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광풍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각자도생의 고립주의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전부터 이미 지구촌에 만연해있던 지정학적 경쟁, 보호무역주의, 포퓰리즘과 민족주의의 강화 현상이 더욱 뚜렷한 양상을 띠게 된 것입니다. 더욱이 전방위적으로 치열해지는 미·중 패권 경쟁으로 국가들마다 전략적 선택 공간이 좁아지는 형국입니다. 한편, 빅데이터, 로봇, 인공지능 발달로 대변되는 제4차산업혁명이 국내외적 커다란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가운데 발발한 코로나19로 온라인 비대면의 디지털 시대가 성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격차로 인한 정보 불평등은 또 다른 지구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핵 위협, 기후변화, 빈곤과 불평등, 질병, 억압 등과 같은 오랜 고질적인 글로벌 문제로 군사적 긴장, 보건위기, 경제위기, 환경위기와 같은 초국가적 문제가 속출하는데 국제협력 메커니즘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이, 우리는 초연결성과 초위험성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일국의 역량만으로는 해결이 힘들거나 그 비용이 너무 큰 글로벌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간 협력과 공동책임을 근거로 한 상호의존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특히 팬데믹의 국제 위기 속에서 미국의 리더십 실종과 중국의 대안적 국제질서 형성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은, 한국처럼 새로운 외교어젠다와 발전전략을 통해 선도적 중견국가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나라에게는 좋은 기회입니다. 냉철한 현실감각, 전문적 지식, 국제적 마인드 및 박애주의로 무장하고 평화와 번영, 정의, 인권수호, 국제법, 자유무역 원칙을 준수하며 국가 간 협력을 견인해나갈 비전과 담론과 리더십이 절실한 시대입니다.

고려대학교 <평화와 민주주의연구소>(Peace & Democracy Institute: PDI)는 1988년 3월 <평화연구소>란 이름으로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 및 정의가 구현되는 정치적 질서 구축에 기여하고자 사회과학 분야 연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2010년 현재의 PDI로 명칭을 변경하여 연구주제를 확대하고 연구범위도 한반도, 동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관계로까지 확장하였습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본 연구소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소속 전임교수 및 연구교수와 연구원 등이 주축이 되어 사회과학적 이론의 탐구와 학술적 교류활동을 기획·추진하면서 한국 정치학의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 정착, 그리고 동북아와 지구촌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학문적 연구업적을 쌓아왔습니다. 특히 신진학자 및 대학원생과 학부생들의 참여를 독려하여 연구-교류-교육의 시너지효과를 배가하면서 국내 최고의 연구기관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지금까지 본 평화와 민주주의연구소가 걸어왔던 길을 성찰하면서 미래의 발전을 위한 비전으로 ‘평화와 민주주의’라는 사회과학과 국제관계의 핵심 주제를 연구하는 한국 최고의 연구소, 그리고 나아가 분쟁과 평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국제정치경제, 국가 리더십 등을 연구하는 세계적 학술연구 네트워크의 동아시아 허브를 지향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연구 및 학술활동의 국제화, 문제기반 및 학제간 연구를 위한 사례연구 및 빅데이터 연구의 메카, 그리고 체계적인 온라인 프로그램 활성화로 세계 어디서든, 누구든 본 연구소와 클릭(click!)하고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할 것입니다.

고려대학교 평화와 민주주의연구소 모든 구성원의 창의적인 마인드와 도전정신을 담아 글로벌 비전을 제시하고 담론을 이끌며 리더십 역할을 선도하는 큰 걸음을 내딛겠습니다. 한반도와 동아시아 및 세계 평화와 민주주의 연구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평화와 민주주의연구소 소장 이 신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