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I 워킹페이퍼 No. 6] 미중 전략경쟁 시대의 다자주의와 중견국 외교

2021.06.18 2021.06.28

주재우 (경희대 교수,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 이 페이퍼는 지암워크숍 #4에서 발표되었습니다.

 

들어가면서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적 경쟁으로 중견국은 스스로 자신의 전략적 입장을 재평가해야하는 기로에 서있다. 두 강대국의 경쟁 구도에서 중견국이 견지해왔던 전략적 기반이 잠식되면서 ‘양자택일’의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견국은 이런 고민에 빠지면서 자신의 국제적 기능과 역할을 스스로 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때론 어느 한 편을 선택하면 다른 한 편의 보복을 두려워한 나머지 스스로의 능력과 영향력을 발휘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양상을 보인다. 과거 중견국은 협력을 통해 이른바 강대국의 ‘강권 정치’를 순화시키며 중견국과 약소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외교적 소임과 역할을 자부했었다. 미중 사이에서 중견국이 선택을 결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중견국 외교가 사라지고 있다.

중견국 외교가 희박해진 데는 몇 가지 시대적 계기에서 비롯되었다.

첫째, 코로나 사태다. 코로나 사태가 세계의 팬데믹 상황으로 정의되면서 전 지구적, 전 인류적 재난으로 승화되었다. 세계 차원에서 인류의 보건과 건강 문제를 해결해야할 책임과 의무를 가진 세계보건기구(WHO)는 그러나 속수무책의 모습을 보였다. 대신 미중의 강권정치에 휘말리고 동요되면서 세계적인 팬데믹 사태를 진정시키는데 효과적인 처방전을 제시하는데 실패했다. 오히려 특정 강대국의 주장과 입장에 동조하는 경사되는 입장을 취하면서 국제기구로서의 중립성과 신뢰에 큰 타격을 스스로 입혔다. 자국의 방역에 매몰된 중견국들은 WHO에서 공조할 여력조차 없어 보였다.

둘째, 미중 양국의 지적재산권을 포함한 무역 분쟁이다. 중국이 미국의 첨단과학기술을 탈취, 편취하는 과정에서 컴퓨터 및 서버의 해킹 뿐 아니라 ‘스마트 파워’ 등의 수단까지 동원된다는 미국의 주장으로 미중 무역 분쟁 및 갈등의 영역이 확산되어 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WTO)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하는 대목이다. 그는 WTO의 행정과 소송 절차가 장시간을 요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고, 결과의 실천과 이행도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불확실하다는데 큰 불만을 가졌다. 이런 그에게 직접적인 양자 차원에서 문제의 해결이 더 효율적이고 확실한 것이라는 확신이 들 수밖에 없었다.

WTO는 회원국의 제소로 작동되는 운영체계를 가지고 있다. 분쟁과 갈등 사안에 선제적으로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권력과 권리가 없다는 의미다. 따라서 중견국들은 미중 양국이 제재 등과 같은 고유의 수단으로 서로 응징하는 행위를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중견국들과 WTO는 중재조차 할 수 없는 무능력과 이들의 자제도 촉구할 수 없는 무력함을 경험했다.

셋째, 미중 간의 기술패권경쟁이다. 미국이 중국의 불법적인 기술 획득 행위를 비방하면서 중견국에 미국의 대 중국 제재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미중 사이의 서플라이체인(공급망)에 끼인 중견국들은 딜레마에 빠지면서 속수무책이었다. 미국과 중국 양대 시장을 잃고 싶지 않은 동시에 미국의 제재 위협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미중 양국이 기술표준화 마련과 사이버 질서 구축과 관련해 아직 대화할 의지가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이들의 딜레마는 커져만 간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기존의 서구세계도 특히 사이버 질서에 대한 논의를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어 중견국들은 더 큰 곤혹감을 느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현재 4차 산업과 5G 영역에서 새로운 구도를 ‘뜻을 같이 하는 국가(like-minded states)’와 함께 설계하려는 시도를 주도하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중견국들은 중국 시장의 일부 상실을 절충시킬 수 있는 방도를 마련하지 못하면서 중국을 의식하는 소극적인 자세로 임할 수밖에 없는 면모를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동맹체제의 개편 전략이다. 인도-태평양지역의 평화와 안정 수호의 목적에서 추진되는 ‘인도-태평양전략(인태전략)’과 ‘쿼드’ 등의 다자안보협의체의 구축에서도 중견국의 존재감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인태전략’에는 역내 중견국의 참여를 전제로, ‘쿼드’는 중견국을 포함하는 구상을 가지고 추진 중에 있다. 그러나 이들은 미국과의 협력문제에 있어 아직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중국과의 정치·외교적 갈등과 중국의 강경 반응(제재) 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 역내 중견국들 대부분이 현재 중국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참여가 인태전략의 전략적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

