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암 연구 워크숍 #7] 4차산업혁명시대 일본: 도전과 기회

2021.11.24

 

  • 일시 : 2021.11.1 (월) 15:00~16:30
  • 장소 : Zoom
  • 주제: “4차산업혁명시대 일본: 도전과 기회”
  • 사회 : 박홍규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발표:  윤태성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토론:  이승주 (중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 이기태 (통일연구원 평화연구실장)

2021년 11월 1일, 고려대학교 평화와 민주주의연구소 제 7회 지암(芝巖) 연구 워크숍이  “4차산업혁명시대 일본: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발표 1 ·중 기술패권경쟁에서의 일본: 도전과 기회 (윤태성,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현재 일본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처한 현실은 다음과 같다. 미국의 기술 수준을 100으로 보았을 때 일본의 기술 수준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2018년 일본은 미국의 87.9% 수준으로 기술격차는 1.9년이었다. 2020년에는 기술 수준은 87.3%이며 기술격차는 2.0년으로 더 벌어졌다. 한국과 중국이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꾸준히 줄이고 있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이렇게 일본의 기술이 뒤쳐진 배경에는 크게  네 가지가 존재한다.

첫째, 일본은 과도하게 높은 품질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높은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는 기술은 매우 가치가 있다. 그러나 시장의 요구 수준을 과도하게 넘어서는 과잉 품질이 문제였다. 이러한 일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품질 수준을 낮추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카이젠 활동이다. 카이젠은 일상 업무에서 작은 개선을 거듭하는 활동으로 현장에서는 같은 설비를 사용하면서 생산량을 2배로 하기 위해 설계와 제조 공정을 수정했다. 그리고 고품질 제품과 브랜드를 구분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같은 라인에서 품질 수준이 다른 제품을 만들어도 비용 절감 효과는 별로 없기에 실패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둘째, 기술에 집착하면서도 시장을 도외시하는 일본 정부의 특성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주도해서 개발하여 2002년에 운용을 개시한 슈퍼컴퓨터인 지구 시뮬레이터의 사례는 기술과 시장이 동떨어진 개발 현장을 잘 보여준다. 당시에 처리 속도 세계 1위를 기록하며 핵융합 시뮬레이션도 쉽게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일본 기술에 놀란 미국은 지구 시뮬레이터를 추격하기 위해 IBM 등을 주축으로 개발에 착수했다. 하지만 일본의 컴퓨터는 시장에서는 아무 영향이 없었다. 세금을 투입해서 개발했다는 이유로 기업에 개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사용하고 싶다는 요청이 있어도 기상 예측과 지구 온난화 영향 조사에 한정되었다. 시장이 없으니 기술개발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방법도 없었다. 시장이 외면하니 기술도 인기가 시들었다. 2009년 이후 일본에서 슈퍼컴퓨터 개발 분위기가 퇴조했다. 일본의 과학기술 예산은 2000년도부터 4조 엔 전후를 유지한 반면, 미국은 평균 15조 엔, 2010년대 들어 미국보다 앞선 중국은 20조 엔을 넘게 투자하고 있는 것을 보면 대조적이다.

셋째, 제조업도 기술자도 모두 고령이다. 첨단 제조 현장에서 근무하는 기술자가 일본의 제조업 현장을 방문해서 보면 매우 놀랄 숩밖에 없다. 도입된지 수십 년이 지난 오래된 장비를 수십 년 동안 근무한 기술자가 다룬다. 그런 상태에서 높은 정확도를 자랑하는 부품을 제조한다. 높은 세계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제품도 제조한다. 일본 제조업은 90퍼센트 이상이 중소기업이며 이들 기업이 보유한 시설은 대부분 수십 년 이상 지난 중고품이다. 그렇게 낡은 시설을 사용하니 결국 생산성도 낮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대량 생산이 어려우니 정밀 작업이 필요한 제품을 소량으로 제조하며,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현장에서는 인력이 부족하고 기술 전승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숙련공이 은퇴하면 새로운 기술자를 채용하기 어렵게 되어, 일본의 중소기업들은 기술이 있지만 기업을 이어받은 후계자와 기술자를 확보할 수 없어서 폐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넷째, 기술과 시장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가 약하다. 미국에서 1982년에 시작된 SBIR (Small Business Innovation Research) 제도는 벤처와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였다. 연구자는 언제든지 연구 주제를 제출하여 채택이 되면 최대 15만 달러의 연구비를 받고, 연구를 진행하고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실현이 가능하다고 평가되면 최대 150만 달러의 연구비를 추가로 받는다. 그리고 2년 후에 상용화에 성공하면 3단계로 진행하고, 제품이 완성되면 정부에서 우선 조달하여 기술과 시장을 연결하였다. 이러한 미국의 제도를 본따, 일본 역시 1999년에 일본판 SBIR 제도를 도입했지만 그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 했다. 그 이유는 미국의 과학 행정관처럼 기술을 이해하고 시장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연구지원 기관에는 연구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중개자가 없고 그저 행정 관료만 존재하여 기술과 시장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가 약하여 미국과 같은 제도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성과로 이어지지 못 하였다.

