKO 활동이 갖는 중요성과 디지털 기술이 이에 기여해온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디지털 기술과 정보 중심의 PKO

디지털 기술혁명이 인류에게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듯이, PKO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디지털 기술의 적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특히 우주(위성), 공중, 지상, 지하까지 감시시스템을 도입하고, 디지털 평화유지(digital peacekeeping) 개념을 통해 병력들의 착용장비에 디지털 기기를 삽입하는 것과 같은 정보(intellignece) 획득을 위한 기술의 활용은 PKO에 새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Dorn 2016).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현장에서 유엔 주도 감시업무는 망원경의 도움을 받는 정도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비단 PKO 작전 뿐 아니라 일반 군사작전에서 감시(surveillance) 및 정보(intelligence)의 획득이 성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침을 고려할 때, 열악한 PKO 현장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여 감시 및 정보 획득을 위한 도구로서 활용한다면 매우 효율적인 PKO 작전 수행이 가능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유엔 PKO에서 정보획득의 중요성은 디지털 기술의 도입 이전부터 강조되어왔다. 특히, 2006년부터 유엔 평화유지국(DPKO)은 현장 임무에 정보 처리와 분석을 위한 합동임무분석팀(Joint Mission Analysis Cell, JMAC)를 설립하도록 의무화 하였다. JMAC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계기는 2005년 아이티 유엔안정화임무단(MINUSTAH)의 갱단 척결작전시 정보 취득에 실패한 역사로부터 시작된다. 정보 획득을 위한 JMAC 설치 후 2006-7년에 무력진압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성과를 거두었는데 이후 PKO에 JMAC 운용이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하경석, 2020a). JMAC은 임무단이 직면한 모든 모든 종류의 위협―갱단과 같은 비전통적인 위협 포함―에 대한 작전과 전술상의 정보를 수집하는 기능을 수행하였다. 수집된 정보에 기반하여 MINUSTAH 내의 민-군 지도자들에게 전략적 분석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하였고 이는 작전의 성공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게 된다.

이러한 정보 중심의 PKO 작전수행시 디지털 기술이 통합된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무인항공기(UAV), 영상감시시스템, 동작감지기, 위성사진 등 감시와 관찰을 용이하게 하는 기술이 매우 유용하게 PKO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PKO 병력은 자신의 위치는 적군에 완벽히 노출되는 비대칭적 위협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디지털 기술의 활용은 위협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효과적인 작전 수행을 가능하게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평화유지에서 디지털화된 정보의 필요성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작전상황에 대한 공통의 인지이다. 즉, 디지털 기술을 통해 정보가 공유되면 임무 지역과 상황에 대한 일관성 있는(coherent), 실시간(real-time)의 작전 이해가 가능하다. 둘째, 임박한 위협에 대한 조기 경보(early warning)가 가능하다. 셋째, 위협요인과 기회를 파악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의 파악과 분석이 용이해진다. 정확한 상황 인식은 PKO의 자기방어 목적 뿐 아니라 안보리 위임명령의 이행, 특히 민간인 보호(POC)를 위한 작전 수행에 있어서도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Hansen 2020). 무엇보다 디지털 기술은 확실한 증거자료에 기반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대량의 데이터를 보다 체계적으로 포착하고 처리할 수 있게 한다. 데이터는 작전 환경의 정보 공백을 메우고 갈등 역학관계와 관련된 패턴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AI)부터 무인항공기(UAV/드론), 그리고 오픈소스 데이터까지 다양한 출처의 정보를 수집하고, PKO 임무단에서 정보를 관리하기 위한 기술 솔루션이 활용된다면, 병력과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효과적인 작전 구상 및 이행이 가능해진다.

디지털 기술의 활용은 지난 수 년간 각 유엔 PKO 임무단마다 산발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적용되어왔는데 사실상 그 시발점이 된 계기는 2013년 DR콩고 유엔안정화임무단(MONUSCO)의 활동이다. MONUSCO는 PKO 임무단 최초로 UAV를 도입하고 디지털 장비를 활용함으로써 유엔 PKO 차원에서 디지털 기술의 체계적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게 되었다. MONUSCO에서는 민간인을 공격하던 반군의 은신처를 촬영하기 위해 고해상도 카메라를 활용하였고, 야간투시경과 로켓, 기관총 등을 탑재한 무장헬기를 활용하여 반군의 공격에 강력한 억제력을 갖추었다. DR콩고에서 UAV와 무장헬기가 성공적 활용됨으로써 이후 중앙아프리카공화국(CAR)과 말리에서의 PKO 임무에도 UAV와 야간투시경 등의 장비가 활용되었다. 일례로 말리에 있는 네덜란드 부대는 무인항공기와 아파치 헬리콥터를 고해상도 카메라와 함께 사용하여 정보수집에 큰 효과를 거두었다(Dorn 2014).