상기한 사례에서 보면 미중 전략경쟁 시대에 중견국 외교의 존재감은 미미해졌다. 이는 중견국이 중견국으로서의 외교적 소명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중 강대국이 갈등적 경쟁을 벌이면서 중견국이 외교적 역량과 역할, 기능과 영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방향 잃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미중 양국을 과도하게 의식하면서 자신의 손익계산에만 집중한 결과다. 중견국 외교는 다자체제에서 세계 또는 지역의 이익을 위한 이타적이고 균형과 견제를 위한 외교적 역량과 영향력을 발휘해야 제 기능과 책임 및 의무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미중 전략경쟁 시대의 국제정치학적 의미

작금의 세계를 미중 전략경쟁 시대의 세계라고 한다. 미중 전략경쟁 시대는 그럼 과거 미국 중심의 두 개 시대, 즉 냉전과 탈냉전시대와 다른가? 다르다면, 중견국 외교는 미중 전략경쟁 시대에 다른 면모를 갖춰야하는가? 아니면, 냉전시기 때의 것으로의 회귀를 의미하는가? 미중 전략경쟁 시대가 냉전시기 때와 같이 양분화 된 국제체제로의 회귀와 가치·이념의 경쟁구도의 복원을 의미하면 중견국 외교도 이 시대의 것으로의 복원을 의미하는가?

이를 위해서는 우선 미중 전략경쟁 시대의 속성과 본질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이의 발단 과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의 수교와 중국의 개혁개방정책 채택 이후 공식적으로 교역을 시작했다. 그러나 1983년 이후 미국의 대 중국 만성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은 적자에도 불구하고 포용(engagement)정책을 견지하면 중국 사회가 변할 것을 기대했다. 중국 사회가 더 개방되고 제도 개혁이 더 심화되면 중국 시장에서 미국의 경제이익은 물론 무역의 경상수지구조도 개선될 것을 기대했다.

오늘날 시진핑의 중국은 미국의 기대에 역행하고 있다. 미국의 실망은 지난 6-7월 사이에 전해진 미국의 중국 관련 부처의 수장 연설문을 통해 알려졌다. 인내의 한계에 도달한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관세인상을 시작으로 과학기술 탈취와 편취 등에 대한 중국 IT관련 기업에 대한 제재를 이어나갔다. 코로나 사태의 중국 책임론을 공표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 중국 압박 정책을 바이든 신정부도 수용할 태세다.

미국의 대 중국 압박정책의 핵심목표는 중국공산당의 대외적 행위를 교정하는데 있다. 특히 시진핑이 2013년 중국공산당의 권좌에 등극한 후 미중관계를 가치와 이념의 투쟁으로 몰아가기 시작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시진핑은 당시 당간부회의 석상에서 “자본주의는 소멸할 것이며 사회주의가 궁극적으로 승리할 것이다(资本主义最终消亡、社会主义最终胜利)”라고 호언했다.1

이를 위해 그는 19차 당대회 보고서에서 중국이 종합 국력과 국제적 영향력 면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어야하는 사명을 위해 사회주의시스템의 강화를 촉구했다.2 미국과 다른 이념에 기초하여 미국에 견주는 대국을 향한 중국의 대외 행태는 본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중국의 행태에서 국제법과 규범을 종종 무시하는 ‘예외주의’가 대두되고 있는 연유다.3

시진핑의 중국이 미국을 더욱 경계하게 만든 계기는 러시아와의 군사합동훈련이었다. 비록 2007년에 중러 양국의 연합군사훈련이 ‘평화사명’의 이름으로 공식화되었으나 2005년의 첫 비공식 훈련이 도화선이었다. 중국의 연근해와 ‘중해(中海, 중국의 9단선과 1도련선 내의 해역 의미)’방어 강화를 위해 시작된 중러 군사훈련이 미국의 역내 전략이익을 견제하기 위함으로 인지되었다. 미국의 ‘항행의 자유’문제를 수면위로 부상시킨 사건이었다.

