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 이슈브리프 No.9] 코로나 2년: 한국정치의 변동과 전망

2021.12.10

PDF 파일 다운로드 : [우당이슈브리프9호]코로나2년, 한국정치의 변동과 전망(장훈, 2021년 12월)

코로나 2년: 한국정치의 변동과 전망

장훈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들어가는 말: 코로나 19와 데이터 통치국가

우리는 지난해 초부터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일상적 삶의 대부분을 바꾸어 놓았음을 꼬박 2년 동안 매일 매일 경험하는 중이다. 교육, 노동, 사회 의식, 정부, 권력, 기업, 국제관계, 가족 또는 공동체에 대한 관념 등등. 아마도 코로나 19가 종식되거나 그와 더불어 지내는 포스트 코로나의 세계로 접어든다 하더라도 코로나 19가 바꿔놓은 우리 삶의 숱한 부분들은 그 이전의 세계(Before Corona)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이 글에서 필자는 코로나 19가 바꾸어 놓은 숱한 삶의 변화들 가운데 특히 국가의 역할,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코로나 19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등장한 데이터 통치국가와 시민들의 관계의 변화, 나아가 팽창하는 국가와 시민들의 자유의 미래를 논의해보고자 한다.

코로나 19의 공포가 전세계를 강타하던 작년 전반기 한국의 국가(정부)는 세계적인 주목과 찬사의 대상으로 떠올랐었다. 그동안 주로 반도체와 자동차, K-드라마, K-팝 그룹으로 유명하던 한국은 어느새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방역국가로 주목 받게 되었다. 선진국이라는 독일,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 월별 수십 만 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하루 사망자가 수백 명씩 쏟아지던 코로나 대재앙의 초기 국면에서 한국의 정부와 시민들은 하루 감염자 수를 불과 수백 명에서 백 명 안팎으로까지 낮추는 데 성공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방역의 성공은 서구 국가들이나 중국 등이 실행했던 전면적인 락다운(시민 이동의 전면 통제와 불필요한 외출 및 야간외출의 금지)과 같은 엄중한 통제 조치 없이도 이뤄졌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끌게 되었다.

외국의 관찰자들은 한국의 성공적인 방역을 궁금해 하기 시작했고, 몇 가지 요인들이 집중적으로 거론되었다. 첫째는 한국 방역 당국의 3T (tracing, test, treatment 즉 확진자의 접촉자에 대한 추적, 광범한 검사, 그리고 치료)능력이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의료진들의 능력과 헌신적인 태도, 전국 방방곡곡에 펼쳐져 있는 의료 시설 기반, 드라이브 스루 검사방식의 도입과 같은 창의적인 방안들이 두루 주목을 받게 되었다. 둘째는 한국의 시민들의 행동에 대한 주목이었다. 이는 흔히 오리엔탈리즘으로도 불릴 만한 해석이었는데, 한국뿐만 아니라 초기 방역에 크게 성공한 대만, 싱가포르 등의 경우들을 보자면, 공통적으로 유교문화의 오랜 전통으로 인하여 위기 국면에서 개인보다는 공동체의 안녕과 질서를 우선하는 문화가 성공적인 코로나 방역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는 관점들이 흔히 제기되었다.1

기존의 다양한 설명들이 갖는 의미를 고려하면서, 여기서 필자는 한국 정부는 이른바 데이터 통치국가의 본격적인 등장을 통해서 성공적인 방역을 이뤘다고 말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①데이터 통치가 작동하는 구체적인 과정과 면모 그리고 데이터 통치를 뒷받침하는 법적, 제도적, 사회적 인프라를 살펴보고자 한다. 아울러 이러한 데이터 통치가 갖는 기회와 위험성에 대해서 논의하고 ②또한 데이터 통치의 시대에 개인들의 자유와 프라이버시의 이슈를 간략하게 짚어보고자 한다.

물론 이러한 관점에 대해서는 서구의 언론계와 학계에서도 적지 않은 반론이 제기되어왔다. 또한 과연 성공적인 방역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여전히 전문가와 시민들은 폭넓은 합의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확진자와 사망자 수의 통제를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겠지만, 방역통제와 시민들의 자유, 프라이버시의 균형도 또한 중요한 성공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또한 코로나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수많은 사회경제적, 교육 등의 격차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줄이느냐는 이슈 역시 성공적 방역의 기준으로 고려되어야만 할 것이다.