이처럼 디지털 시스템과 장비는 분쟁 환경에 최적화된 맞춤형 작전 설계에 매우 중요한 기여를 하게 되었다. 앞서 언급한 정보 수집을 위한 장비 이외에도 디지털 기술이 PKO 작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분야는 부대 운용에서부터 조달 및 통신체계 구축까지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디지털 기술 메커니즘과 도구는 구조적, 정치적 제약요인을 안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PKO 디지털 기술 도입의 도전과제

정치․경제적 측면

유엔에서 디지털 기술 도입의 논의가 본격적으로 확장되던 2015년, 유엔 평화유지활동 특별위원회(C-34)에서는 144개 회원국들 중 특히 비동맹운동(NAM) 국가들과 러시아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정보수집에 대해 심각한 반대의사를 표명하였다. EU를 비롯한 서방 국가들에게 PKO에서 디지털 기술의 활용은 평화작전의 효율성을 높이고 파병 인력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된 반면, 비동맹운동 국가들에게는 광범위한 정보수집이 국가 주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으며, 서양 국가들이 평화유지의 효율성을 빌미로 분쟁에 개입하려는 시도라고 비춰진 것이다(United Nations, 2015). 특히 러시아는 유엔 사무국이 DR콩고에 UAV를 배치하기에 앞서 유엔 안보리의 승인을 받을 것을 요구하였다. 이러한 러시아의 요구로 인해 불필요한 절차를 밟는 것을 방지하고자 미국, EU, 그리고 캐나다(C), 호주(A), 뉴질랜드(NZ)의 “CANZ 그룹”이 러시아에 저항하게 된다.

한편, 현재 유엔 PKO 병력의 약 4분의 3을 제공하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은 디지털 기술의 도입으로 인해 PKO가 병력의 수를 줄이고, 이에 따라 자국이 유엔의 보상금을 적게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평화유지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 시점에서 디지털 기술의 도입은 평화유지군의 총 숫자를 감축하기 보다는 그들이 더욱 효과적으로 기동할 수 있게끔 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디지털 기술의 도입으로 특정 임무는 인력이 감축되겠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잉여 인력은 더욱 생산적인 업무에 투입될 수 있다. 유엔 PKO는 만성적으로 인력이 부족하고, 안보리의 인력 제한선에 도달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결국, 디지털 기술의 도입은 유엔의 힘을 활성화하고 강화시킬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은 전반적인 고용을 감소시키지 않고 생산성을 높일 것이다.

또한, 병력공여에 대한 우려와 유사한 측면에서, 일부 국가들은 무인 항공기가 유인 항공기를 대체할지 모른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특히 러시아에서 자국 헬리콥터의 활용이 떨어질까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PKO 조달(procurement) 시장에서 방산무기의 거래는 러시아와 같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입장에서 포기하기 어려운 파이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잘못된 두려움이라 보인다. UAV는 확실한 정보수집을 통해 유인 항공기의 운영을 보완하고, 유인 항공기를 통한 더 많은 지원, 수송, 전투 임무를 수행하여 효과적인 PKO 운영에 기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유엔의 디지털 기술 도입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정보격차(digital divide)를 심화시킬 것이라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그러나 인간과 기계 간 인터페이스가 사용자 친화적이 되면서 개발 도상국들은 이러한 새로운 기술을 점점 더 채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유엔을 통해 선진국과 기술 노하우를 공유하면 개발도상국에 오히려 이익이 되는 디지털 생태계의 구조(Karlsrud, 2013)를 감안하면 디지털 기술의 도입은 개발도상국 입장에서 오히려 환영할만 한 일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유엔 PKO는 다국적 병력으로 이루어져 전투병력(contingents) 간의 상호 운용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비판에 직면해 왔다(Berdal, 2019). 반군과의 전투 중에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면 작전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데, 일례로, MONUSCO의 무력개입여단(FIB)은 상호간 무선통신이 불가능한 3개국 병력(말라위, 남아공, 탄자니아)으로 이루어져 별도의 관할구역에서 활동하기도 하였다. 마찬가지로 항공기에서 지상군까지의 통신도 병력과 항공기가 같은 나라 출신이 아니면 보통 불가능하다. 병력이 공격을 받고 있을 때 긴밀한 공중 지원을 위해서는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며 이는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도 디지털 기술의 도입으로 어느 정도 극복 가능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유엔은 우간다의 엔테베에 본부를 둔 시그널(signal) 아카데미를 설립하여 병력공여국의 부대에 대한 사전 배치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ICT 역량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인권․정보보호 측면