또 다른 계기는 역시 코로나 사태였다. 2019년 12월 코로나가 발생하자 2020년 1월 1일 트럼프 내각은 백악관에서 긴급대책회의를 개최한다. 이후 트럼프의 전화부터 다양한 경로까지 수차례에 걸쳐 중국에 역학조사협력을 요청했다. 2월말까지 중국은 묵묵부답이었다. WHO의 합동조사단에 더 많은 미국인 전문가를 포함시키자는 트럼프의 요구도 거절했다. 대신 단 한 명만 허용할 것을 백악관 측에 전했다. 미국이 초당적으로 분개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 사건이었다.4

트럼프 행정부가 시진핑의 중국에 징벌 조치를 가하며 강압적으로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트럼프의 기본적 외교사고가 미국의 가치와 이념을 타협하는 ‘대륙 중심의 현실주의(Continental Realism)’에 기반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세계전략과 세계질서의 비전은 전통적으로 지경학의 전략계산의 지배를 받았다. 이의 예의적인 시기가 닉슨(1969-1974)과 트럼프 정부 시기다.5

트럼프 정부가 중국의 기술탈취사건을 다자기구를 통해 해결하지 못한 것은 전담기관의 부재와 빠른 결과를 원했기 때문이다. 지적재산권 위배 명분으로 WTO에 기소도 가능하지만 재선을 목전에 둔 그에게 시간이 촉박했다. 그래서 화웨이 제재에 대한 미국의 명분은 탈세였다. 현재 국제사회에 사이버안보질서 및 수반 제도가 부존한 상황에서 미국은 국내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산업스파이 등과 같은 간첩 혐의로 기소하는 것은 방첩 명분에서 가능하지만 외교적 후과 또한 무시할 수 없게 한다. 또한 이미 코로나 신약개발 관련 중국의 정보 탈취 혐의로 주 휴스턴 중국영사관의 폐쇄가 예정되었기에 더 이상의 외교적 갈등은 불필요했다.

또한 미국이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가 기존의 자유주의 국제질서 기반과 근간을 흔든다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IT, AI, 5G, Big Data 등의 기술을 악용하는 노하우를 제3세계국가에 전수하기 때문이다. 즉, 제3세계 국가 지도자들이 첨단과학기술을 장기집권과 사회 통제 및 감시의 수단으로 이용함으로써 인류 보편적 가치는 물론 민주주의 가치와 이념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범법행위를 부추기고 있다.6

 

미중 전략경쟁 시대는 신냉전인가(주재우, 2021)7

언론지상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관계를 패권경쟁으로 묘사하면서 새로운 냉전 시대(‘신냉전’)의 개막을 알리고 있다. 이런 언론의 주장이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과연 미중의 전략적 경쟁관계가 패권경쟁으로 향하는지는 국제정치학계의 검증이 필요하다. 국제정치학계가 언론의 표현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이런 과오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중관계를 ‘세력전이(power transition)’이라는 프레임에서 이해하려는 데 있다. 8 세력전이 이론은 패권국과 신흥 부상 세력 간의 국력의 우위가 교차되는 과정에서 권력의 권좌를 유지하려는 패권국과 이를 대체하려는 신흥 세력 간에 전쟁이 불가피한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신흥 세력의 도전 동력은 기존의 국제질서의 지배구조와 제도를 변화시키려는 패권 야욕에 의해 구동된다. 이런 야욕의 대부분이 외교적으로 평화롭게 해결되기가 만무하기에 전쟁이 불가피해진다는 것이 세력전이론의 핵심 논쟁이다.

경제 규모나 군사력 등에서 같이 하드파워 측면에서 미중 간에 세력전이 면모가 나타날 수 있다. 이의 중간과정을 전략적 경쟁의 시기로 규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전략적 경쟁관계가 패권경쟁을 의미하지 않는다. 패권을 위한 경쟁은 기존의 국제질서의 지배구조 내에서 권력 교체를 통해 지배국의 위치에 오르는 것을 지상최고의 목표로 삼기 때문이다. 따라서 패권경쟁은 신흥부상국이 기존의 패권국을 대처해 국제질서의 ‘룰 메이커(rule-maker)’ 지위와 위상을 석권할 의지를 전제한다.

그러므로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관계를 패권경쟁의 성질의 것으로 규정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다. 패권 지위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의지는 확고하나 중국이 이를 대처하겠다는 결의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래 ‘반패권’원칙을 견지하고 있으며 자신도 패권을 노리지 않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미중의 전략경쟁관계는 양국이 상이한 가치와 이념에 근거하여 각자의 국익문제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냉전시대의 미국과 소련 간의 패권경쟁에 비유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미소 양국은 자신의 가치와 이념으로 세력 확장을 통해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패권 야욕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각자의 가치와 이념으로 세계를 통일하겠다는 야망이 있었다. 대신 미중의 전략경쟁관계의 속성은 일방의 행위에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행위를 변화시키기 위해 취한 징벌적 조치에 중국이 대응하는 식이다.

