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새내기 유권자를 위한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담배연기 자욱한 대학가, 흡연자와 비흡현자의 공존을 위한 길은?”
지난 7월, 성북구 소재의 한 대학 에브리타임(익명 커뮤니티)에 비흡연자의 분노가 담긴 장문의 글이 게시되었다. “흡연부스가 있는데, 왜 학생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목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인가. 또 교내 흡연부스의 수가 적고 공간도 비좁아 학생들은 자체적으로 ‘비공식 흡연구역’을 지정해서 흡연을 하던데, 왜 하필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에 지정을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인가.”
해당 게시글에는 “학교가 지정한 공식 흡연 구역 아닌가”라고 말하며 그들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댓글도 있었지만 “개방적인 공간일 뿐더러 환풍기나 재떨이도 없이 그저 벤치와 자판기가 설치되어 있는 평범한 학생 공용 이용 공간이다. 흡연자들이 만든 문화를 정당화하며 타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지 않나” 라며 불편한 기색을 표하는 이들도 존재했다. 해당 게시글을 둘러싸고 순식간에 익명 키보드 전쟁이 벌어졌다.
성북구는 고려대학교, 국민대학교, 동덕여자대학교, 서경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한성대학교 총 7개 대학의 소재지이다. 이에 대학가가 다양하게 활성화되어 있으며 학기가 시작되면 특히나 학생들의 유동이 많은 지역이다. 안타까운 현실은, 생기와 열정이 넘치는 젊음의 대학가에서 눈에 띄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다름이 아닌 ‘담배 꽁초’ 라는 것이다. 더불어 피해를 입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선명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후원을 받은 고려대학교 평화와민주주의 연구소 미디어리터러시 연구팀은 대학가가 즐비한 성북구의 흡연 실태 및 핵심적인 문제점을 조사하고, 인터뷰를 통해 흡연자와 비흡연자 양측의 의견을 균형적으로 수용하여 성북구 흡연 문화의 실효성 있는 개선 방안을 찾고자 하였다.
흡연은 개인의 기호, 하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입혀서는 안 돼
국가가 지정한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제8항에 따르면, 금연구역에서의 흡연은 엄연한 불법이다. 하지만 ‘금연구역’의 경계는 공공장소를 비롯해 버스정류장, 지하철역, 유치원 등의 공공장소로부터 10미터 이내의 구역으로 한정된다. 즉, 주변 일반 공중의 통행에 제공된 구역일지라도 그저 주변 시설이 많지 않은 길거리 또는 개인의 집은 금연구역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장소에서의 흡연을 늘 목격해왔다.
공공장소 및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곳에서 흡연을 삼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흡연자들의 문화 또는 흡연자들의 습관’이라는 변명을 내세워 잘못된 흡연 실태가 흔히 보여지는 것은 안타깝고도 불편한 현실이다. 대부분의 지역에는 정해진 흡연구역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흡연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기엔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흡연구역과 관련된 법조차 없는 실정이기 때문에 공공장소 및 개인 공간에서 암묵적으로 흡연을 하는 행위가 어물쩍 용인되고 있다. 흡연자 조모 씨는 “고작 담배 5분 태우려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흡연 구역에 다녀오는 것은 너무 성가시다.”고 답했다.
비흡연자 이모 씨는 흡연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잘못 형성된 흡연 문화의 영향” 때문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모 씨는 “담배 자체는 개인의 기호이지만, 남에게 피해를 끼치면서까지 흡연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답했으며, 이에 덧붙여 “흡연자들은 길거리에 꼭 담배꽁초를 버려 거리 미관을 해치고, 폭우가 잦은 요즘 하수구가 막히는 일이 생길 거 같다”는 우려를 표했다. 개인의 기호 식품일지라도 한 끗 차이로 흡연은 법의 경계를 드나들 수 있다. 이를 올바르게 즐기느냐, 타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느냐는 흡연자 개인에게 달려 있다. 흡연자들 간의 올바른 흡연문화를 형성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이 돋보이고 강조된다.