앞서 살펴본 제약요인들이 다분히 정치적이고 기술적인 이슈였다면, 디지털 기술 도입의 더 근본적인 도전과제는 인권, 특히, 사적인 정보의 취득과 이의 악용가능성에 관한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데이터 기밀성과 개인 사생활에 대한 도전은 전세계 국가들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유엔도 이에 대처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특히 분쟁지역에서 유엔 PKO 작전시 투입되는 UAV의 경우, 디지털 센서들이 특정 지역 주민들의 행동패턴에 대한 엄청난 양의 정보를 획득 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민감한 이슈이다.

PKO 활동시 감시용 UAV을 가장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행위자들 중에는 인도주의 구호단체들이 포진해 있다. 그들은 디지털 감시기술의 활용이 분쟁에서 군 병력과 인도주의 행위자들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것을 두려워한다(Merkle, 2016). 인도주의 구호 임무는 항상 공정하고 중립적일 필요가 있으며, 모든 분쟁 당사자들에 의해 중립적으로 인식되어야 활동이 가능하다. 그동안 인도주의 구호단체들은 PKO 임무단의 보호를 받으며 물자운송 및 구호활동을 해왔으나, PKO 차원에서 UAV를 도입함으로 인해 일부 NGO들은 자신을의 중립적 입지가 위협을 받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유사한 측면에서, 분쟁 당사국은 유엔이 디지털 감청장치나 UAV를 통해 자국의 취약점을 들춰내고 자국 군대에 의해 저질러진 잔학 행위나 정부 인사의 부패문제 등을 발견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Dorn 2016). 당연히 유엔은 첩보활동에 관여하지 않지만 국가들은 유엔이 확보한 정보가 엄격한 감독 하에서 안보리 위임명령 이행을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되는 것을 확인받고 싶어하는 것도 현실이다. 이에 유엔은 UAV의 운영에 있어 사무총장 특별대표(SRSG)의 동의가 없이는 주변 국가의 정보를 취득하는 것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이밖에도 민간인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휴대전화 전자감청, 수집된 데이터의 해킹을 막는 사이버 보안, 기술 오류로 인한 군사기기의 오작동 문제 등도 도전과제로 남아있다.

따라서 디지털 기술을 채택함에 있어 유엔은 가장 발전된 기술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불편부당성(impartiality)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기술을 선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디지털 장비 시장에서 가장 최신의 비싼 기술이 오히려 인권의 측면에서는 검증되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해 주의해야 할 것이다. 이에 다음 장에서는 디지털 기술, 특히 UAV를 통한 감시기능의 도입이 실제 PKO에 활용된 사례를 살펴보고 이의 함의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사례연구: DR콩고 MONUSCO에서의 무인항공기(UAV) 활용

DR콩고 키부(Kivu) 분쟁과 무력개입여단(FIB)

DR콩고 동부의 접경지역은 1990년대 후반부터 폭력분쟁과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었다. 국제사회의 개입과 평화협정 등으로 안정을 찾는 듯 했으나, 2012년 5월, 북 키부(Kivu)에서 새로운 강력한 반란군인 M23이 출현하면서 상황이 악화되었다. 2009년 키부 분쟁은 DR콩고 정부와 RDC 후계집단인 CNDP(Congres National pour la Defense du Peuple) 사이의 평화협정으로 종결되었는데, 이들 CNDP의 남은 세력들 일부가 CNDP 해체를 합의했던 2009년 3월 23일을 의미하는 M23(23 March Movement) 이름의 세력을 조직하여 2012년 4월부터 북 키부의 산악지방(르완다와의 접경지역)을 점령하고 살인과 강간을 저지르고 DR콩고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기 시작하였다(Sterns 2012).