따라서 미중의 전략경쟁관계는 통상적인 개념에서의 경쟁관계가 아니다. 왜냐하면 징벌적 조치와 대응 과정은 ‘나선형 효과(spiral effect)’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즉, 냉전시대의 군비경쟁과 같이 ‘안보 딜레마(security dilemma)’의 결과를 초래하지 않는다. 안보 딜레마의 발생이 가능했던 것은 이를 저지할 수 있는 ‘게임의 룰’, 즉 법규, 규범과 제도의 부존 때문이다.

50년대 후반 이후 미소 양국이 연쇄적으로 체결한 핵무기 관련 일련의 조약은 핵실험에 관한 것이었다. 70년대 초에나 전략 핵무기의 생산과 배치를 제한하는 합의서(SALT, ABM) 정도가 전부였다. 이들이 안보 딜레마를 방지할 수 있는 능력과 효력은 없었다. 이의 검증 절차가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국제질서는 제도, 법, 규범 등을 갖추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오늘날 미중 패권경쟁의 잠재적 무대는 질서의 기초가 부재한 사이버와 우주 공간이다.

미중의 전략적 경쟁관계가 패권을 획득하기 위한 새로운 냉전의 시작이 아니다. 미국이 중국의 행위를 변화시키기 위해 징벌 조치를 취하면 중국이 맞대응하거나 회피하기 위한 일종의 ‘숨바꼭질’ 놀이 중이다.

미중 전략경쟁관계의 본질과 속성이 패권경쟁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냉전시대의 미소 패권경쟁의 것과 비교하면 <표-1>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표-1> 냉전 패권경쟁과 미중 전략경쟁관계(신냉전) 본질과 속성 비교

냉전 미중 전략경쟁관계(신냉전)
목표 상대진영의 세력 확장과 세계대전 발발 억제 상이한 체제와 제도 정권의 행위 변화
목적 진영 가치와 이념의 전 지구적 확산 및 공고화 세계 자유주의 국제질서 및 미국의 리더십 수호
대상 소련 및 동구권 위성국가 중국공산당
체제 양극체제 단극체제
공간개념 대륙 대륙, 바다, 사이버, 우주
전략 봉쇄(containment) 정책

집단안보, 양자동맹

동맹과 ‘뜻을 같이하는 나라(like-minded states) 연대(coalition)

동맹과 동맹 간의 동맹

(intra-alliance)

동맹의 기여와 역할 극대화

전략 사고의 기반 지정학, 지경학 지리학, 지리전략
전술 군비경쟁 가치 기반 다자 협력과 압박
공통점 가치와 이념 지배의 외교적 사고

(출처: 주재우, “미중전략경쟁관계는 신냉전도, 패권경쟁도 아니다”, 중국전문가포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0).

상기한 표에서 나타나듯, 냉전시대의 미소 패권경쟁의 목표, 목적, 대상과 공간 무대는 오늘날 미중 전략경쟁관계의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미국이 중국의 대외적 행위의 변화를 추구하는 의미는 중국의 대외정책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발휘하여 기대하는 결과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작금에 미국이 중국에 취한 징벌 조치가 이를 증명한다. 이런 압박이 결국 중국의 대외정책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쳐 행위 변화를 유인할 수 있다는 전략적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징벌 조치가 양자 차원에 국한된 것이다. 이후 바이든 정부에서는 이를 다자 차원으로 확장시키려는 것이 미국의 전략 구상이다.

미국이 다자 협력으로 전략과 전술을 전환시킬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독자적인 여력과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냉전 초기의 미국은 세계 GDP의 42%를 차지해 공공재를 잠재적 동맹국의 민주진여의 참여와 공산진영의 국가 이탈의 유도하는데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력이 쇠락하면서 탈냉전시기부터 미국의 전략 변화는 불가피했다. 이의 방증이 1990년의 걸프전이었다. 이라크를 상대한 작은 국지전이었지만 미국이 독자적으로 전쟁비용을 감당하기에 역부족했다. 이에 동맹과 우방국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이 사실로 드러난 계기였다.

