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 in Love 2기 C조 강원택 교수 인터뷰

임혁, 김규진, 김예진, 이현웅 2021.09.26

평화와민주주의 연구소 인터뷰 팀 ‘폴인러브’ C조는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에게 전공과 관련된 다양한 진로를 소개하기 위해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강원택 교수님을 만나보았다. ‘폴인러브’ C조는 교수님의 삶과 연구물들을 살펴보면서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이 궁금해 할 내용을 위주로 인터뷰 질문을 작성하였다. 한국정치와 정당, 그리고 선거 분야에서의 상당한 권위자로 인정받는 그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와 평화의 가치는 무엇일까?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강원택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지리학 학사를 지내고, 서울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 석사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런던으로 넘어가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2010년에는 한국 정당학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현재 자신의 모교로 돌아와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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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폴인러브(Pol In Love)> 사업팀입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에서 한국정치, 선거, 정당을 가르치고 있는 강원택입니다. 여러분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

 

  • 먼저 교수님의 삶에 대해서 질문 드리고자 합니다. 교수님께서 학부생 때는 지리학을 전공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정치학을 박사까지 공부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시대적 환경의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원래 사회현상에 대한 관심은 많았어요. 그런데 80년대 초 굉장히 혼란스럽고 사회적 갈등도 격한 상황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고민을 했어요. 결과적으로 그때 생각했던 결론은 ‘결국 정치의 문제인 것 같다’라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정치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시민들은 어떻게 변해야 하고, 그것이 정치과정에서 어떻게 반영되어야 할까 등의 고민이요.

지리학에서 다루는 불균형이나, 주거환경 등 공간의 문제도 중요했지만, 그 당시로서는 결국 정치가 우리 사회를 바꾸는 데 주목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그러면서 정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 교수님께서는 런던정치경제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셨는데, 유학을 결심하신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특히 해외 유수 대학 중 LSE 정치학과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유학을 고민하는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제 경험이 조금 독특해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서울대학교에서 석사, 박사과정까지 수료했습니다. 수료하고 민간 기업의 경제연구소에서 2년 정도 일도 했었습니다. 그때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던 것은, 직장을 다니면서 박사를 했기 때문에 충분히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무렵에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정당정치와 관련된 궁금증이었어요. 당시에 방법론적으로 합리적 선택이론 관련된 논의들이 많았던 시점이었는데, ‘집권의 가능성이 없는 제3당에게 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왜냐하면 합리적 선택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그것이 전혀 합리적(rational)이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죠. 그 케이스(case; 사례)가 당시 영국의 제3당이었던 자유당 케이스였어요. 매우 흥미로웠기 때문에, 이 케이스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영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유학이 그 기간 동안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기회가 된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다만, (이미) 했던 공부 과정이 일정하게 반복되는 측면이 있었어서, 시간의 문제 등에 대한 고민은 있었습니다. 학자금 관련된 부담도 있었고요. ”

 

  • 교수님은 특히나 한국정치 분야의 상당한 권위자이신데 이러한 연구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교수님의 최근 연구 관심 분야도 궁금합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선거와 관련된 연구를 가장 많이 했습니다. 제가 97년에 들어왔는데, 그때가 (사람들이) 선거연구에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학문적으로도 선거연구 2세대 학자들이 많이 들어온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선거 관련된 논의도 많고 그랬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지역주의 정치 시대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논의가 지역주의로 모두 설명되었습니다. 제가 그때 대통령 선거, 이회창-김대중 선거를 보면서,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념적으로 투표나 선거행태가 설명이 안 될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유럽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 훨씬 더 특별하게 보였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호남, 영남에 산다고 해서,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다 같은 정치적인 생각을 갖는다는 것이 말이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처음 해봤던 것이 이회창 지지자와 김대중 지지자의 성향을 비교해보는 그런 작업을 해봤습니다. 그러니깐 차이가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이념적인 차이가 있다는 발표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 발표했었을 때, 학계에서는 ‘뭐 재밌는 이야기네.’ 정도의 반응이었습니다. 그러다가 5년 뒤에 노무현 후보가 등장했던 2002년에 그것이 확 터져나왔습니다. 사실은 그 전부터 잠재되어 있던 여러 가지 요소들이 지역주의가 약화되니까, 3김 이후의 시대를 맞아 2000년대부터 터져나왔다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이 당시 한국에 와서부터 보였습니다. 그런 것이 되게 재밌었고, 그래서 선거 관련된 연구, 특히 이념과 관련된 작업을 초기에 많이 했었습니다.

