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I 워킹페이퍼 NO.7] 한국 개발협력 NGO의 불확실성과 대응

2021.06.18 2021.06.29

김준협 (한동대학교 국제어문학부 교수)

 

* 이 페이퍼는 지암워크숍 #4에서 발표되었습니다.

 

1. 서론

한국의 국제 개발협력 분야는 1990년대 초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의 전환을 이룬 이래 현재까지 개발협력 분야에서 양적 그리고 질적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루어왔다. 이러한 성장은 한국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공적개발원조 분야 뿐 아니라 민간을 중심으로 하는 개발협력에 있어서도 커다란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이전까지 국내에서 사회복지 사업을 수행하던 민간 기관들이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해외 봉사, 국제 구호활동 등과 같은 분야로 활동 영역을 확대하면서 개발협력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s)로의 전환을 이루었으며, 또한 신규 개발협력 NGO들이 다수 설립되면서 민간 차원에서 개발협력 사업을 수행하는 행위자들이 크게 증가하게 되었다. 국내 개발협력 NGO들의 이와 같은 움직임은 국내 뿐 아니라 국제 수준에서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국내 개발협력 NGO들의 급격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 년 동안 이들의 성장은 점차 정체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개발협력 NGO의 전체적인 숫자 및 재정 규모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이러한 증가의 추이 측면에서는 점차 감소세에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어떠한 요인에 의해 국내 개발협력 NGO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지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우선 국내에서 개발협력 활동을 하고 있는 NGO들 중 대표적인 기관들의 현황을 살펴보고, 어떤 원인에 의해 성장세가 둔화되었는지 확인한다. 특히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이 국내 개발협력 NGO의 성장세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본다. 그리고 이와 같은 위기 상황에 대하여 국내 개발협력 NGO들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가능한 방안에 대하여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2. 한국의 개발협력과 NGO

한국의 개발협력은 정부 차원에서 1991년 한국국제협력단(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KOICA)을 설립하고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주는 국가로의 전환을 달성하였고, 2009년에는 경제개발협력기구 개발원조위원회(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Development’s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OECD/DAC)에 가입이 확정되며 선진 원조 공여국으로 위치를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민간 차원의 개발협력은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사회복지 기관들을 중심으로 국내 복지사업과 병행하여 국제 개발협력 사업을 시작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1999년에는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現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가 발족하여 26개의 개발협력 NGO를 회원으로 하며 개발협력 의제에 관하여 논의하고 협업하는 기구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개발협력이라는 용어와 관련하여,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파트너십(partnership)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원조 공여자-수혜자와 같은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상생의 관계로 정립하고자 노력 중이다. 지금까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로는 개발원조(development assistance)가 있는데, 이는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를 포함하는 국가 대 국가 경제 지원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지원의 성격이 비구속적이고 수혜자의 경제적 회복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둔 인도주의적 지원(humanitarian aid)이라는 용어 역시 흔히 사용되고 있으며, 경제적 측면을 고려한 경제원조(economic assistance), 국가 간 원조 측면을 부각시키는 해외원조(foreign aid) 등도 함께 널리 사용되는 용어이다. 본 논문에서는 개발협력(development cooper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이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원조 공여자와 수혜자 간 ‘파트너십’을 구축한다는 측면에서 ‘협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으로, NGO의 경제 지원이나 원조에 있어서도 이러한 부분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

본 논문은 국내 개발협력 NGO의 현황과 현재 직면한 어려움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국내 개발협력 NGO의 현황을 검토하기 위해, 우선 본 연구의 기본 분석단위(unit of analysis)가 되는 개발협력 NGO를 정의할 필요가 있다. NGO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유엔 헌장 제71조에서 “경제사회이사회(Economic and Social Council, ECOSOC)는 NGO와 협의를 통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명시하면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United Nations 1945). 국내·국제 수준에서 NGO와 유사하거나 동일한 형태로 활동하는 다양한 단체들은 오래 전부터 존재하여 왔으나, 독립적으로 구분된 사회 행위자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에 접어든 이후이다. 특히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차원에서 인식을 하게 되면서 NGO는 국제사회의 행위자 중 하나로 주목받게 되었다 (Martens 2002).