이후 미국이 자유 국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와 리더십을 수호하는데 동맹국의 적극적 참여가 필수 불가결해졌다. 동맹과 우방국의 더 큰 공헌과 역할을 유발하기 위해 미국은 공공재가 아닌 가치와 이념에 어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다자주의와 다자협력이 미국 외교에 자연스럽게 자리매김하게 되고, 미국의 세계전략의 변화도 수반되었다. 이의 대표적인 결과가 미국의 해외주둔군의 재배치(Global Posture Review)다. 이후 이의 핵심전략인 전략적 유동성, 전방배치와 군사혁신 등이 새로이 등장했다. 동아시아 지역차원에서는 중국의 ‘원양 해군(Blue Water Navy)’사업이 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되면서 이에 대한 방어대비태세가 강화되어야했다. 그 결과는 미일 방위협력지침, 이른바 ‘가이드라인’의 두 차례 수정(1997, 2015년)으로 이어졌다.

 

미중 전략경쟁 시대에 중견국의 외교무대: 미국의 ‘동상이몽’ 다자주의(주재우, 2021)9

중견국의 정의는 다양하다. 현실주의, 자유주의 등의 관점에 따라 개념도 다르다. 그리고 역학구조 내에서 중견국의 위치에 따라 그 정의도 달라진다.10 개념이 어떠한 관점에서 설정되느냐에 따라 중견국의 정의도 달라진다. 그럼에도 이들 다른 학파들이 기대하는 중견국의 역할과 기능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다자주의에 입각하여 외교적 역량과 영향력을 이타적으로 발휘함으로써 국제분쟁과 갈등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하는 이바지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중견국의 무대는 다자기구나 다자협의(협력)체다. 그런데 미중 전략적 경쟁의 심화로 중견국의 주요 활동 기반인 다자주의가 변하고 있다.11

이런 변화와 연계하여 중견국의 위상, 역할과 기능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질문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미중 전략적 경쟁 시대에 중견국이 생존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과거에는 전략이 존재했는가? 중견국이 생존하기 위해 전략은 필요한 것인가? 국가가 자신의 이익과 생존만 지켜내는데 있어 중견국은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중견국으로서 국익과 주권을 수호하는데 중견국만의 차별화된 전략은 무엇이며, 필요한가?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면서 중견국의 역할과 기능, 그리고 의미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각주 다자주의와 다자협력을 강조하면서 중견국에게는 두 개의 새로운 다자무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장으로 기존의 다자협의체 및 협력체의 존재마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유세기간 때부터 전 행정부가 다자주의와 다자협의체를 무시한 정책을 폐기한다는 결의를 비췄다. 이의 일환으로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고, 이란 핵합의를 재생시키고, WTO과 WHO 등의 다자기구를 더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와 동시에 지역전략 차원에서 미국의 전략이익과 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다자협력을 강화할 의사를 밝혔다.

중국 역시 미국과 무역 분쟁과 갈등을 겪으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대응하는 방식이 미국 중심의 이기주의적이고 독선적인 정책임을 비판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중국은 미국의 정책이 세계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으로 그 원인을 미국 우선주의로 설명한다. 미국의 우선주의가 강조되면서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정신을 훼손하는 전략으로 일관한다고 비판한다. 반면 중국은 다자주의에 입각하여 자유무역을 수호하고 다자협력을 통해 국제분쟁과 갈등을 해결하는 입장을 견지할 것을 강조한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주장하는 다자주의와 다자협력의 의미를 보면, 이들은 두 개의 새로운 다자무대를 세계에 제공하고 있다. 이를 간파하지 못한 우리는 중국과의 회담 자리에서 중국의 다자주의 주장에 동의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런 단편적인 사례 때문에 우리 정부의 발언 취지가 중국에 경사된 것으로 오해를 받고 왜곡되었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이 다자주의를 미 외교 의제의 우선순위에 다시 올린 것이다. 그는 유세기간 때부터 전 행정부가 다자주의와 다자협의체를 무시한 정책을 폐기한다는 결의를 비췄다. 이의 일환으로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고, 이란 핵합의를 재생시키고, WTO과 WHO 등의 다자기구를 더 적극 활용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와 동시에 지역전략 차원에서 미국의 전략이익과 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다자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중국은 이런 바이든 정부의 다자주의로의 회귀 정책이나 대 중국 견제전략 강화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중국의 항의가 외교 당국의 고위급 인사에 의해 연쇄적으로 이뤄진 것이 이례적이다. 지난 3월 앵커리지에서의 첫 미중고위급전략대화를 기점으로 4월 이후 양제츠(杨洁篪) 외교 국무위원12, 왕이(王毅) 외교부장13은 물론 르위청(乐玉成)14, 셰펑(谢锋)15 등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까지 나섰다.

