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 in Love 2기 A조 이미숙 문화일보 논설위원 인터뷰
평화와민주주의 연구소 인터뷰 팀 ‘폴인러브’ A조는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에게 전공과 관련된 다양한 진로를 소개하기 위해 이미숙 문화일보 논설위원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미숙 논설위원은 1991년 문화일보 창간때 입사, 청와대,외교부,통일부 출입기자로 활동하며 외교안보,남북관계,한미동맹 관련 기사를 주로 써왔다. 워싱턴특파원(2003~2006),국제부장(2012~2017)을 거쳐 현재 논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1. 현재 하고 계시는 일을 포함해서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1991년에 문화일보에 입사하여 2017년부터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맡고 있는 이미숙입니다.
2. 프로필을 보면 1991년 문화일보에 입사하여 2017년부터 논설위원을 하신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언론계에 종사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대학교 때부터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리고, 이를 분석하면서 사회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교수가 되거나 시민단체에 속하여 사회적 발언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저널리스트로 여러 현장에서 당국자들과 만나면서 우리나라에 대해 고민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90년도에 석사 논문을 쓰면서 자료를 찾다가, TV로 뉴스를 보거나 라디오를 들으면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현재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기자가 되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을 다루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학문의 길만으로는 제 호기심과 열정을 채울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3. 긴 언론인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무엇이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2009년 3월 미국의 여성 저널리스트인 로라 링, 유나 리의 북한 억류를 단독 최초 보도한 사건이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이 두 기자들이 북한 취재를 하려다가 억류된 상황이었습니다. 이 사실은 퍼즐 맞추기를 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당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취임하고 처음으로 조찬 토론회를 하는 날이었는데, 마침 같은 고대 교수님이었던 한승주 전 장관님이 떠올라 안부 전화를 드렸습니다. 안부를 주고받는 중에 한승주 전 장관님이 전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미국 여기자들이 북한에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후 전화를 마무리하고 인터넷을 뒤져봤는데 미국 여기자가 북한에 억류됐다는 소식이 없었습니다. 한국 주재 외신 기자들에게 물어봐도 모르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평소 친하게 지내던 주한 외교소식통에게 문의를 한 결과 해당 정보가 팩트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에도 전화를 해서 크로스체크를 마친 뒤 첫 보도를 냈습니다. 보도가 나가자 중국, 북한은 물론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까지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해 3월부터 8월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이 특사로 방북해 두 여기자가 석방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기사를 써서 관훈클럽 최병우 국제보도상까지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전직 고위인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외신을 항상 봐야 하며, 취재원이 흘려서 이야기하는 말까지도 놓치지 않고 담아내는 능력 등이 그 기사의 교훈이었습니다.
4. 현재는 논설위원을 하고 계신데, 위원님께서 생각하시는 논설위원의 자질이 무엇인지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현안에 대한 통찰력이 필요합니다. 논설위원이 되고 난뒤 아산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아산플레넘에서 월터 러셀 미드라는 미 외교전문가를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그는 논설위원이 된 저에게 “팩트의 세계를 졸업해서, 오피니언의 세계로 들어온 것을 축하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건조하게 사실을 전달하는 기자와 달리, 논설위원은 현안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을 바탕으로 사회에 통찰력을 제시하는 일입니다. 오피니언에서 쓴 내용이 훗날 사실과 동떨어진 글로 판명날 수도 있지만, 현재 상황 속에서 주어진 사실을 기반으로 통찰력을 제시하는 일이 논설위원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5. 위원님께서는 이전 정권에서는 집권 세력의 오만을 비판하셨고, 현재는 현 정권의 무능을 비판하셨던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인으로서의 유능함의 기준, 혹은 정치인으로서의 소양이 있다면 무엇을 들 수 있을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먼저 보수든 진보든 명확한 국가관이 있어야 됩니다. 아울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발전해가면서 시장경제를 훼손하지 않고 국가의 부를 늘리며, 국제적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확장해나가는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외교 방향은 맞았지만 국정교과서 파동과 같은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었고 중국 텐안먼 망루에 오르는 실책을 범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본적이 없는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청와대와 정부주요기관의 요직을 독점해 문제가 큽니다. 제왕적 권력을 피하기 위하여 공화제의 원칙을 엄수하며, 자유와 민주주의 균형을 맞추는 정치인이 옳다고 봅니다.
6.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통령을 뽑는 3가지 기준이 있다면 무엇을 들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국가관, 소속 당, 정책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국가관에 관하여 자유민주주의와 공화정을 지키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특히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력한 응징과 보복을 통해 도발을 억제하려 해야 하고, 이를 위해 동맹과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소속 당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봐야합니다. 당 차원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를 준수하고 발전시키려 하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당지도부가 당을 사회운동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유권자가 감시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후보자의 정책을 꼼꼼히 분석해 자신에게 맞는 후보를 투표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7. 근래 한국 언론을 둘러싼 비판적인 여론(가짜뉴스, 기레기, 정파성 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아울러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언론인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나 태도는 무엇인지 위원님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평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문이 한 쪽의 입장에서 비판을 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다만 대상을 불공정하게 비판한다면 지적을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8. 대한민국의 평화‧민주주의를 위해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제질서를 지키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로버트 케이건(Robert Kagan)은 저서 ‘밀림의 귀환(The Jungle Grows Back)’에서 미국이라는 유일 강대국이 자유주의 국제질서라는 정원을 가꾸면서 1국 1표의 평화로운 UN체제를 구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 인류가 가장 평화로운 시기를 보내고, 경제적으로도 빈곤층이 제일 줄어들었으며, 나라의 크기와 상관없이 동등한 결정권을 국제무대에서 행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이라는 정원사가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이 책을 읽고 우리나라를 돌아보니, 한국이야말로 가장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잘 활용하여 성장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0년대초 1인당 GDP가 100달러도 안 되던 국가가 어느덧 1인당 GDP 3만달러 국가가 된 배경엔 자유주의 질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깨지면 한국이 발전해나가는데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잘 가꿔온 자유주의 국제 질서 정원이 조폭과 침략자들이 날뛰는 정글이 되지 않도록 한국이 자유진영 국가들과 힘을 합쳐야 합니다.
9. 논설위원님의 앞으로의 꿈이 궁금합니다.
국가와 사회에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공부하며 글을 쓰고 싶습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스(Bret Stephens)가 최근 칼럼에서 기자를 “고귀한 전문직(Noble profession)”으로 표현한 것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언론은 많은 어려움에 빠져있지만 좋은 저널리즘이 좋은 사회, 좋은 나라를 만든다는 신념으로 끝까지 치열하게 공부하며 사력을 다해 글을 쓰고자 합니다.
10. 마지막으로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고려대와 연세대의 습성을 다 가졌으면 합니다. 제가 대학교는 연세대(교육학과 81학번)를 다니고 대학원(대학원 정외과 88년 입학)은 고려대를 다닌 축복을 받았는데, 각 학교 구성원의 성향이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 연세대는 선후배간 자유로운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초면엔 반말도 자제하고, 서로의 생각을 부담 없이 공유하는 환경이었습니다. 반면 고려대에 처음 왔을 때는 나이나 학번을 기준으로 서열관계가 쫙 지어져서 이상한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한편으로는 선후배간 협력이 잘 되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고려대 특유의 끈끈한 선후배간 단결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율성과 책임을 충분히 누리는 연세대의 습성까지 두루 갖추는 학생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