DR콩고 정부는 반군을 제압할 역량이 부족했으나 이들과 타협할 의사 역시 없었고, 결국 2012년 11월 M23이 북 키부의 수도이자 DR콩고 동부의 중심도시인 고마(Goma)를 함락하는데 성공하면서 참사로 끝나게 된다. 유엔은 MONUSCO의 병력을 활용하여 콩고 정부군이 무너지는 와중에도 군사적으로 반란군에 대응하였지만, MONUSCO의 병력으로 M23의 진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UNSC 2013a). 이 시기에 약 14만 명의 인구가 이주민으로 전락하였으며, 반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부녀자 강간 등 수많은 인권 침해가 자행되었다(Novosseloff et al. 2019). 이에 유엔 PKO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졌으며 유엔 차원의 새로운 대응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2013년 3월, 유엔 안보리는 결의안 2098을 채택하여 DR콩고 동부에 최초 1년간 배치될 최대 19,815명 규모의 강력한 공격부대인 무력개입여단(Force Intervention Brigade, FIB)을 창설하였다(UNSC 2013b). 유엔 안보리는 결의안에서 모든 무장단체를 위협으로 간주한다고 하였으나, 그 중에서도 특히 M23, FDLR, ADF를 큰 위협세력으로 규정하였다. 그리고 이들 무장단체를 제압하기 위한 공격작전을 수행함에 있어 일방적이거나 또는 DR콩고 정부군(FARDC)과 연합하는 방식으로, “강력하고 기동적이며 다양한 방식을 동원하되, 국제법을 엄격히 준수”할 것을 의무화하였다.

FIB는 3개 보병 대대와 포병 중대, 특수부대, 정찰 중대로 구성되었고, FIB는 비교적 신속하게 배치되었다. FIB 모든 병력의 전개가 최고조에 달한 2013년 10월에는 21,485명의 군인과 3,994명의 민간인력이 투입되었다. FIB는 고마 북쪽 지역에만 총 2,000명 이상의 병력을 배치하였고, Mi-24P 공격헬기, 대포(artillery), 박격포(mortar) 등의 군사장비도 지원되었다. 공격헬기의 지원은 산악지대에서 군사작전을 수행하는데 유용한 자산이 되어주었다. 특별히, 유엔 PKO 임무단 최초로 첨단장비인 무인정찰기(UAV)를 배치하여 산악지역에 잔류해있던 반군들에 대한 정찰업무를 수행하게 된다(Karlsrud and Rosen 2014).

UAV를 활용한 정보의 습득과 FIB와 FARDC의 압도적인 화력으로 인해 반란군은 주요 도시에 대한 통제권을 불과 수개월 내에 상실하였다. 이후 M23은 사실상 와해되었고 많은 반군들이 국경을 넘어 우간다와 르완다로 도주하게 된다. FARDC와 성공적인 무력작전을 수행한 FIB는 매우 짧은 시일 내에 DR콩고 분쟁의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반군 집단 중 하나였던 M23의 결정적인 패배를 이끌어내었다. 그리고 유엔 PKO에 의한 평화강제작전을 통해 키부 지역 민간인들의 안전에 중대한 위협 중 하나를 제거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림1> MONUSCO에 투입된 UAV를 점검하는 Herve Ladsous 유엔 PKO 대표 (출처: MONUSCO/Sylvain Liechti, 2013)

 

FIB는 군사작전 이외에도 DR콩고의 무기 금수조치 이행을 감시하기 위해 UAV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2098에는 무장해제․동원해제․사회재통합(DDR)을 위한 “무기의 보관, 수집 및 폐기”를 UAV가 지원할 수 있음을 명시하였는데(UNSC, 2013b), 이는 유엔 PKO의 공식적으로 임무에 UAV 사용이 구체적으로 기록된 최초의 문서이다. UAV의 활용을 공식화한 유엔 결의안은 이후 MONUSCO의 임무 갱신시에 계속 유지되어 2021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UNSC, 2019).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MONUSCO가 활용한 UAV 기술이 “비무장”용도로만 허락되었다는 점이다(Andrews, 2017). 유엔은 Leonardo (구 Selex ES)라는 이탈리아 기업으로부터 5대의 팔코(Falco) UAV를 제공받았는데, 이 특정 모델은 최대 14시간의 내구성을 가지고 있으며 안보리 위임명령에 따라 감시 목적으로만 사용되었다(Airforce Technology, 2009). 단, 팔코는 표적 타격용으로 최대 70kg의 적화물을 이송할 수 있었으나, 유엔은 비감시용 활용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부정적인 의미를 줄이기 위해 비무장 항공 시스템이라는 성격을 지속적으로 강조하였다(UNSC, 2013b).

