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암 연구 워크숍 #6] 미-중 기술패권경쟁시대 독일과 호주의 전략적 선택

2021.11.14

  • 일시 : 2021.10.28 (목) 17:30~19:15
  • 장소 : Zoom
  • 주제: “미-중 기술패권경쟁시대 독일과 호주의 전략적 선택”
  • 사회 : 이신화 (고려대 평화와 민주주의 연구소장 )
  • 발표: 염광희(독일 Agora Energiewende 선임연구원), 조용성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미-중 기술패권경쟁시대와 독일의 외교/            경제정책”                                                                                                                                                                                                                                        신승휴(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박사과정), “미-중 기술패권경쟁시대에 대한 호주의 대응사례”
  • 토론: 주재우(경희대 중국학과 교수), 박재적(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백선우(고려대 국제대학원 연구교수), 김진원(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2021년 10월 28일, 고려대학교 평화와 민주주의연구소 제 6회 지암(芝巖) 연구 워크숍이  “미-중 기술패권경쟁시대 독일과 호주의 전략적 선택”을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발표 1 미-중 기술패권경쟁 시대와 독일의 외교/경제정책 (염광희, 독일 Agora Energiewende 선임연구원 & 조용성,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미중 기술패권 경쟁시대에서의 독일 외교전략은 한마디로 “미·중 사이 줄타기 외교”로 요약할 수 있다. 주요 강대국에 속하기는 하지만, 국가 경제가 대부분 수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독일은 국제 정세에서 애매한 위치에 속하며, 다른 국가와의 관계 유지를 매우 중요한 과제로 안고 있다. 이에 현재 독일에서는 보수 진영이 주장하는 “강한 미국론”과 진보 진영이 주장하는 “독일 자주론”이 상존하고 있다. ‘강한 미국론’의 핵심은 ’강한 미국이 있어야 자유로운 유럽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에 맞서기 위해서는 미국과 유럽이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의 전체주의가 더욱 위세를 떨칠 것이고 군사력이 강화되서 독일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독일 자주론’은 미국이 중국을 막아낼 만한 강력한 동맹국으로서의 위상을 상실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미국과의 우호 관계를 당장 끊을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미국을 믿고 반중 외교를 펼칠 정도의 확신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메르켈 정권 하의 독일은 유럽연합의 결속력을 강조하면서도 유럽연합이 제재하는 중국과 경제적 수교를 이어나가고, 미국과의 동맹을 끊지 않으면서도 러시아에서 독일까지 이어지는 가스관 공사(노드스트림2)를 멈추지 않고 독일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해왔다. 다르게 표현하면 독일은 미중 갈등 속에서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라는 속칭 ‘안미경중’ 정책을 펼치면서 자국의 이익을 챙겨온 것이다. 중국은 안보 위협이라기보다는 지식재산권 침탈과 불공정 무역관행으로 대표되는 경제적 위협인 반면, 미국은 안보를 제고하지만 그 크기가 줄어들고 있는 경제적 기회(이익)으로 보면서 중국에 대해서는 강온 양면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일례로 독일은 중국 신장 위구르 및 홍콩의 인권탄압과 대만해협의 위기 고조와 관련, 날선 비판을 함과 아울러 통신규제를 강화해 중국 5G 장비업체인 화웨이의 독일 진출을 막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독일의 EU 의장국 6개월 임기가 끝나기 하루 전인 2020년 12월 30일 중국에 진출하려는 유럽 기업들을 상대로 한 불공정 관행의 개선을 요구하면서 무려 7년을 끌어온 협상, 즉 EU·중국 포괄적 투자협정(CAI)을 미국 바이든 행정부 취임 20일 전에 황급히 타결지었다.