본 연구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NGO 중에서 개발협력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NGO를 대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개발협력 NGO라고 한다면 우선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특정 유형의 재화 또는 용역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단체를 일컫는다. 재화와 용역의 유형은 장·단기적으로 개발도상국 내 지역사회의 경제 발전을 위한 유·무형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포함하며, 이는 제3의 단체를 거쳐 모금 활동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개발협력 NGO가 직접 개발도상국에 재화 및 용역을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Murdie(2014, 44-48)는 개발협력 NGO를 “service INGO”로 명명하며 기관이 직접 개발협력 사업을 수행하며 자금을 개발도상국에 이전하거나 정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재화와 용역을 제공하는 행위자로 정의하고 있다. Büthe et al.(2012, 583)의 연구에서는 “aid NGO”로 명명하였으며 개발협력 NGO를 긴급구호 활동, 상하수도 및 위생, 건강 및 의료서비스, 교육 등의 분야에 해당하는 재화 및 용역을 제공하는 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활동은 모두 개발도상국 내 원조 수혜자들의 사회복지 수준을 높이려는 시도와 관련이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개발협력 NGO는 정부에 등록되어 법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Salamon & Anheier 1992). NGO가 정부에 등록이 된다는 것은 해당 국가 내에서 공식적인 기관으로 인정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 소수의 NGO는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소규모의 기관인 경우가 있는데 조직의 안정성이 매우 낮거나 업무의 일관성이 없어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기관들은 정식 NGO로 등록이 되기 이전에 해산하거나 와해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대한민국 정부에 등록되어 법적인 기관으로 인정된 개발협력 NGO가 본 연구의 대상이 된다. 그 중에서 국내에서 오랜 기간 동안 개발협력 사업을 수행하고 2019년 기준 기부금 수입규모 상위 5개 개발협력 NGO인 한국월드비전, 어린이재단, 굿네이버스,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한국컴패션을 대상으로 국내 개발협력 NGO의 현 상황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3. 한국 개발협력 NGO 현황

국내 개발협력 NGO는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개인 후원자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개별 NGO들의 재정 규모와 활동 범위 역시 비약적으로 확대되었다. 연간 수입 기준으로 보면 2008년과 2009년 사이의 1년 동안 어린이재단은 그 수입이 48.2%가 증가하였고 한국컴패션은 40.0%가 증가하였으며, 수입규모 상위 5개 개발협력 NGO들의 평균 수입 증가율은 31.1%를 보였다. 국내 개발협력 NGO의 총 숫자도 증가하여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舊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 회원 단체 기준으로 1999년 26개에서 2011년에는 86개로, 그리고 2021년 현재 140개의 회원 단체가 개발협력 분야에서 활동 중에 있다. 이와 함께 정부 차원의 개발협력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KOICA를 중심으로 민간 기관에 개발협력 사업을 위탁하여 수행하거나 개발협력 NGO 등에 정부보조금을 지원하여 왔다.

국내 개발협력 NGO들은 2010년대 중반부터 후원자들로부터 얻는 연간수입 측면에서 성장기를 지나 정체기에 접어들게 된 것을 볼 수 있다. 2013년까지 단체들의 연평균 수입 성장률이 10%를 상회하였던 것에 비해, 2016년부터는 한자리수 성장률을 기록하거나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임으로써 국내 개발협력 NGO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표1>과 <그림1>은 2008년부터 2020년까지 국내 개발협력 NGO의 연 수입의 변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약 2015년까지 지속되어 온 가파른 성장세가 2016년을 지나며 전체적인 성장세가 다소 꺾이게 되었고, 이러한 흐름은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특히 국내 개발협력 NGO 중 가장 수입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월드비전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한국컴패션 역시 각각 2017년과 2016년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표2>와 <그림2>에서는 5개 개발협력 NGO의 연 수입 성장률 추이를 보여주고 있는데, 2009년 30퍼센트를 상회하던 평균 성장률이 2020년에 이르러 마이너스 값을 나타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표1> 국내 개발협력 NGO 연 수입 내역, 2008-2020 (단위: 천원)

