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 in Love 1기 B조 신범철 박사 인터뷰
평화와민주주의 연구소 인터뷰 팀 ‘폴인러브’ B조는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에게 전공과 관련된 다양한 진로에 대해 소개하기 위해 정치외교학 분야에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신 신범철 박사님과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폴인러브’ B조는 박사님께서 하신 기존 인터뷰와 서적을 찾아보며, 기존 질문과 겹치지 않으면서도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에게 진로와 인생에 대한 조언을 담을 수 있는 인터뷰 질문을 작성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박사님과 크게 외교/안보와 법에 대한 질문을 여쭤본 후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에 대한 조언, 그리고 박사님의 ‘꿈’에 대해 여쭤보았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신범철 전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1970년 충청남도 천안시에서 태어나 북일고등학교와 충남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법학 석사와 조지타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 박사를 지냈다.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 대한민국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 외교부 정책기획관, 국립외교원 교수,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을 역임하며 외교, 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활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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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정책연구원, 국립외교원 교수, 경제사회연구원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일이 가장 흥미로우셨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연구소뿐만 아니라 정부 기관, 국방부, 외교부 등에서 근무를 해 봤는데 각각의 활동 모두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연구소에서는 시간의 여유가 있어 원하는 공부를 많이 할 수 있는데 반해, 정책권 일을 했을 경우 실행이 잘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정책 결정자들이 받아들였을 때만 정책이 실현되기 때문이에요. 반대로 정부 기관에 있을 때는 외교부에서 국장으로서 일 했는데, 충분히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없지만 하는 일 하나하나가 정부의 행동이 된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정부 기관에 있었을 때 보람이 더 있었습니다.”
–국립 외교원 교수로서 많은 외교관들을 양성하셨는데, 박사님께서 생각하시는 외교관의 중요한 자질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외교원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모두 어려운 시험 과정을 거쳐 외교관이 되는 준비 과정에 있기 때문에 전부 출중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것을 가르칠 때 빨리 알아듣고 개개인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국가관’입니다. 똑똑한 사람들이 자기가 잘 되기 위한 과정으로서 외교관을 꿈꾸는 게 아니라, 본인이 나라를 위해서 하는 일 중 관심 있는 영역이 외교이기 때문에 외교관을 희망하는 사례가 더 많았으면 합니다.
외교관 생활도 매우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은 ‘외교관’이라 하면 조인식이나 연설과 같은 화려한 일들만을 떠올리지만, 실제 외교관 업무의 대부분은 사무실에서 보고서를 쓰는 것과 같이 힘든 일이 많습니다. 그런 힘든 일들을 잘 이겨내고 훌륭한 외교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명 의식, 즉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언어 능력과 이해력, 사회 전반에 대한 풍부한 지식도 중요하지만 외교관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바로 ‘소명 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사님께서는 “신중하게 외교 원칙을 수립하고 그 추진에 있어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외교가 확고한 방향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과 개인적 차원에서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국가 이익을 잘 식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지 그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외교 기조를 가지고 외교 정책을 집행할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국가 이익의 흐름을 잘 따라가는 외교가 필요한데, 그 흐름은 크게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보호의 3가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이 흐름들을 바탕으로 국가 이익을 잘 식별하고 그 이익에 따른 우선순위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으로 개인적 차원의 노력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사실 외교는 국가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개인이 참여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개인들은 적극적으로 한류를 세상에 알리거나, 공공 외교의 참여 일원으로 활동하며 외교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 국제 상황에서 우리나라 외교가 추구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어려운 상황일수록 민주주의와 인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결국 그 기저에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가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들은 이에 기반해서 각자의 창의력을 발휘하고, 평화와 번영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 무대에 있어서도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를 잘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가 간의 양자 관계를 놓고 보면 자유민주주의와 같은 가치를 식별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 관계, 한미 관계 등 양자 관계에서 우리는 더욱 기본 질서를 굳건히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국제 상황에서는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를 잘 정착시키는 것이 국익에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한의 문제이자 국제 사회의 중요한 쟁점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나라는 북한에 대한 외교정책을 수립할 때 북한과 국제사회 중 어느 것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히려 이런 질문이 외교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함정이 될 수 있습니다. 북한과 국제 사회 중 무엇을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지에 중점을 두는 것은 올바른 접근이 아닙니다.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먼저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와 시장 경제, 인권, 그리고 경제적 번영을 중심을 두어야 합니다. 그 후 북한이 우리에게 어떤 도전 요인을 가지고 오는지, 또는 우리가 그런 질서를 지켜나감에 있어 미국, 중국, 국제 사회가 어떤 도전을 가해 오고 있는지 따져본 후 그 도전을 하나씩 극복해 나가야 합니다. 지금 북한이 우리에게 던지는 도전은 엄중합니다. 이는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대한 도전일 수도, 평화에 대한 도전일 수도 있습니다. 국제 사회와 같은 경우엔 다양한 차원의 도전이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엔 자유민주주의적 질서나 인권에 대해서는 한국과 동일 선상에 있지만 때론 경제적 분야에서 우리에게 큰 도전을 던집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는, 우리의 물건을 미국에 수출할 때 과도한 관세를 부가하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에는 한국이 중국에 대해 정치적으로 인권 문제를 제기하거나,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억제를 강화할 때 우리를 압박해온다는 도전이 있습니다. 이렇듯 대한민국은 여러 도전들에 종합적으로 대응하며 나가야 합니다. 따라서 북한이냐, 국제 사회냐를 개별적으로 따지기보다는 우리의 가치에 누가 더 큰 도전을 제기하고 있고, 그 도전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에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답변하자면 현재 우리의 가장 큰 도전은 북한으로부터 오기 때문에 국제 사회와 힘을 합쳐 북한을 공격하고 압박하기보단, 북한의 도전을 완화시키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외교학과의 많은 학생들이 로스쿨을 진학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법을 공부할 때 어떠한 자세를 가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로스쿨을 간다는 것은 사실 더 큰 세상을 나아가기 위한 한 분야의 전문적인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로스쿨을 준비하는 많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자기의 꿈을 펼쳐라, 그리고 그 꿈을 너무 법조계에 국한해서 두지 마라’ 입니다.