 

발표 2 미-중 기술패권경쟁시대에 대한 호주의 대응사례 (신승휴,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박사과정)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되고 중국발 안보위협이 증대하는 상황에서 호주의 외교정책은 규범과 원칙을 강조하고 동맹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향에 맞춰 전개되어왔다. 호주는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발간한 국방백서와 외교백서에서 자국의 핵심 국익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규칙기반 질서 강화’로 규정하고 그에 따라 규범, 규칙, 제도를 강조하는 규범적 외교를 전개해오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규칙기반 질서란, 평화적인 분쟁 해결, 자유롭고 개방된 시장경제, 항행의 자유, 약소국의 권리 보호 등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와 원칙에 기초한 질서를 의미하는데, 호주는 자국이 속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질서가 그러한 규칙기반의 형태로 자리해야 하며, 질서 확립을 위해 미국의 리더십과 중국을 포함한 역내 국가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인식한다. 호주가 규칙기반 질서 보호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먼저, 호주는 규칙기반 국제질서가 지난 반세기 동안 자국의 번영과 안보 그리고 중견국으로서의 영향력을 보장해주었다는 점에서 자국에 이롭다고 여긴다. 둘째로 규칙기반 질서 개념을 외교·국방정책에 활용함으로써 중국을 간접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신호(signal) 효과를 내길 원한다. 마지막으로, 규칙기반 질서 보호를 핵심 국익으로 상정함으로써 미국과의 안보제휴 증대의 정당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미국의 우방국들에게도 안보협력을 위한 신호를 더욱 분명하게 전달하길 원한다. 이러한 이유를 바탕으로, 호주는 미중 간 전략적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져 감에 따라 미중 양자택일을 피할 수 없으며, 자국에 대한 중국의 군사·정치적 영향력 행사가 수용 불가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안보상 ‘미국과 연대하고 중국을 버리는 연미기중(聯美棄中)’이 사실상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 그에 따라 미국과의 양자적 동맹과 미국 주도의 동맹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을 밀어내는 외교전략을 전개해오고 있다. 따라서 호주의 외교정책은 자국이 놓인 구조적 상황, 즉 미중 패권경쟁에 따른 미국의 반중(反中)연대 참여 압박과 중국발 안보위협이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자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자국이 차지하는 위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토론 1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 미·중 기술, 미·중 패권과 같은 이 “패권”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정해야 한다.

– 기술패권?  왜  패권인가?,  패권은 무엇이고 의미하는 게  무엇인가?

– 패권  =  무언가를 장악하겠다는 것;  그럼 기술은  왜?  “무질서이기  때문에”
– 중국,  2019  당대회  때  선언:  세계  무질서의 영역 2개 존재(사이버, 우주)
– 이를 중국이 전부  장악하겠다는 것
– 이제 미국이 나서서 대응하는 것이다. (호주 등 동맹국들과 같이)
–  무질서 상황에서 연대가 불가능한 게, 오히려 무질서이기 때문.
–  미·중국가를 제외하고서는 다 방향을 잃은 상황이다.

 

  • 이 프로젝트에서 4IR 관점으로 대응을 봐야 하는지, 미·중패권을 볼 것인지 방향을 잡고, 이야기를 풀어야 한다.

– 다른 나라들도 다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한국은 이 부분에 있어서 안일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  2019년 화웨이 사태 당시, 한국 정부는 모든 것을 민간기업의 자율에 맡겼고, 이에 관련한 청와대 테스크 포스, 통신관련 전문 기구, 사이버 안보 전담 기구 등이 하나도 없다. ?
 –  그래서 다른 나라들과 달리, 우리는 문제 의식에서 부터 다른 나라와 확연한 차이를 보이며, 특히 본 발표의 호주와 독일의 입장은 분명해 보인다.
 – 중국이 어디서 왜 위협인지, 왜 우리가 신경써야 하는지 등 문제의식을 명확히 해야, 철저하게 국익의 관점에서 대응할 수 있다. ?
 –  그러나 현 한국 정부는 데이터 주권, 안보 등 아무런 개념정립은 커녕 모니터징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문제의 심각성조차 인지하지 못 하고 있다.?