이들이 전한 중국의 미중 갈등과 미국의 대중 인식 문제에 공통된 의견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우선 미중 갈등의 근원을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설정한 잘 못된 인식에서부터 출발한데 있다. 그러면서 이들은 미국 정부가 미중 전략적 경쟁관계를 ‘협력, 갈등, 경쟁’ 등 세 개의 관점으로 분류해 나눠서 접근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갈등과 경쟁의 해결 전제가 협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건강한 협력관계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중국 인권 또한 내정의 문제이기 때문에 협력 의제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점을 명확히 했다. 더 나아가 이들은 상호존중의 원칙에 따라 각자도생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미국의 가치와 여론의 보편성을 부정했다.16

두 나라의 주장에서 교집합이 형성된다. 다자주의와 다자협력을 공통분모로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이 주장하는 다자주의의 개념의 내용과 목적은 상당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각자가 추구하는 전략적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두 나라가 각기 다른 목표를 향해 다자주의를 동원하고 있다는 뜻이다. 가령, 중국의 다자주의는 비록 짧으나 나름의 역사와 독특한 특징을 가졌다. 중국이 주장하는 다자주의는 중국만의 고유의 특색을 가지고 있다.

첫째, 중국의 다자주의에 대한 기본 인식이 다르다. 따라서 중국이 다자주의를 이해하는 논리마저 서구와 다르다. 기본적으로 중국은 오늘날의 국제체계와 질서의 핵심 이념을 다자주의로 보고 있다. 다자주의의 흥망성쇠에 따라 인류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는 논리다. 이에 반해 서구의 통념은 다자주의는 인류 보편적 가치, 민주주의 가치와 제도주의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그러나 중국은 다자주의를 수단이 아닌 오늘날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핵심 이념’으로 간주한다.

이런 핵심 이념의 주체를 중국은 유엔에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진정한 다자주의는 유엔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논리다. 즉, 유엔을 떠나서 다자주의를 논할 수 없다는 의미다. 결국 유엔을 국제체제의 핵심 주체로 인식하는 이유다. 이런 국제체제를 유지하는 기초가 국제질서인데 중국은 그 국제질서의 기초가 국제법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국제법에 기초하는 국제질서의 수호를 주장한다. 이의 수단으로 각국과의 협력을 강조한다. 즉, 모든 나라가 앞장서서 공정하게 법치를 엄중히 실천하고 책임을 지는 행동에 집중해야한다 것을 행동 규범으로 제시한다.17

둘째, 중국의 다자주의는 미국을 배제한다. 중국이 주창한 다자협의체의 출범에 미국을 공식적으로 먼저 초청한 적이 없다. 이의 비근한 예로 상해협력기구(SCO, 1996년 출범), 보아오 포럼(2001), 한중일 정상회의(2008),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 회의(CICA, 2014)’ 정상회의와 일대일로 국제협력 고위급 포럼(2017) 등을 들 수 있다.

셋째, 중국이 주도하는 다자주의는 주변지역이다. 중국의 다자협력의 지리적 범위가 대부분 중국 주변지역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의미다. 물론 원거리 국가와도 이를 마다하지는 않는다. 이의 가장 비근한 예로, 중국-아프리카 포럼(China-Africa Forum), 중국-유럽 간에 운영되는 다양한 포럼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실질적으로 다자간의 협력을 주도하는 개체는 지역 차원의 것으로 그 이유를 중국의 전략 목표에서 볼 수 있다.

넷째, 상기한 두 개의 특징에서 보면, 중국의 전략적 목적과 의도를 주변주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배척하려는 전략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건국 이래 일관되게 추구해온 장기적인 국정 최대의 목표 중 하나다. 따라서 이 목표는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지역에 존재하는 기존의 미국 세력 척결이다. 다른 하나는 앞으로 중국 주변지역에 미국의 세력 확장이나 새로운 진입을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다섯째, 중국은 ‘개방(open)적이며 포용(inclusive)적이고 법적 구속력(not legally-binding)이 없는 느슨한(loose)’한 다자주의를 주장하지만 실제로 이와 정반대되는 다자주의를 표방한다. 이는 미국을 배제할 수 있다는 전략적 계산에서 출발한 것이다. 미국은 특히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다자주의에 의미를 두지 않는 관행을 보여 왔다.