요즘에는 계층 관련된 변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아직까지는 아주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측면이 있습니다. 계급배반투표 이야기도 하고 그랬는데, 여전히 주목하고 있는 것이 선거 관련해서 계층적인 요소의 영향, 정당이 동원을 하고 있지 않은 것인지, 아직 자각이 안 된 것인지, 혹은 다른 요인으로 인해 덮어져 있는 것인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정치사 분야를 요즘에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이 다뤄지지 않았던 시대에 대한 이야기, 예를 들면 제5공화국이라든지 제헌국회라든지, 중요하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학문적 논의가 많지 않았던 그 시기에 대한 작업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

 

  • 교수님은 언제부터 ‘교수’라는 직업을 꿈꾸셨는지, 그리고 교수가 되고자 하신 계기가 무엇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학부 때, ‘나 나중에 뭐 먹고 살지?’ 이런 고민을 하잖아요. 그 리스트에 교수는 없었어요. 대학 졸업할 때까지 ‘단 한 번도’ 나는 교수가 돼야겠다고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그만큼 공부하지도 않았고요. 회사를 갈까 하는 생각은 잠깐 했었고, 기자가 될까 하는 생각은 진지하게 했었어요. 그런데 공부할 생각은 정말 없었어요.

석사는 조금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정치학 공부를 조금 더 해보자는 것이었지, 그것이 진지하게 교수가 되겠다 하는 생각은 아니었어요. 석사 공부를 했는데, 마지막에 논문을 제출하면서 조금 아쉬움이 있더라고요. 그러던 중, 옆에서 가족들이 박사과정 시험을 한번 보라고 부추겼어요. 그래서 마지막 날 원서를 내고 지도교수님께 박사과정 시험을 보겠다고 하니깐 지도교수님께서 눈이 커지시더라고요, “네가?” 이런 느낌이었어요.

시험을 봤는데 덜컥 합격이 되었고, 그렇게 공부를 하다가 흘러 흘러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요즘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학생들이 ‘나는 몇 살이 되면 무엇이 될 것이다’라는 생각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게 계획대로 삶이 흐르는 것 같지는 않아요. 뜻밖의 기회에 또 다른 형태의 기회를 얻어서 다른 형태로 가기 때문에, 지금 제일 고민이 많을 때죠. 불확실성이 가장 크니까요. 그런데 불확실하다는 것은 뭐든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자기가 되고자 하는 길을 너무 정해놓고 무엇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꼭 좋은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학생들에게 많이 하는 이야기는 “너 자신을 믿어라”라는 이야기에요. 자신을 믿고, 하고 싶은 것, 내가 좋아하는 것, 그것이 대체로 잘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것을 언제 깨닫는지는 (사람마다 시기가) 다른 것이죠. 저는 대학 들어가서 공부를 하면서 제가 공부를 좋아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재밌더라고요. 늦게 깨달은 것이죠. 그러니깐 너무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에요. ”

 

  •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교수님께서 요즘 즐기시는 개인적인 취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코로나 시대에 학생들이 했으면 하는 것들을 여쭙고 싶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개인 시간이 많아지긴 했습니다. 모임이 줄어서 술자리도 많이 줄었고, 전반적으로 혼자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혼자서도 산에 자주 가는 편이고, 가끔 강변에서 자전거도 타고, 클래식이나 옛날 재즈 음악도 즐겨 듣고, 요즘에는 커피 로스팅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여름에는 한국 옛날 소설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어요. 저는 한국 정치사를 균형감 있게, 당시의 정치적 맥락을 살려서 써보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그러려면 그 당시 삶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60-80년대 소설들을 보면, 그 당시 시대적 삶에 대한 내용이 많이 녹아 있으니깐, 그런 것도 요즘 틈나는 대로 많이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술도 많이 먹고요. (웃음). 가장 최근에 읽은 것은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과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입니다. 그런 것들이 사회과학적 상상력을 자극해주는 경우가 있어요. ”

 

  • 서울대학교에서 주로 ‘한국정치론’, ‘정당론’, ‘선거연구’ 등의 강의를 개설하시는데, 이에 관해 아쉬움은 없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추가로 개설하고 싶은 강의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한국정치는 중요한 과목이죠. 저는 한국정치를 비교정치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한국적 특수성에 대한 것만 접근하려고 하는 가능성이 높은데, 그러면 비교적인 형태로 한국의 모습을 보기 어려운 것이죠. 그렇게 되면, 외국 사람이 “한국 왜 이래?”라고 물을 때 “그냥 우리는 원래 그래. 우리는 특별해”라고 하면 사실 아무런 답이 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비교정치적 관점에서 한국정치를 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제 강조점입니다.