 

토론 2 (박재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 저자가 아래와 같은 점을 논문에 보충하면 좋을 것 같음.
  1. 사이버 위협과 중국 위협론

경제적 불이익과 중국의 강력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호주가 상대적으로 타 국가보다 화웨이 배제를 일찍 결정하고 그 결정을 고수하고 있는데, 사이버 위협 때문이다. 호주 정부는 사이버 안보를 강조하기 위해 2016년과 2020년에 각각 ‘사이버 안보전략 (Australia’s 2016 Cyber Security Strategy)’ 보고서를 발간하였는데, 후자에 의하면 2019년 7월-2020년 6월 1년간 총 2,666건의 사이버 안보 관련 사고가 발생하였다. 1일 평균 6건이 발생한 것인데, 이 중 35.4%는 호주 연방이나 주 정부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7월에 발간된 ‘국방전략 업데이트(Australian government’s Defence Strategic Update)’에서 호주 국방부 산하 정보국(Australian Signals Directorate)과 호주 사이버안보센터(Australian Cyber Security Centre) 등 사이버 보안 관련 조직을 강화하고, 사이버 보안을 위해 AUD 15 billion을 편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호주가 이처럼 외부로부터의 호주의 안보 및 경제적 이익에 대한 사이버 위협을 강조하는 프레임을 구축하고 있으므로, 화웨이 제품에 심어진 백도어를 통해서 호주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에 큰 영향을 미칠 데이터가 중국에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한 화웨이가 아무리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호주의 화웨이 배제는 고수될 전망이다.

  1. 미국 정보 공유체의 핵심 파트너로서의 위상 정립

호주가 화웨이 배제에 적극적인 또 다른 이유는 호주가 ‘파이브 아이즈’의 일원으로서 가지고 있는 구조적 위치와 정체성 때문으로 판단된다. 호주는 미국,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와의 정보협의체인 ‘파이브 아이즈’의 일원이다. ‘신호 정보(signal intelligence)’ 공유를 위해 1946년에 체결된 ‘영·미 안보 협정(UK-USA Security Agreement, UKUSA)’에 캐나다가 1948년에, 호주와 뉴질랜드가 1956년에 가입하였는데, 5국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군사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5국은 서구 민주주의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앵글로-색슨 전통의 국가로 문화적·정치적·언어적 정체성을 공유한다. 2013년 전 미국국가안보국(NSA)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바에 의하면, 전 세계 국가를 도청하는 미국이 다른 파이브 아이즈 4국은 도청하지 않은 등 5국 간 정보공유의 신뢰가 매우 높다. 호주가 다른 파이브 아이즈 국가보다 더 미국에 밀접하게 동조하는 있는 데는 호주가 파이브 아이즈에 더해 미국·호주 동맹의 맥락에서 미국의 최고급 군사 정보 및 자산에 어느 국가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접근해 왔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양국은 냉전 기간 공동으로 위성 정보 수집 기지를 호주의 노스웨스트 케이프(Northwest Cape, 1963년), 파인갭(Pine Gap, 1966년), 누릉가(Nurrungar, 1969년)에 설치·운영하였다. 동 기지들을 통해 미국은 아·태지역에서 군사력을 투사하는 데 필수적인 주요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 미국과 호주 관계의 핵심에 양국의 동맹이 있으며, 동맹의 중심에 양국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위성 정보 수집 기지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냉전 후 누릉가 기지는 1999년에 폐쇄되었고, 노스웨스트 케이프 기지는 호주가 단독으로 운영하게 되었는데, 파인갭 기지는 아직도 양국이 공동으로 운영하면서 통신정보 감청 시스템인 에셜론(ECHELON)을 통해 통신과 인터넷을 감청하고 있다.