 

MONUSCO의 UAV의 활용과 쟁점

MONUSCO가 UAV를 평화유지 임무에 동원하기로 결정한 것은 DR콩고 동부 지역의 반군세력과 인도적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진데 따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시 민간인 보호는 전혀 되지 않았고 반군에 의한 처형과 집단 강간이 일반적이었으며, 반군은 외부 행위자들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KIDA, 2014). 만성적인 기반시설 부족과 정부 거버넌스의 붕괴, 외부의 지원을 받은 강력한 반군의 등장, 그리고 매우 험준한 지형으로 인해 PKO의 임무는 큰 어려움에 직면하였는데, UAV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되어주었다.

투입된 UAV는 야간과 주간 모두 산악지대 감시가 가능하고 환경에 따라 다른 고도에서 비행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정교한 기종이었다. UAV는 “필요에 따라 낮게, 지역 주민들이 자주 보거나 들을 수 있는” 비행을 하면서 강력한 억지력을 제공하였다(O’Grady, 2015). 이것이 반군들에게는 자신들의 위치가 이미 파악되었으며 이제 항복하라는 메시지로 전달되었다. 이로 인해 비무장/동원해제가 눈에 띄게 진전되었고, 2014년 초, 상황이 크게 변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UAV의 사용과 상관관계가 있는 M23 반군 이탈이 명백하게 증가하였다. 뿐만 아니라 2014년 5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유엔군과 콩고군에 “FDLR 회원 438명이 자발적으로 항복하고 2015년 7월까지 415명의 회원국이 추가로 무력화되었다(Pilgrim, 2015).

반군에 대한 직접적인 억지력 행사에 더해 UAV는 불법 검문소와 불법 채굴을 탐지하고 파괴된 마을을 조사했으며, 반군 진지와 무기의 존재를 확인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FIB의 공격작전이 수행되는 동안 UAV는 실시간 상황 인식을 제공하였는데(Ladsous, 2014), 작전중 UAV는 지상의 군인들이 보유한 이동 단말기에 이미지를 전송했고, 이미지는 FIB가 M23 반군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매복 공격을 피하는 데 기여하였다.

이렇듯 FIB의 전개와 UAV의 투입은 동부 DRC에 큰 위협이 되는 다양한 반군 집단을 무력화하는 MONUSCO의 캠페인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렇다면 DR콩고에서 UAV 활용의 성과는 타 PKO에도 적용 가능할까? 이는 세 가지 쟁점(군사적 활용, 군사-인도적 목적의 혼용, 데이터 사용)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물론 세 가지 이외에도 고가의 첨단장비인 UAV의 비용 부담과 인수 등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Andrews, 2017). 다만, 디지털 기술의 활용 측면의 분석에서 UAV가 아닌 타 기술이나 장비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본고의 논의에서는 제외하였다.

첫 번째 쟁점은, 디지털 장비의 군사적 활용이다. 유엔 PKO는 1999년 이후 모든 다차원 PKO에 유엔 헌장 7장 기반의 무력사용 위임명령을 부여해 왔다(Howard and Dayal, 2018). 민간인 보호(POC)를 위한 무력사용의 가능성을 열어둔 안보리 위임명령 하에서 UAV의 활용이 과연 합법적이고 적절한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가 필요하다. 유엔 PKO는 2011년 코트디부아르에서의 무력사용을 통해 대표적인 위임명령 이행의 성공사례를 만들었던 성과가 있다(하경석, 2020b). 그러나 당시에는 헬리콥터가 가장 선진화된 장비였고, 아직 UAV 등 디지털 기술에 대한 논의가 부재했던 상황이었다. 따라서 UAV의 공격적 활용에 대한 경험과 합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과연 민간인 보호를 위시하여 자유로운 공격작전에의 투입이 가능할지 논의가 필요하다.