연도 한국월드비전 어린이재단 굿네이버스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한국컴패션 합계
2008 89,810,099 51,337,038 34,562,120 28,107,513 17,564,194 221,380,964
2009 119,285,206 99,026,590 40,285,380 33,203,997 29,288,705 321,089,878
2010 148,461,686 110,882,919 46,254,783 62,040,516 43,414,830 411,054,734
2011 166,716,336 115,230,356 59,766,363 72,899,797 47,398,066 462,010,918
2012 184,591,475 129,649,458 77,898,323 94,448,317 56,532,690 543,120,263
2013 194,139,875 142,341,725 101,675,581 109,120,937 70,280,342 617,558,460
2014 206,957,589 144,384,174 118,637,226 123,561,815 70,943,019 664,483,823
2015 220,045,891 160,640,425 135,753,247 140,783,519 72,769,188 729,992,270
2016 230,553,001 173,491,451 144,807,497 148,448,316 72,177,066 769,477,331
2017 234,643,422 187,166,612 157,956,081 145,037,516 68,555,395 793,359,026
2018 231,909,409 190,762,120 175,234,922 145,272,612 70,942,804 814,121,867
2019 226,749,857 209,153,106 180,077,189 137,112,232 70,786,592 823,878,976
2020 224,659,225 211,323,956 179,637,318 135,073,666 72,129,267 822,823,432

(출처: 국세청 홈택스 공익법인공시)

 

<그림1> 국내 개발협력 NGO 연 수입 추이, 2008-2020 (단위: 천원)

 

성장률 한국월드비전 어린이재단 굿네이버스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한국컴패션 합계
2009 24.7 48.2 14.2 15.3 40.0 31.1
2010 19.7 10.7 12.9 46.5 32.5 21.9
2011 10.9 3.8 22.6 14.9 8.4 11.0
2012 9.7 11.1 23.3 22.8 16.2 14.9
2013 4.9 8.9 23.4 13.4 19.6 12.1
2014 6.2 1.4 14.3 11.7 0.9 7.1
2015 5.9 10.1 12.6 12.2 2.5 9.0
2016 4.6 7.4 6.3 5.2 -0.8 5.1
2017 1.7 7.3 8.3 -2.4 -5.3 3.0
2018 -1.2 1.9 9.9 0.2 3.4 2.6
2019 -2.3 8.8 2.7 -6.0 -0.2 1.2
2020 -0.9 1.0 -0.2 -1.5 1.9 -0.1

<표2> 국내 개발협력 NGO의 연 수입 성장률, 2009-2020 (단위: %)

 

<그림2> 국내 개발협력 NGO의 연 수입 성장률, 2009-2020

<그림3>에서는 각 개발협력 NGO의 정규직 인력 숫자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개발협력 NGO들은 연 수입이 증가함에 따라 사업 규모를 확장하고 이에 따라 운영비용 역시 증가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정규직 직원 고용의 증가를 꼽을 수 있는데, 이와 관련된 급여 등 고정비용이 증가한 반면 사업 규모는 2010년대 중반부터 정체하게 되어 이에 따르는 인력 규모의 변화도 수반하게 되었다. 특히 한국월드비전은 2014년 404명에서 2015년에 867명으로 인력 규모가 증가하였고 2018년에는 1041명까지 증원하기에 이르렀으나, 2020년에 이르러 749명으로 다시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굿네이버스는 2014년 497명에서 2015년 601명으로 정규직 인원이 증가하였고, 2018년에는 692명까지 늘어났으나, 2020년 기준으로 정규직 인원이 641명으로 감소하였다.

 

<그림3> 국내 개발협력 NGO 직원 수 변화 (단위: 명)

4. 불확실성의 증가

이처럼 국내 개발협력 분야에서 활동 중인 NGO들은 2010년 무렵까지 급격한 성장을 경험하였다가 최근 5년 사이에 성장세가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개발협력 분야에서 대표적인 NGO들 모두 연 수입 측면에서 정체되거나 쇠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정규직 직원 채용 인원에 있어서도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어떤 이유로 인해 국내 개발협력 NGO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지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한다. 이는 개발협력 NGO의 개별 사안을 넘어서 국내에서 수행 중인 개발협력 사업 전반에 관한 향후 전망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상기 연구 질문에 대한 답으로는 아래와 같이 크게 두 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1) 시장 포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내 개발협력 NGO들의 협의체 기구인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는 1999년에 출범할 당시에는 총 26개의 회원 단체로 구성되었으나, 2021년 현재 140개의 회원 단체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회원 단체만을 파악한 것이어서 이에 가입하지 않은 수많은 개발협력 NGO들의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본 연구의 대상이 되는 한국컴패션 역시 높은 연간 수입액을 보이고 있지만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 약 2000년대 초반부터 10년여 기간 동안에 걸쳐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많은 관심과 재정적 후원이 이어져 급성장을 거두었으나, 그와 함께 개발협력 분야 내에 다수의 NGO가 설립되어 후원자로부터의 모금 경쟁 역시 심화되었다. <그림4>에는 국내 개발협력 NGO들의 설립연도를 각각 보여주고 있다. 사회복지 사업을 기반으로 하는 몇몇 NGO들이 1990년대 이전에 설립되었던 것에 비해, 200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개발협력 NGO의 설립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국내 개발협력 관련 모금 분야에서 포화 상태를 야기하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그림4> 연도별 개발협력 NGO 설립 추이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회원단체 대상)