  1. AUKUS

2021년 9월 미국, 영국, 호주가 오커스(AUKUS) 안보 협력을 출범시켰는데 오커스 3개국은 사이버·인능지능(AI)·양자 컴퓨팅·수중 시스템 같은 핵심 기술 협력 강화와 안보·정보 및 기술 공유에 합의했다. 이처럼 미국을 비롯한 쿼드 4국은 쿼드를 중심으로 민주주의 국가들의 기술력을 결집하여 경쟁력을 높이고, 연대로 데이터 표본 규모를 확대하면서 다양한 환경의 실험·실습 환경을 만들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궁극적으로 쿼드 국가는 첨단기술과 관련된 국제 규범과 표준 형성에 있어 타 민주주의 국가와 연대하여 세력을 형성하려 할 것이다. 일례로 방산을 위한 미국, 호주, 영국, 캐나다의 ‘국가 기술 및 산업 기반(National Technology Industrial Base, NTIB)’ 협력에 일본, 인도가 합류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토론 3 (백선우,고려대 국제대학원 연구교수)

 

1. 독일과 호주 사례 선정의 배경

미·중 기술패권경쟁은 전세계에 있는 국가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한 현상이다. 그러나 워크숍에서 발표된 두 연구 모두 중 기술패권경쟁에 의해 영향을 받는 여러 국가들 중 왜 독일과 호주 사례를 선정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재하다. 왜 다른 국가가 아닌 독일과 호주를 선택했는가? 독일과 호주의 대응 정책을 살펴보는 것은 왜 중요한가? 독일과 호주 사례에 대한 분석이 우리에게 주는 함의는 무엇인가? 두 연구에서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가 어렵다.

사례 선정 이유를 설명하는 작업은 단일 사례 연구에서 특히 중요하다. 왜 특정 사례를 골랐는지 그 이유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으면 연구의 중요성에 대한 시비에 휘말리기 쉽다. 따라서 독자로 하여금 왜 특정 사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충분히 설득시키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이번 워크숍에서 발표된 두 연구는 한국에게도 매우 중요한 이슈인 미·중 기술패권경쟁에 대한 연구이므로 독일과 호주 사례가 향후 한국의 정책 설정 방향에 어떠한 시사점이 있는지에 관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사례 선정의 이유를 밝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2. 연구 보고서의 목적

연구보고서의 목적이 미·중 기술패권경쟁 시대에서 독일과 호주가 어떤 전략적 대응을 했는지를 분석하고자 하는 것인지, 독일과 호주의 4차 산업혁명 정책을 분석한다는 맥락에서 미·중 기술패권경쟁을 다루고자 하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전자와 후자는 분명히 다르다. 전자는 초점이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경쟁하는 상황에서 중견국인 독일과 호주가 어떠한 전략적 선택을 하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여러 과학기술 분야 중에서도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5G 네트워크나 반도체 등 특정 이슈에 대해 독일과 호주가 어떤 정책을 선택했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연구보고서의 목적이 미·중 기술패권경쟁 시대에서 독일과 호주가 어떤 전략적 대응을 했는지를 분석하고자 하는 것인지, 독일과 호주의 4차 산업혁명 정책을 분석한다는 맥락에서 미·중 기술패권경쟁을 다루고자 하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전자와 후자는 분명히 다르다. 전자는 초점이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경쟁하는 상황에서 중견국인 독일과 호주가 어떠한 전략적 선택을 하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여러 과학기술 분야 중에서도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5G 네트워크나 반도체 등 특정 이슈에 대해 독일과 호주가 어떤 정책을 선택했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반면, 후자는 독일과 호주가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여 다양한 과학기술 정책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미·중 기술패권경쟁이라는 이슈에 대해서는 어떤 대응을 마련하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전반적인 과학기술 분야를 조망하는 것이 일차적인 연구의 목적이고, 미·중 기술패권경쟁은 하나의 작은 소주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두 연구 모두 연구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불분명하다. 연구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정해야만 향후 연구에서 어떤 부분을 덜어내고 어떤 부분을 보충해야 하는지가 확실해진다. 따라서 미·중 기술패권경쟁에 대한 독일과 호주의 대응을 연구의 주요 목적으로 삼을지, 아니면 독일과 호주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분석을 주요 목적으로 삼을지 명확히 제시하기 바란다.

