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강좌 시즌 10] 6강 이념적 양극화와 정치 엘리트
2025년 11월 20일 (목), 성북구 평생학습관이 주최하고 고려대 평화와 민주주의 연구소 및 정치외교학과가 주관하는 2025 시민강좌 <아주 보통의 정치, 민주주의 헌정 질서와 시민>의 여섯번째 강의가 고려대학교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강의는 고려대학교 평화와 민주주의연구소 김한나 박사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현대의 민주주의 퇴행은 과거의 군사 쿠테타나 명백한 부정선거의 방식과는 달리 민주적 절차와 합법적 방식을 통해 진행된다는 점에서 굉장한 모순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이탈리아의 살비니, 헝가리의 오르반 등의 지도자층 사례를 보면, 이들은 지지층의 폭력적 행위를 비난하기 보다 암묵적으로 옹호하고, 선거기구와 사법부 등 독립 기관을 무력화시키려 시도하기도 하며, 경쟁자를 국가의 적, 범죄자로 규정하는 등 정치엘리트 차원에서의 상호 관용과 절제가 붕괴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더욱이 이러한 적대감은 유권자들에게 전이되어 정서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부정적 감정의 동원으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또한, 전이된 분노와 양극화는 유권자들로 하여금 정책의 호오가 아닌 상대 정당에 대한 혐오와 적대감을 기반으로 정치에 참여하도록 만들고, 이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들을 위축시킵니다. 정치엘리트가 이처럼 대중의 정서를 자극하여 폐쇄적이고 편향적인 프레이밍을 통해 상대 정당을 공격할수록, 정당 역시 정당 내의 극단 후보의 경선을 우대하고, 강경파에게 공천과 인센티브를 집중적으로 수여하게 되며, 결국 제도적인 절제마저 파괴되어 극단적인 소수들에게 유리한 구조가 점차 민주주의를 위협하게 됩니다. 민주주의의 제도적 결함 역시 민주주의 퇴행에 영향을 미칩니다. 다수결, 승자독식 기반의 선거제도는 소수 의견의 배제를 야기하고, 반대로 소수정당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필리버스터와 같은 장치는 오히려 정책 결정 지연과 의회 운영 마비의 도구로 변질되기도 합니다. 또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등 비선출 기관은 임명 과정에서 집권 세력의 정치 성향이 반영되는 등 규범과 제도의 충돌과 변질은 점차 건강한 민주주의 작동을 방해하고 민주적인 무력감을 심화시키게 됩니다.
이처럼 제도적 결함과 정치 엘리트의 양극화가 누적되며 민주주의가 점진적으로 후퇴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단기적인 규범 복원과 장기적인 구조 개혁이 함께 추진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시민들의 참여는 물론 정치 엘리트들의 관용과 절제 회복이 필수적입니다. 먼저, 규범의 복원을 위해 혐오 표현을 지양하고, 선거 패배의 정당성을 인정하며, 공천과 경선의 개방성을 향상시켜 후보 선출 경쟁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다수결 원칙 개선을 통한 대표 비례성 강화와 지방-중앙의 권한 배분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균형 잡힌 시야, 다층적 참여, 규범에 대한 신뢰 회복을 통해, 민주 사회의 구성원과 정당 엘리트 모두는 상대를 설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함께 살아가기 위한 규칙을 찾아가는 관용과 절제의 방식을 실천해야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민주주의 다시 건강한 상태로 이끌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