그리고 로스쿨을 간다는 것은 로스쿨에서 자기가 가고자 하는 영역에서의 법률 지식을 쌓고 졸업해서 그런 일들을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로스쿨을 가도 법조계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컨설팅 회사 등 다양한 영역이 있으니 판사 검사에만 너무 집중하시진 않으셨으면 합니다. 덧붙여 판사 검사 쪽으로 가려는 학생들은 사익보다는 공익을 더 중시하는 태도를 가지고 로스쿨에서의 공부에 임해줬으면 합니다. 적어도 공적인 영역에 서 법률을 다루는 사람들은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공익을 중시하는 것이 좋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기희생도 어느 정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박사님께서는 한국 법대와 외국 로스쿨에서 국내법과 국제법을 공부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중에서 국제법과 국제 안보를 전공하시게 된 계기와 두 가지 법의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국내법과 국제법의 차이점은 주체에 있습니다. 국내법의 주체는 결국에는 많은 개인이 될 수 있고, 법인이 될 수도 있고 국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다양한 주체들이 있고 그 주체들이 자기에게 적용 되는 다양한 법률 생활 속에서 생활을 하는 것. 그리고 그 기본은 권리와 의무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국제법으로 넘어가면 국제법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주체입니다. 그렇기에 국가가 아닌 개인들은 국제법의 적용 대상으로서 상당히 예외적인 주체가 됩니다. 즉, 국제법에서의 주체는 기본적으로 국가 대 국가이고, 개인이 할 수 있는 영역은 상당히 예외적입니다.
제가 국제법을 공부하게 된 이유는 북한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북한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국내법이 적용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국제법이 적용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이견이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견은 북한의 지위에 대한 차이로 인해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우리 헌법상 북한이 대한민국의 영토의 일부지만 국제적으로는 이미 유엔에 가입한 유엔 회원국으로서, 즉 국가로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 점을 고려할 때 국제법을 알아야지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었고, 그래서 저는 국제법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의 평화‧민주주의를 위해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남의 의견을 들어주는 자세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민주주의가 발전한 나라에서의 국회의 모습을 통해 유추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의가 어느 정도 발전한 나라들은 국회에서 열띤 토론을 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정책에 대해 논리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이 나타나는 것이죠. 이런 과정이 생각이 다른 의견을 듣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평화의 영역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대북 정책을 놓고 한미 동맹 정책 등 다양한 정책에 대해 토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의견을 듣고 자신이 논리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더 논리적으로 준비해서 추진하거나, 또는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수용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의가 발전하는 길이고 그것이 국가의 수준을 높여서 결국 평화, 번영 등 우리나라의 국익을 실현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은 점들이 연속돼 만들어진 선’이라는 말과 같이, 박사님이 ‘점’이라고 생각한 경험이 지나고 보니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 경험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의 경우 처음 국방연구원이라는 곳을 우연치 않게 갔습니다. 거기서부터 일한 것들 하나하나가 모여서 오늘날의 저를 만들어 놓았다고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여러분들도 지금 대학 생활 하나하나가 점처럼 보이지만 졸업하는 순간 돌아보면 선이 되었음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여러분이 하는 일이 여러분의 인생의 점이 되고, 먼 훗날 선이 된다고 생각하시면서, 그러한 선을 오늘도 여러분이 만들고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으시면 좋겠습니다.”
–박사님의 과거의 꿈과 현재의 꿈 그리고 앞으로의 꿈이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계속해서 같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외교안보 전문가로서 대한민국의 평화, 번영, 국가 안보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으로 살아왔습니다. 앞으로도 제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한민국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국가 안보를 위해서 계속해서 일하려고 합니다. 저의 경우 중간에 좌절도 있었지만, 결국 일관성 있는 길을 가다 보니까 만족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학생 여러분도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 길을 가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장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길을 꾸준히 걷다 보면 스스로 만족하는 순간이 어느 순간 온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 길을 걸어왔다는 것에 상당히 만족해하고 있고 현재 제가 하고 있는 일에 자부심이 있습니다. 그게 참 행복한 것 같습니다.”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예전에 고려대학교 법대 강의를 했을 때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때 저는 국제법 개론을 강의한 적이 있습니다.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는 학생들은 첫 번째로 무엇을 해야 하지 라는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정치, 로스쿨, 시민단체, 취업 등 다양한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계시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여러분들에게 해 드리고 싶은 말은 자신감을 가지시라는 겁니다. 원하는 일 모든 것을 해도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일관되게만 밀고 나가면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지금 길을 잘 걷고 있으니까 여러분이 하고 싶은 일들을 일관되게 조금 오랜 기간 추진해 보세요. 반드시 성과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