3. 한국에 대한 정책적 함의

두 연구 모두 향후 한국에 대한 정책적 함의 부분에서 ‘연대 외교’를 강조한 점이 흥미로웠다. 여기서 연대외교란 한국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미·중 기술패권경쟁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부분에 대한 논의가 추가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연대외교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이 연대외교를 해야한다는 주장은 매우 현실성이 떨어진다. 단순히 여러 국가가 연대하는 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또 연대의 방법, 즉 국제기구를 통한 연대인지, 독자적인 제도 설립을 통한 연대인지에 따라 연대외교의 성격도 많이 달라진다. 뿐만 아니라, 연대외교의 파트너 국가로 연구에서 제시되고 있는 국가들(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은 모두 기술패권 경쟁에서 이미 중국과의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과연 이들과의 외교가 가능한 부분인가? 이처럼 연대외교와 관련한 많은 이슈들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채 한국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으로 제시되어 있으므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대외교를 펼칠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추가되어야 한다.

둘째, 과연 연대외교는 미·중 기술패권경쟁을 완화시키는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가? 미·중 기술패권경쟁은 이미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으며, 그 강도 또한 심각한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작은 국가들이 모여 어떤 대응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들의 공동 대응으로 과연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 간의 경쟁을 멈출 수 있는가? 연대외교의 성공 사례 등에 대한 분석을 추가하는 방식 등을 통해 연대외교의 실질적 효과성에 대한 분석이 추가될 필요가 있다.

4. ‘동료 압박(peer pressure)’ 용어의 사용

신승휴 연구원의 연구에서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제재에 동참하라는 ‘동력 압박’을 사용했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p. 16). 동료 압박의 사전적 의미는 다수의 의견을 받아들이라고 소수에게 압박하는 행동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동료 압박이라는 표현을 미·중 기술패권경쟁이라는 맥락 속에서 사용할 경우 미국 주도의 제재가 마치 다수의 의견이고, 여기에 동참하지 않는 것이 소수의 의견이라는 것을 가정하는 셈이 되어버린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으며, 신승휴 연구원의 글 또한 이러한 점을 가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동료 압박과 같이 가치 판단이 포함된 용어를 사용하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

 

토론 4 (김진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1.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한 연대의 가능성

□ 두 연구 모두 한국에 대응에 대해서, 한국과 유사한 상황의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압박을 완화하는 방법을 들고 있음

□ 지금과 같은 강대국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중견국이나 약소국이 선택할 수 있는 가능한 방책은, 경쟁의 격화로 인한 당장의 손해를 최대한 지연시키며 분산하고, 향후 경쟁의 양상에 따라 이익을 얻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임

□ 입장을 함께하는 다른 국가와의 연대를 통해 경쟁에서 오는 압박을 감소시키는 것은, 당장의 손해를 지연시키는 한 방법일 것임. 그러나 가능성과 효율성의 측면에서 이러한 연대가 존재할 수 있을지, 이러한 연대가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점이 존재함

– 가능성의 차원에서, 두 연구에서도 지적되고 있듯이, 강대국 경쟁에 대해 나와 유사한 입장의 국가라고 해도, 국가 간에는 다양한 정치적, 경제적 이슈가 중첩되어 있어서 강대국 경쟁의 압박을 완화할 수 있을 만큼의 연대가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임

– 이러한 연대가 가능하더라도, 냉전시기 비동맹 운동의 사례에서 보듯이, 연대 자체가 경쟁에서 오는 압박을 완화하는데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음. (비동맹 운동에 참여했던 국가 중 상당수는 강대국과 동맹을 맺었고, 회원국 간 심각한 분쟁이 있기도 했음)

