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새내기 유권자를 위한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어렵고 딱딱한 분위기의 성북구 청년 공간, 변화가 필요해
청년 공간을 없애는 것이 아닌, 프로그램의 개선을 통해 청년에게 열린 공간을 마련 해야
청년 공간은 서울시에서 처음 도입한 개념이다. 서울특별시 청년 공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는 ‘청년 공간’을 청년의 활동을 지원하고 청년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청년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하여 조성한 시설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성북구는 서울시 지자체 최초로 2016년에 ‘청년지원 기본 조례’를 입법하며, 청년 시설 (이하 청년 공간)을 청년의 활동을 지원하고 청년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냄으로써 청년 정책의 목적을 달성하는 시설로 정의하였다.
이처럼 서울시와 성북구 모두 청년의 자발적인 참여에 관한 내용을 정의에 포함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성북구 내 청년 공간들에서는 청년의 자발적인 참여가 활발히 이루어지며 그들의 주체성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가?
청년 공간은 청년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나 그 참여는 실질적으로 제한적이다. ‘성북 청년공간’은 ‘성북 청년 정책 네트워크’산하로 이루어진 공간으로써, 청년 정책 제안을 목적으로 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으며 만 19세~만 39세 청년들이 프로그램 기획과 진행을 하고 있다. 청년들이 정책을 제안하기 위해 기획부터 진행까지 참여한다는 점에서 주체성에 기여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러한 모든 활동의 목적이 ‘정책 제안’으로 한정된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실제로 해당 청년 공간 근로자는 “정책이 프로그램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부담을 느끼는 청년들이 많다. 가벼운 마음으로 오기는 어렵고, 프로그램 참여율이 많이 떨어져소수의 사람만 모여서 기획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근로자는 “정책중심으로 이끌어나가다 보니 주제가 한정적이고, 청년들의 실질적인 필요를 채우기 어렵다, 청년 당사자들도 그렇게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비단 위에서 언급한 청년 공간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청년 공간 길이음’의 프로그램은 ‘창업’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다. 창업계획서 작성, 창업 관련 강의, 창업을 위한 공간 대여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 잘 운영되고 있지 않다. 창업에 뜻이 없는 청년들에게는 열린 공간이 아니며, 청년 공간이 아니더라도 창업을 지원하는 플랫폼들이 이미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년들이 찾아가도 문이 잠겨 있는 경우가 많다. 한정된 영역에서 청년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성북구에서 가장 자유로운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무중력 지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청년들에게 시설은 개방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무중력 지대’를 독서실처럼 활용하고 있다. 이에 무중력 지대는 청년 공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고 자체적으로 청년들이 운영의 주체로 참여하는 구조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9년 서울시에서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청년 공간은 청년의 놀자리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을 바탕으로 형성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청년 공간들은 단순히 ‘놀자리’로써 향유하기 어렵다. 성북구 내 대학생 정00은 “청년 공간이 쉽게 갈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대학교 1학년 입장에서 정책, 창업, 취업 등을 고민해야 하는 청년 공간에는 쉽게 방문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청년 공간이 자유로운 분위기를 지니며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변한다면 자주 이용할 의사가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내년 서울시 예산 중 청년 참여 분야에서 44% 규모로 예산을 삭감했다. 청년 공간에서의 특정 인사 반복 채용과 민간위탁 규정 및 협약 위반 등의 절차적 문제가 이러한 예산 삭감의 근거가 되었다. 이로 인해 성북구와 서울시 예산으로 운영되는 성북구 내 청년 공간들은 존립 여부마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청년 공간이 아직 한계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청년에게는 필요하다. 2019년 서울시의회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청년 공간의 필요성에 대해 필요 44.8%, 불필요 14.6%로 필요하다는 의견이 훨씬 높았다. 청년 공간이 청년들에게 필요한 공간이라면, 그 공간을 없애기보다 한계를 인지하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년 공간 근로자는 “공간이 존재해야 프로그램도 존재할 수 있다”라며 청년 공간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청년 공간이 지니는 프로그램적 한계를 개선하여 청년에게 열린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지속적인 관심을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