이렇게 국내 개발협력 NGO들이 경험하고 있는 시장 포화(market saturation) 현상은 예견된 것이라 할 수 있다. NGO의 전반적인 운영과 그에 대한 동기부여를 설명하는데 있어, 이윤 추구를 최우선의 가치로 추구하는 사기업의 운영 및 동기부여와 동일하다고 보는 이론적 접근이 있다(Cooley & Ron 2002; Bob 2005; 2010; Johnson & Prakash 2007; Murdie & Bhasin 2011). 이러한 관점에서는 최근 국내 개발협력 NGO 간 모금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과 그에 따라 NGO들의 연 수입 성장률이 정체되는 등 “시장 포화” 상태에 이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수입규모 상위 5개 개발협력 NGO 중 2020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곳이 3곳이며, 5개 기관의 전체 연 수입 성장률 역시 2019년 대비 -0.1%를 기록하여 처음으로 연 수입 성장률이 감소세에 접어들게 되었다.

개발협력 NGO는 일반 사기업과는 달리 집단행동(collective action)을 통해 개발협력 활동에 필요한 의제 설정(agenda setting)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협업을 통한 인도적 지원·긴급구호 활동 등을 수행하기도 한다. NGO의 활동과 운영의 동기부여 측면을 규범적 관점으로 설명하는 접근법에서는 NGO가 새로운 국제규범을 제정하거나 준수하는데 앞장서고 도덕적·윤리적 원리를 기반으로 국제사회의 정의를 실현하는 행위자로 인식되고 있다(Keck & Sikkink 1998; Risse et al. 1999; Clark 2001). 하지만 현재 국내 개발협력 NGO들이 직면하고 있는 재정 문제, 운영의 지속 가능성 문제에 대응하는 양상을 살펴보면 결국 각각의 개발협력 NGO의 생존이 가장 큰 현안이 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내 개발협력 NGO들이 재정적으로 성장 동력을 얻기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향후 개발협력 NGO에 정기후원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잠재 후원자의 숫자는 점차 한계를 보이고 있는 반면, 국내 개발협력 NGO는 지속적으로 설립되는 추세에 있다. 즉, 개발협력 사업 분야는 점차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는데 개별 NGO에 후원을 할 만한 개인 후원자들은 이미 특정 기관에 후원을 하고 있어 더 이상 개발협력 분야 전체 수입 규모가 확대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2) 잠재 후원자들의 불신

 

많은 잠재 후원자들은 개발협력 NGO를 비롯한 자선 단체의 투명한 재정 운용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기관의 행정비용이 얼마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개발협력 NGO의 경우 모금으로 이루어진 기관 수입이 순수하게 개발협력 활동에 사용되지 않고 유용 또는 전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개발협력 NGO들은 공익법인 회계기준에 의거하여 회계감사를 받고 이를 공익법인 공시보고를 통하여 재정 투명성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몇몇 개발협력 NGO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들 때문에 기존 후원자 및 잠재 후원자들의 신뢰도를 하락하게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사랑의 열매로 널리 알려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정부 주도의 이웃돕기 성금을 관리하던 것을 민간으로 이관하기 위해 1998년 설립되었다. 하지만 다른 민간 법인과는 달리 ‘사회복지공동모금법’이라는 개별 법률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관례에 따라 대통령 영부인이 명예회장 직을 맡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2010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원들이 공금을 유용하고 장부를 조작하는 등의 비리가 밝혀지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김나나 2010). 이는 개발협력 NGO의 성장과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았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모금과 후원에 대한 신뢰도를 하락시키는 사건이 되었다.

