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새내기 유권자를 위한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반지하 주택 수는 5위, 침수 위험 주택은 33가구? 성북구 침수 위험 가구 관리 실태, 자세히 들여다보니…”
성북구청 관할 침수 위험 주택, 33가구에 그친다?
최근 성북구 정릉동에서 발생한 폭우로 인한 주택 축대 붕괴 사고 현장으로 취재하러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대체 어디까지 올라가나’ 싶은 경사로를 한참 오른 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우이신설선 정릉역까지 돌아가는 길 또한 경사가 심한 내리막길이 대부분이었다. 장마철 침수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지대였다.
서울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서울시가 선정한 침수 위험 가구는 2만 8천 가구이다. 그러나 성북구청 관할은 33가구에 불과하다. 서울연구원의 2023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성북구 내 침수 위험이 높은 반지하 주택 비율이 8~10%로 서울시 전체 자치구 중 5번째로 많으며 침수 위험이 특별히 높은 급경사 반지하 주택 비율이 3번째로 많다. 이러한 통계에 근거했을 때는 이해하기 어려운 수치이다.
서울시가 선정하는 침수 위험 가구, 그 기준에 건축물 상태는 포함되지 않아
침수 위험 가구란 침수 피해에 취약한 가구를 말한다. 침수 위험 가구 조사는 서울시 주택실에서 한다. 선정 과정은 반지하 주택 중에서 중증장애인, 노약자, 아동이 살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세대원 조사, 그리고 도로 노면 상황이나 건축물 위치 등을 고려한 외관 조사 등이 총 4차에 걸쳐 이루어진다. 침수 위험 가구로 선정되면 구청에서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한 특별 관리 조치를 시행한다.
위와 같은 선정 기준의 근거는 무엇일까. 건축물 자체에 문제가 있어 피해를 겪을 수도 있는 가구는 침수 위험 가구로 선정될 수 있을까? 서울시 치수 안전과에 건축물의 문제도 고려하여 선정 기준이 마련되어 있는지 질문했다. “일반적으로 지대가 낮은 곳에 있으면 침수되고 그다음에 배수 설비가 잘못됐을 때 침수되고 …” 답변에 따르면 지대가 낮고 설비가 잘못된 주택, 그리고 취약계층이 사는 가구를 중심으로 기준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건물의 위치나 내부 설비 문제가 아닌 건축물 자체의 문제로 인한 피해 대비책은 들을 수 없었다.
지난해 신림동 반지하 침수 사고를 고려한다면, 가구 구성원뿐 아니라 건축물의 지대나 경사 등 건축물 자체가 침수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건축물을 기준으로 하지 않았을까? 현재 지역 주택의 침수 위험성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는 중증 장애인, 고령자, 아동이 있는 가구들을 먼저 고려한다. 건축물의 침수 위험성은 건물이 위치한 지형 등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다양하게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서울시 치수 안전과에서 마련한 기준에 따라 서울시 주택실에서 개별적인 가구를 조사하고 있다. 서울시가 침수 위험 가구를 선정하고 나면, 각 자치구에서 해당 가구를 관리한다. 그러나 일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고, 서울시와 각 자치구가 침수 방지시설 설치와 동행 파트너 배치 등 정책 시행에서의 예산을 분담할 뿐이다. 건축물 자체의 상태가 주택의 침수 위험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더 나은 관리 및 선제 조치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 축대가 붕괴한 주택 옆 가파른 경삿길 ⓒ 박세인
성북구, 급경사 반지하 주택 많이 분포…관리 방식 변화해야
올해 7월 서대문구 한 주택가 인근에서 폭우로 인해 토사가 무너져 20세대가 대피한 일이 있었다. 서울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빗물의 정체, 역류로 인한 침수가 주로 발생하는 저지대 완경사 지역과 달리 급경사 지역은 급류, 토사, 산사태에 의한 침수 위험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경사 15도 이상 지역에 위치한 반지하 주택은 전체 반지하 주택 중 15%를 차지하며 종로구, 서대문구와 함께 성북구에도 많이 분포하고 있다.
가구 구성원을 기준으로 취약성을 따지는 현재 관리 방식은 폭우 피해가 ‘사건’이 아닌 자연재해에 의한 ‘사고’라는 점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건물 설계상의 문제나 경사로 아래에 위치한 반지하와 같이 건물 구조상 침수에 노출되기 쉬운 경우를 일차적으로 조사하는 것이 인명 재해 대비에 훨씬 적합하다. 게다가 서울시에서 선정한 가구만 구청에서 관리하는 방식은 이러한 취약점을 보완할 필요가 두드러지게 한다. 시에서는 노약자 가구원 등록 현황을 통해서 먼저 관리 대상 가구를 추리기 때문에 현장 방문을 통해 자세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구청의 자체적 관리 방식에 비해 실질적 도움을 가져다주기 힘든 상황이다.
현 기준은 거주 중인 세대원과 주택의 위치를 중심으로 고려했다. 하지만 건장한 성인도 침수 피해를 겪을 가능성이 충분하고, 지대가 높아도 물이 들어차는 경우도 있었다. 건축물 자체의 결함으로 인한 문제에도 집중해 주민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행재단이 후원하고 고려대학교 평화와 민주주의연구소가 주관한 “새내기 유권자들을 위한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 함께 만드는 우리동네 뉴스” 사업팀의 공동 성과입니다.
* 본 기사는 오마이 뉴스를 통해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raw_pg.aspx?CNTN_CD=A0002954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