그 다음에, (한국에서) 정당론에 대한 논의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미국에서 공부하신 학자들이 많은 것이 한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요. 왜냐하면 (미국에는) 두 개의 정당이 있고, 적어도 연방정치 차원에서 또 다른 정당이 등장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변화가 없으면 그것에 대한 학문적 관심도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공화당과 민주당은 미국에서 일종의 institution(제도, 관습)이 된 것이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고, 계속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은 유럽적인 다당제의 형태에서 나왔던 여러 가지 논의가 많이 있어야 하는데, 그만큼 충분하게 이뤄지진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정당론 교과서도 하나 준비하고 있어요.

선거는 오랫동안 제가 많이 해왔던 작업이기 때문에, 이론적인 것, 그리고 한국적인 맥락에서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해서 많이 연구하고 있어요.

사실 제가 학부 과정에서 원하는 것은 학생들이 (과제연구를) 직접 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에요. 예전 2012년 정당론 시간에 당시 총선과 대선이 있어서, 학생들에게 조별로 주제를 정하고 현장에 가서 인터뷰 및 취재하라는 과제를 냈던 적이 있어요. 그리고 그것을 ‘강원택과 정당론 수강생 지음’으로 책을 냈는데, 저는 그런 류의 작업들을 할 수 있었으면 해요. ”

 

  • 정치학 공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어떤 소양이나 준비가 필요할까요?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현대 정치학 연구의 트렌드는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한국적인 흐름은 바뀔 수 있고, 방법론도 많이 바뀌니 그것은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흐름대로 가면 될 것 같습니다.

정치학도로서는 일단 사회현상에 대한 관심이 첫 번째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공부의 출발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살고 있는 공동체에 대한 관심, 보다 나은 공동체의 삶이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 결국 기본적으로 사회현상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하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모든 정치학의 고민은 한 공동체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인 것이죠. 그런 고민을 하려면 현상에 대한 애정 있는 관찰이 필요한 것이죠.

저는 신문을 보라고 많이 합니다. 신문은 (작일에) 있었던 우리를 둘러싼 삶의 모습을 기록한 것이죠.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 대한 모든 기록들을 매일 정리한 것이기에, 그것을 종합적으로 봄으로써 그만큼 세상에 대한 이해도 넓어질 수 있고, 관심도 커질 수 있고, 지식의 폭도 굉장히 커질 수 있는 것이죠.

요즘에는 핸드폰을 통해서 뉴스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되면 내가 보고 싶은 것이나 재밌어 보이는 것만 보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꼭 종이 신문을 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요. 역사에 대한 책이라던지, 소설이라던지, 그런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고, 어떤 현상에 질문을 갖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그런 질문이 있어야 어떤 주제에 관심도 가지게 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자신만의 답도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결국 돌아가면, 사회현상에 대한 관심, 우리 공동체에 대한 고민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그동안 정치학을 공부하고 연구해오시면서, 현실정치에 몸담고 싶다고 생각하신 적은 없으신가요?

“그런 제안과 권유가 여러 차례가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별로 고민이 되지 않았어요. 그런 것을 잘하시는 분들이 있고, 저는 제 역할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은 학생들 만나서 같이 이야기 나누고, 강의하고, 토론하고, 궁금한 것을 논문이나 책으로 내는 것이에요. 저한테는 그게 더 편하고 즐거운 일이에요. 그래서 그 부분은 고민이 많지 않았어요.”