미국은 법치주의를 견지하는 나라로서 국제기구가 법적 구속력을 갖추지 않으면 별 흥미를 안 보였다. 그래서 비록 UN 산하기관이나 수많은 조약에 미 정부가 가입했지만 의회가 이를 비준하지 않는 이유다.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기본 조건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특히 지역다자주의를 중국의 원대한 ‘중국몽(중국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 수단으로 인지한다. 즉, 최소한 주변지역을 중심으로 중화질서의 수립을 구현하려는 목표에 발판이 될 수 있는 전략적 계산이 복선에 깔려 있다. 이 경우 ‘같은 하늘 아래 두 태양이 존재할 수 없듯이’ 미국의 존재와 영향력을 배척하는데 지역다자주의의 전략의 초점이 맞춰져야하는 것이다.

이런 중국의 다자주의 전략에 대응하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다자주의 핵심 내용이다. 이전까지 미국의 다자주의가 더 개방적이며 포용적이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국제기구가 되었든 지역 다자협의체가 되었든, 미국은 최대한 모든 잠재적 구성원을 포괄하는 것을 핵심으로 삼았다. 냉전이 시작되면서 설립한 유엔과 그 산하기관, 그리고 WTO에서부터 지역차원에서 추구되었던 수많은 지역개발은행, APEC 등이 이의 방증이다.

그러나 미국의 다자주의가 배타적으로 중국에게 느껴진 이유도 있다. 미국이 회원국을 받아들이는 데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인류 보편적 가치와 미국의 가치를 수용하는 것을 신청자격요건으로 제시한다. 즉, 민주주의, 자유, 인권과 시장경제 등 자유 국제질서의 가치와 이념을 수용할 용의가 있는 나라는 언제든지 환영했다. 반면 미국이 주도하지 않는 다자협의체와 다자기구에 대해서는 그 지배구조가 이런 전제조건을 충족시켰을 때 참여하는 것이 미국의 가입 원칙으로 오래 견지되어왔다.

이의 대표적인 사례가 지역개발은행들이었다. 지역 국가의 주도로 설립된 이들 은행들의 지배구조가 상기한 가치와 이념을 존중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미국의 가입도 결정되었다. 이들 중 미국이 가장 늦게 가입한 지역개발은행은 아프리카개발은행으로 약 20년이 걸렸다. 라틴아메리카를 자신의 ‘후원(後園)’으로 여기지만 라틴아메리카개발은행의 가입도 10년 후에 이뤄졌다. 가장 빠르게 가입한 은행은 유럽개발은행(EBRD)였다. 이 역시 러시아에 대한 차관 및 지원금 문제를 놓고 EU와 협상을 벌였다. 결국 미국은 은행 설립 6개월 후에 가입했다.

오늘날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이 추진하는 다자주의는 그러나 그 성격이 바뀌고 있다. 가치와 이념의 공유해야하는 전제조건은 같다. 문제는 이를 중국이 수용하느냐이다. 냉전 때와 같이 가치와 이념이 중국과 대척점이 되기 때문이다. 즉, 중국과의 모든 경쟁과 갈등의 원인이 상이한 가치와 이념, 그리고 중국이 미국과 이를 공유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최소한 시진핑 시대에 확고해진데 있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의 다자주의 역시 중국과 비슷한 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즉, 배타적이고 비개방적인 성격을 가지는 동시에 가치와 이념의 공유가 관건이 되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이제 ‘누울 자리를 봐가면서 누워야’한다. 다시 말해, 다자주의라고해서 다 같은 다자주의가 아니다. 오늘날 미국의 핵심 다자주의 전략 중 하나가 ‘인태전략’과 ‘쿼드’이다. 미중 전략경쟁시대에서 이들 다자협의체가 중국을 겨냥해서 중국만을 배타한다는 불필요한 오해 소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주장하듯 중국이 자유 국제질서와 보편적 인류가치, 그리고 미국의 가치를 수용하는 입장으로 전환되면 언제든지 환영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대목에 우리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중국이 이를 수용할 의사가 없기 때문에 중국은 이를 자신을 겨냥한 포위망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가면서

미국의 대 중국 강압정책으로 미중 양국의 관계가 전략적 경쟁관계의 시대로 진입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양국의 패권경쟁을 의미하지 않는다. 왜냐면 기존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근간을 훼손할 목적과 이유에서 미국의 대 중국 징벌 행위가 행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기존의 질서 수호와 향유를 위해 중국의 훼손행위에 대한 미국의 인내가 한계에 달하면서 자행된 결과다. 다시 말해,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국공산당이 자신의 행위를 변화할 의지와 의사의 진정성을 입증하면 강압정책을 철회할 용의가 있다는 여지를 남기는 대목이다.