성북구에 존재하는 흡연구역 11개에 그쳐… 길거리로 향하는 흡연자들
행정안전부가 제공하는 데이터에 따르면 성북구에 존재하는 공식적인 흡연구역은 11개에 그쳤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22년 흡연인구는 전체인구의 19.3%를 차지하는 데에 비해, 거리에 존재하는 흡연구역은 턱 없이 부족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보통의 흡연자들은 흡연구역을 찾기보다는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선택한다. 길거리 흡연 경험이 있는 흡연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대학생 윤모 씨는 “금연구역임에도 흡연을 하는 이유는 흡연구역을 찾는 것이 마땅치 않다”고 답변했다. 또한 대학원생 김모 씨는 길거리에 담배꽁초를 버린 적이 있는지에 관해 “있다”고 답하며, “다른 흡연자들도 모두 바닥에 침을 뱉고 담배꽁초를 버려서 자신도 딱히 아무생각 없이 버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서울시 성북구의 금연구역, 곳곳에 담배꽁초들이 버려져있다. ⓒ 홍은총
더불어 인터뷰 결과, 흡연구역 외에서 발생하는 흡연은 단순한 시설 미비 뿐만 아니라 흡연자들의 인식과도 연관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흡연자 김모 씨는 한국의 흡연문화가 “남들과 함께 피우는 것에 맞춰져 있다”고 말한다. 수업 중간마다 찾아오는 일명 ‘담배 타임’ 또는 회식 자리에서 김씨는 종종 딱히 피고 싶지 않아도 그들의 동기, 선배와 함께 움직인다. 담배를 피우는 공통점을 가진 그들은 ‘공동체’를 자연스레 형성하고 무리 의식을 갖게 된다. 김모 씨는 이러한 경우에 “다같이 몰려 있으니 혼자 있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서스럼없이 하게 된다”고 밝혔다. 한편 대학원생 손모 씨는 “담배꽁초의 부피가 작아 한 번쯤은 바닥에 버려도 되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바닥에 꽁초를 버린 경험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공존 위한 흡연문화 확립,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결국 오늘날의 부정적인 흡연문화는 흡연시설 미비와 더불어 개인의 의식과 연관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제체에서 진행하는 흡연과 관련된 사업들은 흡연문화 개선에 효과를 가질 수 있을까? 이를 확인해 보기 위해 본 연구팀은 성북구에서 진행하는 금연 관련 사업의 일환인 ‘금연지도원’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성북구는 국민건강증진법과 성북구 금연 환경 조성 및 간접흡연 피해 방지 조례에 따라 지난 3월 22일 금연지도원 11명을 위촉하였다. 금연지도원은 △금연 구역 시설 기준 이행상태 점검 △금연 구역 흡연행위 감시·계도 △금연 환경 조성을 위한 지도 △금연 조치 위반 시 행정기관에 신고 및 자료 제공 △금연 구역 실태 파악 △금연 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해당 지역의 금연을 위한 활동을 실시한다. 금연지도원의 활동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실제 금연지도원이 흡연 중 계도를 진행한다면 어떤 행동을 취할 거 같냐는 질문에 인터뷰에 응한 시민 모두가 “지도원의 요청에 따르겠다”고 응답했다. 흡연자 윤모 씨는 “금연지도원이 여기서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고 한다면,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한 내가 부끄러울 거 같다”고 밝히며, 금연지도원이 활발히 활동한다면, 건강한 흡연문화 조성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금연지도원 사업과 별개로, 건강한 흡연문화 형성을 위한 방안에 모색하기 위해 이와 관련된 시민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성북구 소재의 한 대학에 다니고 있는 흡연자 박모 씨에게 흡연구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박모 씨는 현재 대학가 근처에 흡연구역이 마땅히 조성돼있지 않고,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아 정해진 흡연구역에서 흡연하기 번거롭다고 답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흡연구역을 증설하고 흡연구역의 위치를 알려야 된다고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성북구 소재 대학교에 다니는 비흡연자 김모 씨는 흡연자들의 인식 개선과 비흡연자와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 휴대용 재떨이가 일반화되는 문화가 생기면 좋을 것 같다고 입을 열였다. 또, “싱가포르처럼 막대한 금액의 과태료를 지불하게 하는 것이 사실상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지 않을까” 라고 덧붙였다. “다만 막대한 비용을 다루는 사안인 만큼, 억울하거나 부당하다는 감정이 들지 않도록 타인에게 피해를 준 것이 명확하게 스스로도 인정이 될 경우에 한해서 벌금이 지불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법을 논란의 여지 없이 규정해야 할 것이다”고 첨언했다. 추가적으로, “시민들의 혼란 및 거부 반응을 예방하기 위해 시행 전 충분한 예보가 요구되며, 계도 기간을 갖추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과태료 인상 결정이 어느 측에서도 부당하다는 억울함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갑작스런 인상 통보는 흡연자들로 하여금 반발을 살 수 밖에 없다. 단계적인 절차를 통해 비흡연자들의 피해를 인식하고 스스로 문제 의식을 느껴 정책 시행에 직접 당위성을 느껴야 한다. 이후 장기적으로 해당 정책의 효과를 예상해본다면, 흡연자들에게도 벌금 지불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의 경각심을 더 필히 기울이게 되며, 흡연 행위 자체로서는 더이상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떳떳한 태도를 갖출 수 있게 된다.
∗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행재단이 후원하고 고려대학교 평화와 민주주의연구소가 주관한 “새내기 유권자들을 위한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 함께 만드는 우리동네 뉴스” 사업팀의 공동 성과입니다.
* 본 기사는 오마이 뉴스를 통해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ohmynews.com/NWS_Web/Mobile/raw_pg.aspx?CNTN_CD=A00029549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