옥스팜(Oxfam)은 1942년 영국에서 시작한 개발협력 NGO로서 21개 지부가 연합체(confederation)을 구성하여 현재 전 세계 약 70여 개국에서 활동 중에 있으며, 한국에는 2014년에 옥스팜코리아를 설립하여 개발협력 사업을 수행 중에 있다. 옥스팜은 개발협력 사업에서 특히 인권에 기반한 접근(human rights-based approach)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수행하는 선도적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옥스팜은 개발협력 사업 내에서 인권 측면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8년에 알려진 성 추문 사건으로 인하여 사업의 신뢰도에 큰 손상을 입게 되었다(BBC News 2018). 옥스팜은 2010년 아이티 지진 복구를 위한 사업 수행 중 위력에 의한 성 착취 사건이 드러나면서 옥스팜 영국지부에서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였다(Oxfam International 2018). 비록 국내 개발협력 NGO에서 발생한 사건은 아니었지만, 개발협력 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가 낮아지는 도화선이 되었다.

국내 개발협력 NGO의 도덕적 해이 사례로는 2018년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서 자금을 방만하게 운용하는 실태가 알려진 바 있다.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에서는 유니세프한국위원회 내에 부당 채용이나 성희롱 등 인사문제가 제기되어 왔고, 사옥 매입을 위한 대출 과정에서 특정인에게 특혜를 제공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며, 사무총장이 해외 출장 시 항상 항공기 1등석을 고수하는 등의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였다(김지윤 2018). 이러한 문제들은 법적으로 유죄 처분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로 인해 유니세프한국위원회의 신뢰도가 하락하였음은 연간 수입액의 변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의 연간 수입을 보면 2018년도에 약 1,452억 원을 보였는데 2019년에 이르러 약 1,371억 원으로 연 수입 성장률 -6.0%를 기록하였다. 2020년에는 연 수입 약 1,350억 원을 보이며 2019년에 비해 -1.5% 만큼의 감소세를 보이여 2년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냈다. 이는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 대한 개인 후원자들의 신뢰도가 하락함에 따라 기존 후원자들이 지속적으로 이탈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같이 개발협력 NGO에서 도덕적 해이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잠재 후원자들은 새롭게 후원을 망설이고 기존 후원자들은 후원을 중단하게 되어, 개발협력 NGO의 성장에 불확실성이 더욱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비록 많은 NGO들이 재정적으로 투명하게 운영이 되고 있을지라도 몇몇 개별 기관이나 소속 구성원들의 일탈로 인하여 개발협력 분야 전반에 악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이밖에도 국내에서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가계 경제를 포함한 전반적인 경제 활동의 위축이 개발협력 NGO들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가계 경제 측면에서 보면 2020년을 기점으로 해외 주요국에서부터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증가 추세에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2020년 3분기에 이르러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171.3%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게 되었다(정지수 2021). 코로나19로 인하여 가계 경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 역시 증가하였는데, 지난 1997년 IMF 구제금융,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하여 전반적인 가계 경제에 더욱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김광수 2021).

기부 활동의 경우 개인의 경제 상황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과 가정의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높게 나타나는 경우 개인의 기부 금액도 함께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과 그에 따른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인하여 잠재 후원자들의 개발협력 NGO로의 후원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와 함께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의 자발적 기부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어 있지 않은 경향이 있다. 개인의 개발협력 NGO 등에 대한 후원 비중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법인의 비자발전 준조세 성격의 기부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높다는 점에서 기부문화가 완전히 확립되지 않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임동원 2019).

2020년 초부터 국내에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하였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활동 위축이 개발협력 NGO의 성장과 직면한 문제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개선되면 그와 함께 개발협력 NGO 분야도 함께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2020년에 접어들면서 국내에서 활동 중인 개발협력 NGO들의 연 수입이 전반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게 되었다는 점에서, 개발협력 NGO의 향후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5. 한국 개발협력 NGO의 대응

이와 같이 여러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의 증가로 인하여 개발협력 NGO의 성장이 정체에 직면한 상황에서 개발협력 NGO들은 현재 이에 어떻게 대응을 하고 있으며, 또한 향후 이들이 채택할 수 있는 전략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대외적인 여건이라는 통제하기 어려운 요소들로 인해 어려움에 직면한 만큼 이에 따른 적절한 대응은 향후 개발협력 NGO의 장기적인 성장 및 생존에 직결되는 사안이라 할 수 있다.