둘째, 군사적 목적과 인도적 목적의 혼합적 운영이다. UAV는 부여되는 임무에 따라 무장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MONUSCO의 UAV는 완벽히 비무장 상태로 운용되었으나 FIB와 공세적 작전을 함께 수행함. 그러나 수차례 본래 안보리에서 규정한 위임명령의 작전 범위를 넘어 인도적 목적으로 활용되었다. 일례로 2015년 키부(Kivu) 호수에서 여객선이 침몰하여 구조활동을 위해 MONUSCO의 UAV가 전개되었고, 2014년에는 NGO들의 인도적 프로젝트 협조를 위해 드론을 제공하기도 하였다(O’Grady, 2015). 이는 일견 좋은 취지로 수용될 수도 있으나 본래 목적과 불합치되는 디지털 장비의 활용은 유엔의 공정성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 분쟁 당사국이나 주변 국가들과의 불신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부정적 영향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유엔 평화활동국(DPO)은 UAV를 포함한 로봇 등 디지털 무인기기의 활용 규칙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축적된 데이터의 사용이다. 모든 UAV는 카메라, 센서, 그리고 몇 시간 동안 공중에서 감시 활동을 할 수 있는 내구성을 갖추고 있어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저장되고 분석된다. 이는 감시와 감응을 목적으로 하는 디지털 장비가 가진 유사한 속성이다. 그런데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주권국가 입장에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수집된 정보를 누가 관리하고 소유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을 유발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여 방대한 정보를 수집했음에도 불구하고 반군의 기습이나 매복에 당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유엔 PKO에 더 큰 책임이 전가되고 심각한 비판에 직면한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는 적대적인 환경에서 디지털 정보 수집기기를 활용할 경우 반드시 유엔이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판단된다.

 

결론

평화유지군이 두 분쟁 당사자 사이의 완충지대를 순찰하던 전통적 PKO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대신 국가 또는 반군세력이 혼재된 다양한 행위자들에 얽혀서 훨씬 더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임무를 부여받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하에서 평화유지에 디지털 기술을 통합하는 것은 유엔 PKO의 역량 강화와 강력한(robust) 평화유지라는 안보리의 위임명령의 이행에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오히려 광범위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보급으로 인해 유엔 PKO는 기술혁신을 빠르게 수용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신기술을 활용하는 적대세력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MONOUSCO의 UAV 활용 사례는 디지털 감시기능을 갖춘 장비의 도입이 성공적인 작전 수행에 있어 매우 가치있는 투자이며 PKO의 역량을 한층 업그레이드 해주었음을 보여준다. 향후 PKO에서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위험한 분쟁에서 병력의 안전 유지와 민간인 보호 위임명령의 이행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다만, 앞서 살펴보았듯 디지털 기술의 적극적인 도입 이전에 유엔은 다양한 행위자들이 갖고있는 각자의 이해관계와 인권관련 이슈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특히 공정성 시비나 정보의 오용에 말려들지 않도록 디지털 데이터의 사용과 공세적 활용, 그리고 인도적 목적으로의 전환 사용의 조건에 대해 이해 당사자들과 협의해야 할 것이다. UAV와 같은 디지털 기술은 평화유지를 위해 많은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지만, 효과적이고 신중하게 실행되어야 한다.

나아가, PKO에서 디지털 기술을 본격적으로 관리하고 다루기 위해서는 유엔 내에서 기술 혁신을 잘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과 훈련과정이 필요하다. 현재의 기술혁신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것이 단순한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진행될 과정임을 조직적으로 체화할 수 있는 구조의 변혁이 요구된다. 좋은 예시로, 유니세프(UNICEF)에 설치된 혁신(innovation) 부서와 같은 형태가 있다. 유니세프 혁신 부서에서는 실리콘 밸리의 기술전공자를 채용하여 블록체인, 디지털매핑 등과 같은 기술의 구호활동 접목을 연구하고 있으며, 부서장은 UNICEF 대표에게 직접 보고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저자의 UNICEF 혁신부서 담당자 인터뷰 – 김도형, 2020).

대한민국 정부는 2021년 4월, 유엔 평화유지 장관회의를 주최할 예정이며, 회의에서 다룰 핵심 아젠다 중 하나로 기술(technology) 이슈를 제시하였다. 여기에서도 디지털 혁신이 중요하지만 이를 다룰 시스템과 인력의 양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IPI, 2020). 디지털 기술 혁신의 도입이 5G와 2차전지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한국에도 기술공여국(TechCC)으로 유엔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유엔과 국제사회 차원에서도,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쳐 기술혁신이 분쟁의 현장에 적절히 적용되기 시작하면, 인간안보 증진을 위한 유엔 PKO의 활동은 더욱 효과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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