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강좌 시즌 9] 8강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와 식민지 근대화론

2024.12.05

2024년 12월 5일 시민강좌는 이규정 박사(평화와 민주주의연구소)의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와 식민지 근대화론” 강의가 진행 되었습니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는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까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격동적인 시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이 드라마는 개인과 국가가 겪은 비극적 역사를 조명하며, 단순한 오락물 이상의 역사적 통찰을 담아냈습니다. 특히 위안부, 731부대, 제주 4.3사건 등 민감하고 논쟁적인 주제를 다루며, 역사적 진실과 인간 존엄성을 탐구하는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개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 최대치, 윤여옥, 장하림, 안명지 등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식민지와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 속에서 조선인이 겪은 집단적 고난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최대치는 일본군에 징집된 후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목격하고 여러 군사 조직을 거치다 북한 인민군으로 활동하며 비극적인 최후를 맞습니다. 윤여옥은 위안부로 강제 동원된 후 독립운동 정보원으로 활약하다 최대치를 만나 함께 피난길에 오르지만, 결국 슬픈 결말을 맞이합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개인적 서사가 아니라, 역사 속에서 억압받고 희생된 수많은 조선인의 삶을 대변합니다.

특히 731부대는 드라마에서 일본 제국주의의 잔혹성을 대표하는 사례로 묘사됩니다. 이 부대는 일본 관동군 소속으로, 생체실험과 생화학 무기 개발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극대화했습니다. 이들이 자행한 비인간적 실험은 전쟁이 가져온 비극의 극단을 보여주며,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성과 폭력성을 고발합니다. 또한, 일본군의 무리한 전략과 비합리적인 조직 문화는 임팔 작전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일본군은 보급 부족과 악조건 속에서도 무리하게 작전을 강행하며 막대한 희생을 초래했습니다. 이는 일본의 군국주의적 체면 문화가 낳은 비극이자, 제국주의의 실패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해방 이후 드라마는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의 활동을 통해 친일 청산의 실패를 고발합니다. 반민특위는 일제강점기 동안 친일 행위를 한 인사들을 처벌하려 했으나, 정치적 방해와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활동이 제한되었습니다. 특히 이승만 정부의 방해로 반민특위는 결국 해체되었으며, 친일파는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채 새로운 권력 구조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는 오늘날까지도 한국 현대사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드라마는 또한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시합니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일본이 한국의 근대화를 이끌었다는 주장이지만, 이는 착취적 식민 지배를 미화하려는 시도에 불과합니다. 일본의 산업화는 조선의 근대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조선의 노동과 자본은 일본에 의해 철저히 착취되었고, 노동운동은 억압받았습니다. 또한, 일제강점기의 산업화 성과는 해방 이후 한국 경제에 지속적으로 기여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미국의 지원과 자생적 노력으로 경제 성장이 이루어졌습니다.

결국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는 단순한 역사의 재현을 넘어, 과거의 비극적 사건들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을 제시합니다. 드라마는 역사의 무게를 실감하게 하며, 정의와 기억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식민지와 전쟁이라는 폭력 속에서도 인간이 어떻게 존엄성을 지키고 살아갈 수 있는지를 탐구하며, 오늘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되새기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