2. 기술경쟁의 성격과 사례

□ 현재의 기술패권 경쟁은 기술력과 자본력이 상당한 두 강대국과 선진국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기술경쟁의 특성상 초국가적이고 급박한 사안이라고 여겨짐

□ 기술패권 경쟁은 기술의 선점이 향후 기술발전과 무역에도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당장 위협이 되지 않더라도 기민한 대응이 요구될 수 있음

– AI나 양자컴퓨팅과 같은 첨단기술은 어느 정도 기술개발과 데이터 축적이 진행된 이후에는 그 발전양상이 양자역학의 퀀텀점프에 비유될 정도로 급격하고 비약적으로 이루어져 시간이 지날수록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매우 어려움

– 또한 기술표준을 선점하거나, 플랫폼을 선점해서 구축하거나, 시장을 선점한다면, 기술발전을 위해서라도 기존의 표준과 플랫폼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매우 어려움

□ 미국, 영국, 호주 등 기술패권 경쟁에 적극적인 국가들은 이러한 점을 적극 이용하고 있음. 오커스 전후의 영국의 행태를 예로 들어보고자 함

– 영국정부는 2020년 전후로 소규모 원자로에 대한 기술-경제평가를 진행하며 영국 원자로 공급망의 장점과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방안을 연구했음. (National Nuclear Laboratory, 2020)

– 오커스 협정이 발표되고 하루 뒤, 영국은 1억 7,000만 파운드에 달하는 차세대 잠수함 SSN(R)의 기술개발 계획을 발표함. BAE Systems와 Rolls-Royce는 차세대 잠수함의 설계 및 연구를 각각 8,500만 파운드에 수주했음

– 특히 영국의 Rolls-Royce는 현재 핵잠수함 기술 중 핵심인 3세대 가압경수로(PWR)를 생산하고 있음. 미 해군의 원자로 역시 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음

– 또한 오커스에는 핵잠수함 기술이전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합동 능력 및 상호운용성 향상’(joint capabilities and interoperability)이라는 목표를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음

– 미국, 영국, 호주는 전통적 전장(battlespace)인 육해공역뿐 아니라 사이버, 심해, 우주 등 비전통적 전장에서까지 삼국 간 지휘통신 체계, 전투플랫폼 등을 공유하여 비용을 낮추고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음

– 이를 위해서는 사이버, 인공지능, 양자기술 등의 기술협력이 필수적이며, 플랫폼 통일을 위해서는 군사기술 및 장비의 표준을 통일해야 함

– 이렇게 삼국 간 협력으로 발전되고 표준화된 방산 체계는 결국 기존에, 미국의 방산수출 대상인 한국과 일본과 같은 동맹국, 대만과 사우디 같은 국가에게 안정적으로 수출될 것임. 영국은 안보협력, 기술협력을 통한 국내 고용 창출 등 경제적 이익을 확보한 것으로 보여짐

□ 이러한 기술패권의 성격 및 사례를 보아, 유사한 상황의 국가들과 연대를 통해 압박을 완화하는 당장의 방책 외에도 보다 장기적인 전략과 대비책이 필요할 것임

□ 경쟁의 격화로 인한 당장의 손해를 지연시키는 방법으로 국가들과의 연대를 추진하면서도, 이 손해를 분산시키고, 향후 경쟁의 양상에 따라 이익을 얻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임

□ 특히 한국은 호주나 독일과는 다르게, 부존자원이 거의 없고, 정부와 대기업 위주의 R&D가 이루어지고 있음. 통신 주파수만 해도 기타 선진국들과는 다르게 정부가 이동통신 3사에 주파수를 할당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음. 때문에 기술패권 경쟁의 대응에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보다 중요할 것임