국내 개발협력 NGO들이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우선 기관 별 특화된 사업을 발굴하여 선택과 집중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있다. 현재 국내 개발협력 NGO들은 기본적인 생활필수품 제공, 각종 복지서비스 제공, 교육 활동, 역량강화 등 인도주의적 지원을 포괄하는 분야에 활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개발도상국 수혜자들의 생활수준의 향상을 위해 종합적인 접근을 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비용-편익 분석(cost-benefit analysis) 측면에서는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개발도상국 내에서 특정한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기 위한 전문 상주 인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사업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필요한 인력의 양과 질 역시 함께 증가하게 되며, 이는 개발협력 NGO에게 고정 비용을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회원 NGO만 140개에 이르는 현 시점에서 모든 개발협력 NGO가 다수의 사업을 실행하는 것은, 개발협력의 대상이 되는 지역 및 개발도상국에도 불필요한 자원이 중복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개발협력 NGO들이 취할 수 있는 다른 전략적 선택으로는 기타 수익 사업을 확장하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국내 사회복지 사업으로 시작하여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NGO의 경우 토지·건물과 같은 부동산 자산과 각종 금융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이용한 수입 확대를 통하여 현재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다. 하지만 개인 또는 법인 기부금으로 얻는 수입 이외에 개발협력 NGO가 얻는 수입은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높지 않은 실정이다. 2020년 기준 한국월드비전의 수입 세부현황을 보면 사업수입 약 2,258억 원 중 보유한 자산을 통해 얻은 수입은 약 33억 원으로 전체 수입 중 1.5%에 불과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밖에 기념품을 제작하여 판매하는 것 역시 총수입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따라서 기타 사업의 확장을 통해 현재 불확실성을 타개하는 방안은 개발협력 NGO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개발협력 NGO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불확실성에 대해 보다 근본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개발협력 분야 전반에 걸친 인식의 전환을 모색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개발협력 NGO의 기본적인 사업 목적은 개발협력 사업이 수행되는 지역의 생활수준 향상이라 할 수 있다. 즉, 사업의 초점이 개발도상국 지역 내 경제 성장에 일차적으로 맞추어져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성장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정의된 개발협력 NGO 사업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지속가능성’, ‘상생’, ‘협력’과 같은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권리에 기반한 접근(rights-based approach, RBA)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개발협력이 경제 성장이나 발전 부분에 치중하여 국제사회의 인권 규범을 등한시하였다는 비판에 따라 인권과 개발을 연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개발협력 NGO 차원에서는 더 이상 성장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사업의 본질이 되는 사업 수혜자들의 권리 향상에 더욱 집중하고자 하는 것이다. 권리에 기반한 접근이라는 개념에 대한 세부적인 이해는 기관별, 국가별로 다를 수 있으나, 향후 개발협력 분야 전반에서 권리에 기반한 접근을 통하여 개발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구정우 & 김대욱 2013). 특히 현재 성장세가 정체되고 여러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는 국내 개발협력 NGO들에게는 권리에 기반한 접근의 채택 등을 통한 사업 패러다임의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상황이다.

 

6. 결론

한국 개발협력 NGO는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후원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재정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경험하였으나,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그 성장세가 둔화되어 2020년에 이르러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본문에서 언급한 5개의 국내 개발협력 NGO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닌, 국내 개발협력 NGO 전반에 대한 문제라 할 수 있다. 각 기관에 후원을 하고 있는 개인 및 단체 후원자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는 반면, 개발협력 NGO는 지속적으로 설립되고 있어 각 NGO들이 기대할 수 있는 모금액이 점차 제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더하여 몇몇 NGO들의 도덕적 일탈 사건이 발생하고, 코로나19의 확산세가 2020년과 2021년까지 지속되면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가계 경제 사정이 악화되면서 후원 증가에 대한 기대 역시 낮아지게 되었다.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하여 개발협력 NGO들은 개발협력 사업 방향에 관한 중장기적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우선적으로 개발협력 NGO 의 사업 방향과 기관 내 인력 구성을 보다 세분화·전문화하여 다른 기관들과 차별성을 갖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이는 NGO의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방지한다는 측면에서도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개발협력의 파트너 국가 또는 마을 단위의 커뮤니티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달성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개발협력 NGO부터 먼저 지속 가능한 운영이 담보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국내 개발협력 NGO들은 권리에 기반한 접근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기존의 성장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발협력 사업을 수행하는 형태로 인식의 전환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지 국내 개발협력 NGO에만 국한되는 사안이 아닌, 향후 개발협력 분야 전반에 걸쳐 요구되는 사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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