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강좌 시즌9] 1강 자유란 무엇인가?
2024년 10월 17일(목), 성북구 평생학습관이 주최하고 고려대 평화와 민주주의 연구소 및 정치외교학과가 주관하는 2024 시민강좌 <정치학이 바라보는 일상과 세계>의 아홉 번째 강의가 고려대학교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강의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의 김병곤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이날 강의는 자유의 개념과 민주주의의 관계를 탐구하며 이사야 벌린의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개념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였습니다. 자유는 시대와 맥락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며, 이는 토니 블레어와 이사야 벌린의 대화 시도,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반복된 자유의 강조를 통해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자유는 하나의 고정된 정의로 설명되기 어렵고, 정치와 민주주의 내에서도 다양한 관점이 상호 충돌하며 논쟁을 일으킵니다.
이사야 벌린은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라는 두 가지 자유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소극적 자유는 외부의 간섭이나 제약이 없는 상태를 뜻하며, 개인이 선택을 방해받지 않을 때 비로소 자유롭다고 봅니다. 미국 헌법에서 표현과 종교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 이러한 소극적 자유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반면, 적극적 자유는 자신의 삶을 자율적으로 통제하는 능력으로 정의합니다. 이는 개인이 자신의 진정한 주인이 되고자 하는 욕구와 관련됩니다. 그러나 벌린은 적극적 자유가 전체주의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였습니다. 루소의 “자유롭게 강제한다”는 개념을 예로 들며, 국가가 개인을 계몽하려는 명분으로 통제를 정당화할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벌린은 소극적 자유를 홉스의 철학과 연결하며 법이 금지하지 않는 영역에서 인간이 자유롭다고 설명하는데, 홉스에게 자유는 타인의 간섭이 없는 상태로 정의됩니다. 법의 침묵이 자유의 조건인 것입니다. 반면 루소는 자율적인 존재로서 공동체의 법에 복종하는 것을 진정한 자유로 봅니다. 그는 개인의 자아실현과 사회적 책임이 조화를 이룰 때 진정한 자유가 성립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는 자유가 개인적인 권리의 문제가 아닌 공동체와의 관계 속에서 실현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때문입니다.
적극적 자유에 대한 반론도 제기됩니다. 찰스 테일러는 벌린의 소극적 자유 개념이 단순화되었다고 비판하며, 진정한 자유는 단순히 외부의 간섭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자아실현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테일러는 개인의 자유가 단순한 기회 제공에 그치지 않고 자기 절제와 내적 성장과 같은 능력을 필요로 한다고 보았습니다. 애덤 스위프트도 소극적 자유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형식적 자유(법적 허용)와 실질적 자유(자원과 능력의 확보) 사이의 차이를 설명합니다. 그는 개인이 진정으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려면 정보와 교육이 필수적이며, 사회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벌린의 자유론은 냉전 시대의 정치적 맥락에서 소극적 자유를 강조한 점에서 이념적 편향이 있었다는 비판을 받지만,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는 상호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두 개념 모두 중요합니다.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외부 간섭의 최소화뿐만 아니라 자율적 선택을 위한 사회적 조건이 마련되어야 하고, 이러한 포괄적 자유 개념은 민주적 참여와 복지 등 다양한 요소와도 긴밀히 연결됩니다. 따라서 현대의 자유론은 단순한 소극적 자유를 넘어 자율성을 포함한 더 넓은 자유를 추구해야 하며, 이는 시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유를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