다섯째, 기술과 시장을 이어주는 방위산업이 약하여 기술을 군민겸용으로 활용할 수 없다.  군대는 거대한 시장이면서 패쇄된 시장이다. 일본 제조업의 불만 중에는 기술을 군사용으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있다. 세계 각국은 기술을 군민겸용으로 개발하는데 일본에서는 군사 혹은 군대라는 용어부터 터부시하고 있다. 군민겸용 기술은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확장하는데 유리하다. 일본에서는 미국의 미국 국방고등기술계획국(DARPA)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여전히 실현되지 않고 있다.어느 나라든지 무기 체계에는 그 시대에 가장 앞선 기술을 사용하고 싶어 한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기 체계에 사용하는 기술은 군민겸용이 기본으로 군용으로 개발되었다가 나중에 민간에서 이용하게 된 사례들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터넷과 GPS다. 이 기술은 1958년에 군사용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 만든 기관인 DARPA가 개발했다. 여기서 개발된 군사용 기술은 시간을 두고 민간용으로 사용되었다. 애플이 사용하는 대화형 인공지능인 시리도 처음에는 군사용으로 개발되었다. 그러나 이에 반해, 일본은 군민겸용 기술을 개발하기 어렵고 방위산업 기반도 약하다. 일본에는 미군 기지가 많으며 자위대는 미국 무기체계에 의존한다. 그에 대한 증거로 미국의 대외군사판매(FMS)로 수입하는 방위 장비품은 수입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 일본 기업이 생산하는 방위 장비품은 감소하고 있다. 또한 시장이 확장되지 않으니 방위 장비품 제조에서 철수하는 기업이 많아지며 일본은 이런 상황에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 방위 장비품의 해외 이전은 2014년부터 가능해졌지만 수출 실적은 거의 없다. (중략)

 

토론 1 이기태(통일연구원 평화연구실장) 

  • 미중패권경쟁 상황에서 일본의 외교전략 기조

– 일본은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 중국에 대한 미국의 공세에 협력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임. 특히 제2차 아베 정부(安倍晋三)의 정책기조를 계승한 스가(菅義偉) 정부 및 기시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기본 입장은 큰 변함이 없으며 오히려 2021년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보다 더 미국에 접근하려는 모습을 보임

– 하지만 일본은 중국과의 적절한 관리도 고려하면서 중국과의 극한적 대립을 회피하고자 함. 대표적으로 2020년 10월 5G 관련 클린 네트워크구상 참여를 보류한다는 입장을 발표함. 일본은 당초 참여할 가능성이 높았으나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방식의 네트워크 참여가 어렵다는 것임.

– 즉 일본은 미중 대립에서 미국에 접근하면서도 ‘중국’이라는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데는 일정한 거리를 두는 ‘현실적인 노선’을 선택함.

 

  • 경제안보의 강화

– 일본은 ‘경제’와 ‘안보’를 연결시키는 차원에서 ‘경제안보(economic security)’라는 전략기조를 확립하고 추진 중임. 일본은 2000년대 초반부터 ‘경제’와 ‘안보’를 결합한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하였고, 최근 미중 기술패권경쟁은 일본의 경제안보 정책 전환의 계기가 되었음.

– 2021년 6월 18일 스가 정부는 경제안보의 기본방침에 관한 ‘경제재정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 ‘성장전략실행계획’을 각의결정하였다. 특히 ‘성장전략실행계획’은 일본정부가 현시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경제안보정책의 하나의 목표로서 기술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기술의 ‘특정’, ‘육성’, ‘보전’이 중요하다고 언급함.

– 또한 ‘전략적 불가결성’의 확보, 기술이전과 기술관리 정책을 수립하려고 함. 즉 국가간 기술 흐름은 자유무역원칙에 맡기고, 기술이전이나 기술협력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제고하며 수출관리와 외자규제 등을 통한 기술관리정책을 실시함. 기술 지정학 차원에서 기술유출 방지에 집중하고 있음.

– 현재 기시다 총리는 2021년 국회시정연설을 통해 외교안보의 기본방침이 되는 국가안전보장전략을 개정해서 경제안보를 최초로 삽입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고, 내각 출범 시 처음으로 경제안보담당대신을 임명함.

