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베버의 사상적 계보로서 시민사회의 정치: 역사주의를 넘어서 (2023.12)

2024.01.03
  • 저자 : 최치원
  • 학술지명 : 한독사회과학논총
  • 발행처 : 한독사회과학회
  • 권호 : 33(4)
  • 게재년월 : 2023년 12월

초록: ‘계급의식적인 부르주아’ 시민 베버의 시민사회의 정치는 역사주의의 위기 상황에서 이를 정치적·실천적으로 넘어서려는 시도의 산물이다. 그것은 가장 포괄적인 의미에서 역사주의 위기를 가져왔던 두 정신적 장본인들인 맑스와 니체가 시도했던 것과 같은 새로운 ‘히스토리(Historie)’를 제시해 준다. 베버의 시민사회의 정치는, 역사주의가 제공해 줄 수 없었던 맑스와 니체의 방법적 계기들을 내재화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베버는 ‘역사학파의 자식’이었지만 헤겔과 특히 맑스의 문제의식을 수용하여 자신의 시민사회의 정치를 재구성하고 이를 통해 전체 역사의 상들(Bilder)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하였으며, 새로운 시대적 요청에 맞추어 정치의 가치와 의미를 보존하려고 했다. 사회와 정치를 바라보는 베버의 고유한 사상적 ‘원천’은 시민사회의 정치에서 그 구체적인 내용을 갖춘다. 그의 시민사회의 정치는, 시민사회를 정치사회와 동일시한 자연권이론·사회계약론의 전통과도 무관하며, 종교적 심성의 나이브한 정치적 해석의 결과물로 이해되어서도 안 된다. ‘미국화된 낭만주의 버전’인 파슨스화된 베버를 통해 포착되는 도덕적인 윤리의 인간과 정신의 인간을 통해서 그리고 토크빌이나 밀식의 창의적 개인주의와 버바의 ‘참여적 시민문화’ 및 이것의 다른 표현인 푸트남의 ‘사회적 자본’과 접맥되어 포착되는 시민사회의 정치는 베버의 사상을 단순화시키고 천박하게 만들고 오도하는 것이다. 미국의 학문적·지적 풍토에서는 그러한 파슨스화된 베버의 낭만주의적 시민사회의 정치가 충분히 가능할 수 있지만, 이론적 그리고 실천적 냉철함을 가진 베버가 이런 나이브하고 허술한 시민사회의 정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한 시민사회의 정치는 기껏해야 베버와는 관련이 없는 Zivilgesellschaft로서 시민사회의 정치로 귀결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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