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강좌 시즌9] 포퓰리즘과 민주주의의 점진적 후퇴
2024년 11월 14일 시민강좌에서 김남규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점진적으로 후퇴하고 있으며, 이는 군사 쿠데타나 명백한 부정선거와 같은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라 민주적 과정에서 합법적인 방법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주주의 후퇴의 특징은 행정권력의 초집중화와 사법부 및 입법부의 견제 기능 약화, 언론 통제, 시민사회 억압 등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헝가리에서는 오르반 총리가 선거법 개정과 사법부 장악 등을 통해 권력을 집중화하였으며,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친정부 엘리트 육성과 언론 장악으로 민주적 제약을 강화하였습니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 또한 대법원의 권한을 약화시키며 우경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민주주의 후퇴에는 포퓰리즘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포퓰리즘은 단일한 이념이라기보다는 사회를 “순수한 인민”과 “부패한 엘리트”로 구분하며, 정치적 전략이나 양식으로 기능합니다. 이는 반엘리트주의와 반다원주의, 인민중심주의를 특징으로 하며, 지도자 중심의 권력 집중화를 촉진합니다.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은 대중적 감정을 동원하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자신을 “인민의 유일한 대변자”로 자리매김하면서 언론과 소수자를 배제합니다. 이러한 특성은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다원성, 소수자 보호라는 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양극화와 경제적 불안 또한 민주주의 후퇴를 가속화하는 요인입니다. 당파성이 강한 환경에서는 유권자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지도자의 비민주적 행동을 용인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지도자에 대한 제재를 어렵게 만들어 권력 남용을 초래하게 됩니다. 동시에 경제적 불평등과 세계화로 인한 경제적 불안정은 민주주의 성과에 대한 시민들의 만족도를 저하시킵니다. 이는 신생 민주주의 국가에서 더욱 두드러지며, 부패와 정치적 불안정이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정치적 양극화와 팬덤 정치가 심화되고 있으며,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독식의 정치 구조가 민주주의의 약화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법화된 정치와 포퓰리즘은 권력 집중화를 가속화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결국, 민주주의의 후퇴와 포퓰리즘은 서로 얽혀 있으며, 정치적 양극화와 경제적 불안 속에서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제도적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의 정치 문화와 경제적 구조 변화에 따른 복합적 현상으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보다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