 

  • 일본의 대외정책 특징

– 일본의 전통적 외교행태인 ‘전방위 외교(57년 외교3원칙, p.22 유엔에 기대)’ 원칙에 따라 미국, 영국 등 가치관을 같이 하는 서방진영과 협력하면서도 ‘중국 배제’에는 적극적인 동참을 유보함(동맹국 및 다자간 협력틀의 추진).

– 일본 정부 차원의 움직임, 특히 아베 정부 이후 일본 정부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발표문에서도 언급한 제5기 과학기술기본계획(2016) 책정 등이 대표적임.

– 자민당의 움직임을 살펴봐야 함. 자민당의 ‘신국제질서창조전략본부’ 등 미중 패권경쟁 하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다양한 정책연구모임은 향후 기시다 정부의 정책결정에도 일정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됨.

 

  • 한국과의 접점 관련 제안: 미들파워 국가 협력

– 미중 기술경쟁에서 미들파워 국가들 간의 공조 및 협력체제를 구축함. 최근 발표된 EU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도 인공지능을 이용한 중국의 감시기술을 염두에 두고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과 인권에 배려한 첨단기술 이용의 기준을 만드는데 협력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음.

– 한국 역시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법의 지배,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국가들 간의 협력체제를 형성해야 함. 물론 일본 사례에서 보듯이 이것이 중국을 ‘배제’하는 방향이 아닌 이러한 보편적 가치와 제도를 가지고 다자간 협력틀 내로 중국을 연착륙시키는 목적이 되어야 함.

 

  • 발표문에 대한 질문

– p.3, 외국인재 및 근로자 수용 성과는 어떠한지? 일본은 아베 정부 시 국내 고용인력 확충을 위한 ‘이민국가’로의 방향성을 제시한 적이 있음.

– p.4-5, 군민겸용(듀얼 유스): 아베 정부의 추진(2015년 방위장비청 설치, 안보기술연구추진제도), 하지만 일본학술회의 반대 성명(50년, 67년, 2017년)도 있었음. 또한 기술과 시장을 이어주는 방위산업에 전념하는 방산기업이 없다는 것도 일본 방산업의 한계로 작용함.

– p.18, 개인인증기술 관련 문제점: 라인 등 데이터의 중국 내 보관 문제

– p.19, 디지털청 민간인 인재 채용 관련 연봉은 어떠한지? 자위대 사이버 부대 창설과 함께 민간 인재를 채용하려고 하지만 연봉 격차로 인해 어려움이 있음.

 

토론 2 이승주(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1. 일본이 시도하는 변화의 실체와 특징은? 
  • 발전주의의 전통: 변화와 연속성

– 공급 측면의 투입

– 일본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GDP의 4.7%에 달하는 재정을 투입하였는데, 이는 위기의 진앙지였던 미국(5.6%)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선진국들보다 높은 수준이다.

– 더욱이 재정 지원의 대부분을 소비 진작과 같은 수요 측면에 투입한 서구 국가들과 달리, 일본 정부는 GDP의 2.9%에 달하는 재정을 공급 측면에 투입하였다. 공급 측면에 투입된 재정 지출의 규모가 미국 1.1%, 스웨덴 0.5%, 독일 1.4%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일본의 산업정책의 전통이 2000년대 이후에도 유지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이다. (Kalinowski 2015).

– 코로나 19에 대한 대응에서도 일본의 공급 측면 접근의 특징이 지속되었다. 2021년 3월 기준 중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세계 주요국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보다 코로나 19에 대한 대응을 위해 재정 지출의 규모를 확대하였다. 코로나 19 대응 관련 재정 지출의 규묘는 GDP 15.6%로 미국(25.4%)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재정을 지출하였다.

 

2. 혁신 역량 강화: 재정 부담에도 불구하고, R&D 예산 비중 유지 

  • Society 5.0 

–  정책 범위의 확대: 정치변동; 선거제도의 변화, 중간 유권자층

–  connected industries

 

3. 일본의 변화 시도 

  • 산업정책의 귀환: 세계적 추세 

– 미, 중, EU -> Mission-oriented innovation policy: 과거와 차별화된 산업정책

– 일본 -> 신기출; 인프라 업그레이드/ 반도체 산업정책; TSMC 구마모토 공장 설립

 

  • 횡단적 산업정책의 등장 

– 제도적 강화 (과학기술이노베이션본부, 과학기술진흥기구, 디지털청)

 

  • 국제협력: GDPR 적정성 승인; 5G ORAN; 미일 디지털 협정

 

4. 경제안보 대응을 위한 제도화

  • 경제안전보장 담당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