우리는 현재 미중 사이에서 다자주의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이런 입장을 유지하는데 있어 중견국으로서 다음과 같은 전략적 사고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첫째,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수호 의지가 관건이다. 여기서 중국이 미국의 징벌 조치에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명목으로 항변하는 것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의 근간과 가치를 중국 스스로가 폄훼하고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진정한 다자주의이의 기본적인 가치와 이념을 존중하는 것이고 이에 기초하여 성립된 제도를 준수하는 것이다. 진정한 다자주의는 이를 이기적으로 악용하는 행위에 징벌 조치는 필요하다. 사전학적 의미에서 다자주의는 우리와 같은 중견국가가 환영할 만한 외교 전략이자 수단이다. 그러나 미중이 경쟁하는 다자주의가 추구하는 가치의 존재를 우리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지향하는 목표와 그 의도가 무엇인지를 말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정체성으로 미중 전략적 경쟁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양분화를 방지해야한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의 전략적 선택은 한 동안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국익은 우리가 견지하는 가치와 이념의 수호 없이 보장되지 않는 사실을 유념해야한다. 이에 기반한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이유다.

 

 

  1. “关于坚持和发展中国特色社会主义的几个问题”, 『中国共产党新闻』, 2019年 3月 31日. 본 연설은 시진핑이 2013년 1월 5일 신진 중앙위원회 위원, 후보위원이 18대 정신을 토론하기 위한 학습회의에서 전해진 것이다. (这是习近平总书记2013年1月5日在新进中央委员会的委员、候补委员学习贯彻党的十八大精神研讨班上讲话的一部分.)
  2. 习近平, 『决胜全面建成小康社会, 夺取新时代中国特色社会主义伟大胜利』, (北京: 人民出版社, 2017年).
  3. 张锋, “‘中国例外论’刍议”, 『世界經濟與政治』, 2012年 第3期, pp. 82-104; 黃仁偉, “美國例外論 vs. 中國例外論”, 『社會觀察』, 2013年 4月, pp. 8-9.
  4. Bob Woodward, Rage (N.Y.: Simon & Schuster, 2020).
  5. Walter Russel Mead, Special Providence: American Foreign Policy and How It Changed the World (N.Y.: Random House, 2001).
  6. Newt Gingrich, Trump vs. China, (N.Y.: Center Street, 2019).
  7. 본절은 주재우, “미중전략경쟁관계는 신냉전도, 패권경쟁도 아니다”, 『중국전문가포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1년 1월 29일을 발췌한 것임.
  8. 중국의 시진핑도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지난 2017년 제9차 중국공산당전국대표대회에서 드러났다. 그는 연설문에서 오늘날의 국제정세를 ‘세계의 권력 구도에 균형이 이뤄진(国际力量对比更趋平衡)’것으로 평가했다. 习近平, 『决胜全面建成小康社会, 夺取新时代中国特色社会主义伟大胜利』, (北京: 人民出版社, 2017年).
  9. 본절은 주재우, “[주재우의 프리즘] 같은 듯 다르다. 바이든과 시진핑의 다자주의”, 『아주경제』, 2021년 5월 31일에서 일부 발췌함.
  10. Adam Chapnick, “The Middle Power,” Canadian Foreign Policy Journal, Vol. 7, No. 2, 1999, pp. 73-82.
  11. Eduard Jordaan, “The concept of a middle power in international relations: distinguishing between emerging and traditional powers,” Politikon, Vol. 30, No. 1, 2003, pp. 165-181.
  12. “杨洁篪在人民日报撰文: 以史鉴今,面向未来,把握中美关系正确方向”, 『人民日報』, 2021年 4月 29日.
  13. “王毅:明确中方对中美关系的三条底线”, 『新华网』, 2021年 7月 26日; “王毅严厉驳斥美日等干涉中国内政谬论”, 『新华网』, 2021年 8月 5日.
  14. “外交部副部长乐玉成接受美联社专访实录”, 『新华网』, 2021年 4月 18日 ; “外交部副部长乐玉成接受观察者网专访实录”, 『新华网』, 2021年 7月 9日.
  15. “外交部副部长谢锋与美国常务副国务卿舍曼举行会谈”, 『新华网』, 2021年 7月 27日.
  16. “[차이나인사이트] 미국 ‘중국 공산당의 불통·비협조 교정하겠다’”, 『중앙일보』, 2021년 9월 8일.
  17. 秉持放包容心共建人共同体——王毅国务兼外在慕尼黑安全会议国专场视频讲话” 中华人民共和国外交部, 2021年5月25日, https://www.fmprc.gov.cn/web/wjbzhd/t1878714.shtml (검색일: 2021년 5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