3. 정보통신 분야에서의 기술패권 경쟁에 대한 한국의 대응

□ 정보통신 기술에서의 화웨이 장비 퇴출에 대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만 논해보고자 함

– 독일 사례에서처럼 대부분의 국가에서 LTE와 5G가 호환되는 비단독모드(NSA)의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고, 화웨이 장비를 사용 하는 통신사업자의 장비 중 과반 이상(LTE 장비 중 50~65%가 화웨이 장비)의 장비가 화웨이 장비인 실정임

-한국의 경우 LG U+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고 그 비율은 LTE 기준 40%, 5G 기준 30%임

□ 이 기업의 화웨이 장비 퇴출에 정부가 일정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됨. 정부는 화웨이 장비 퇴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음

– 앞서 살펴보았듯이 한국은 정부가 통신망 주파수를 할당하는 등 정보통신 사업에서 큰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음. 또한 현재 한국의 5G 사용비율은 18.2%로 증가했으며, LTE를 포함하면 83.3%의 가입자가 LTE와 5G를 사용하고 있음. 국내에서 사용되는 화웨이 장비가 비단독모드인 것을 감안하면, 정부의 소극적 대응논리는 아쉬운 점이 많다고 할 수 있음.

□ 호주가 안보정보국(ASIO)의 조언에 따라 국가광대역통신망(NBN)에서 공식적으로 화웨이를 배제한 사례처럼 국가가 나서서 특정기업의 제품을 금지하는 것이 부담이 된다면, 일본이나 프랑스의 사례에서처럼 기업들의 화웨이 장비 퇴출을 정부가 유도하거나 최소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됨

– 프랑스 정부는 2019년 법을 개정해 통신사가 5G 장비를 도입할 때사이버보안국(ANSSI)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함. 2020년 8월 화웨이 장비를 명시적으로 제한하지는 않았지만, 기존의 화웨이 장비에 3~5년, 노키아와 에릭슨 장비에는 8년의 면허를 발부했고, 이를 통해 화웨이 장비에 패널티를 준 것임

– 프랑스의 통신사 브이그 텔레콤과 SFR은 2020년 6월부터 LTE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했으며, 그 비율이 각각 47.5%, 52%였음. 따라서 이들은 약 3,000개의 장비를 철수해야 했으며, 이에 대한 보상을 정부에 요구했음. 정부는 거부했지만, 프랑스 최고 행정법원(Conseil d‘Etat)은 기업의 손을 들어줌

□ 영국과 호주와 같이 정부가 적극적으로 화웨이 퇴출을 추진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유도하거나 지원할 방법이 있으며 프랑스와 일본, 독일 역시 이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임

□ 짧은 소견이지만, 한국정부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은, 기술력은 상당하나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중국기업에 열세에 있는 국내 전자, 정보, 통신기업을 돕는 길이 될 수도 있음

– 일례로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화웨이는 2021년 현재 5G장비 시장에서 31.4%를 차지하며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저개발국가의 통신망 구축사업을 많이 수주한 까닭임. 삼성전자는 7.1%로 4~5위를 유지하고 있음

– 그러나 2018년 4분기에는 삼성이 37%로 1위, 화웨이는 28%로 2위였음. 당시 스웨덴의 에릭슨은 27%, 핀란드의 노키아는 8% 였음. 그러나 에릭슨과 노키아는 유럽에서의 反화웨이 기류에 편승해 2021년 현재 각각 점유율 28.9%, 18.5%를 차지하고 있음

– 삼성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5G 시장에서 점유율을 잃었음. 이는 유럽기업에는 기술력에서, 화웨이에게는 기술력은 물론 가격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임. 비단 통신장비 뿐만이 아니라 각종 전자 장비에서 이와 같은 상황일 것임. 첨단기술/정보통신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선전할 수 있는 방법을 시행하는 것은,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정에서 당장의 손해를 피하는 것을 넘어, 향후 경쟁의 양상에 따라 이익을 얻는 방책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