 

  • 현실 정치인들에게 내년 대선에 있어 어떤 점이 화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대선 후보보다는 일단 공직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가 느끼기로 2016년 촛불 이후에 젊은 세대에서 현실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아요. 저는 굉장히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이준석 현상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세대가 조금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제일 중요한 것은 ‘공적인 마인드(mind)’와 관련된 것 같아요. 행정고시를 준비하든, 로스쿨을 준비하든, 혹은 다른 방법을 통해 공공성을 가지고 있는 자리를 가고 싶은 사람들이면, 왜 자신이 그 자리를 가야 하는지 본인에게 스스로 꼭 물어봤으면 해요. 만약 사회적 성공을 위해서 가고 싶다고 한다면 그것은 아닌 것 같아요. ‘왜 꼭 나여야 할까?’. ‘내가 한다면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을까?’, 혹은 ‘나는 이런 것을 바꾸고 싶다’ 등의 고민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없으면, 우리가 지금 보고 만족스러워하지 않는 다른 정치인들, 관료들과 여러분이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에요. 적어도 한 번쯤은 자신이 왜 그 자리에 가고 싶은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대한민국의 평화 및 민주주의를 위해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교수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평화와 민주주의는 외교와 정치 각각의 목표라고 할 수 있죠. 결국 국가라는 공동체가 어떻게 잘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죠. 대외적으로 안전을 유지하고, 내부적으로 질서 있는 사회적 삶이 이뤄진다는 것이 결국 평화와 민주주의겠죠.

그것은 결국 공동체의 이야기인데, 과거의 우리나라는 국가가 중심이 되었던 시스템(system)이었어요. 무섭기까지 한 강한 국가였죠. 사실은 소위 박정희 패러다임이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죠. 그런데 지금 세계화가 되었고, 한국 사회도 민주화가 되었고, 민간 부분의 역량도 굉장히 커졌고, 세계적으로 변화를 추동하고 있는 것은 민간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활력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는데, 시민들이 스스로의 몫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저의 표현으로 하면, “국가의 시대에서 시민의 시대가 되었다”라고 생각을 하고, 과거와 달리 시민들이 공동체와 관련해서 역할을 해야 하고 문제들도 해결해야 하죠. 제도적으로 본다면 과도한 국가의 개입이나 규제,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현행 대통령제는 다 고쳐야 하는 것이죠.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권한과 중앙정부의 권한도 다 분산해야 하는 것이죠.

한편으로는 끌고 나가려고 하는 주체인 시민들이 변화해야 할 부분도 있는 것이죠. 내가 기여해야 한다는 것, 내가 참여해야 한다는 것, 내가 공헌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첫 번째입니다. 또 하나는 나와 같이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 배려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깐 저 사람과 나는 생각이 서로 다를 수 있지만, ‘나는 옳고 저 사람은 그르다’, ‘나는 선이고 저 사람은 악이다’ 이러면 공동체의 유지가 어려워지는 것이죠. 그런 배려와 관용, 다양성에 대한 인정, 다름과 차이에 대한 존중, 이런 것들을 우리가 어떻게 고양할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시민이 이끌어나가는 시대는 한편으로는 제도적인 측면에서 국가에 몰려있는 권한과 권력, 시스템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고 (이는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와 ‘서울 공화국’의 해체에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겠죠), 또 한편으로는 시민들이 어떻게 그 역할(변화의 추동력이 되는 것)을 감당할 수 있도록 만드냐 하는 것입니다 (결국 시민교육에 대한 문제일 수 있겠죠). 그 두 가지가 지금 이루어져야만, 평화와 민주주의로 상징할 수 있는 우리 정치 공동체의 보다 나은 삶, 보다 나은 상태에 대한 기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 마지막으로 교수님의 꿈과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좋은 연구물을 내고 싶다는 욕심은 모든 연구자들이 있겠죠. 사회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롭게 우리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연구물을 내는 것이 제가 하고 싶은 것이고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동안 사실 고려대 정외과가 한국정치에서 많은 중요한 역할을 했었죠. 뛰어난 인물들도 많이 배출했고. 그런데 (고려대 정외과 학생들뿐만 아니라) 요즘 젊은 학생들을 보면 조급하다는, 그리고 너무 불안해한다는 느낌을 굉장히 많이 받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자기 자신을 믿고, 자기가 좋아하고, 자기가 꿈꾸는 세상을 향해서, 뚜벅뚜벅 한 걸음씩 걸어나갔으면 좋겠어요.

정치학이나 외교학은 공공성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공적인 마인드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것이 다른 어느 학문보다 정치외교학이 줄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공성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 사람은 어느 분야에서든 상당히 뛰어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훌륭한 리더로 여러분들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를 위해서 나를 믿고, 지금 열심히 준비하고, 그리고 한번쯤 더 공공성에 대한 고민을 꼭 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귀한 자리에 여러분을 만날 수 있게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