 

코로나 19와 데이터 통치시대의 개막

근대세계의 개막을 인간 신체에 대한 규율과 감시, 인구에 대한 조절과 통제를 통해서 권력을 축적하는 근대국가의 등장으로 파악했던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는 오늘날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데이터 통치 국가의 이론적인 원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코로나 시대의 일상은 푸코가 묘사하던 근대국가의 21세기 디지털 버전이다.

우리는 요즘 식당이나 공연장 등등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출입할 때면 먼저 체온을 재어 정상 체온인지를 확인 받고 이어서 나의 신원과 동선을 증명하고 기록하는 스마트폰 속의 카카오나 네이버 QR 코드를 자연스럽게 인식기계에 찍는다. (이미 경험했듯이, 만일 그날 그 장소에 같은 시간대에 근접해 있던 누군가가 코로나 확진자로 판명되면 우리는 관할 보건소로부터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는 문자를 곧 전달받게 된다.)

달리 말해, 데이터 기업과 정부의 긴밀한 협력 하에 오늘날 국가는 시민들 개개인의 건강상태(체온)뿐만 아니라 개인들이 어디서 누구를 만나고 얼마나 시간을 보냈는지에 관한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통해 확진자와 접촉자를 추적하고 이들에 대한 코로나 검사를 통해 필요한 경우 격리와 치료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방대한 생체 데이터를 통해 보건위기에 대응하는 데이터 통치가 가능해진 것은 무엇보다 코로나 19라는 보건위기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경계의식과 더불어 방대한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IT 인프라와 법률적 기반이 아울러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미 20여 년 전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정부 주도로 대대적인 IT사회의 인프라 투자를 해온 우리 사회는 그러한 노력과 투자의 결과에 따라서, 스마트폰 보급률, 초고속 인터넷망, 방대한 Wifi 연결망 등의 보급에 있어서 전세계 최고 수준의 체제를 이미 구축한 바 있다. 그에 따라서 스마트폰 앱을 기반으로 확진자, 접촉자 등의 접촉사실과 동선을 매우 효율적으로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수년전의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는 심각한 감염병과 같은 보건위기가 발생하였을 때에 시민들 개인의 바이오 정보와 이동경로에 관한 정보를 모을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해 둔 바 있다. 감염병 예방,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서 질병관리청장은 CCTV 화면 데이터, 스마트폰에 저장된 위치 데이터를 통한 확진자 동선의 확보, 교통카드 등 카드 사용 데이터 확보, 출입국 관리기록 데이터, 의료기관과 약국 등의 이용기록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확진자와 접촉자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추적할 수 있는 토대를 이미 갖고 있다.

 

데이터 통치시대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

이처럼 법률적 토대와 데이터 확보에 기반한 데이터 통치가 본격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문제는 문자 그대로 모든 것을 알고 모니터링하는 데이터 국가와 그 안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자유 그리고 프라이버시의 문제가 대두된다. 이미 코로나 보건 위기 이전에도 데이터의 축적, 분류, 활용이 데이터 기업들의 주요활동으로 떠오르면서 프라이버시의 문제는 간헐적으로 제기되어왔다. 달리 말해 우리는 무료로 네이버 검색, 구글 검색을 이용하는 댓가로 한편으로는 늘 광고 공세에 시달려야 했지만 이러한 광고는 개인들의 취향, 소비성향, 온라인 활동 등에 기반한 맞춤형 광고라는 점에서 프라이버시의 문제는 진작부터 데이터 시대의 최대의 과제로 떠올라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프라이버시를 포함한 개인의 자유라는 문제는 코로나 위기에 따라서 데이터 통치가 본격화하고 또한 일부 국가들에서는 코로나 전체주의라고 불릴 정도의 강력한 국가의 통제와 개입이 진행됨에 따라서 더욱 첨예한 과제로 등장한 셈이다.

국가 권력의 팽창과 개인의 자유라는 고전적인 문제를 코로나 위기 시대에 적용해보자면, 당장에 뚜렷한 진단과 평가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지금까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가의 코로나 관련 생체 데이터 관리와 그에 따른 시민들의 올바른 행동에 대한 요구는 분명 데이터 국가의 급속한 팽창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더해서 최근 소득, 주거, 교육, 일자리 창출 등에 있어서 급격히 팽창하고 있는 정부의 역할을 고려한다면 우리는 분명 국가의 과도한 팽창을 우려할 만하다.

하지만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나타난 시민들과 시민사회의 역량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긍정적인 신호들도 적지 않다. 예를 들자면, 작년 초 이른바 마스크 대란이라는 문제가 불거졌을 때 전국의 모든 약국의 마스크 재고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시민들이 불필요한 시간 낭비나 헛걸음을 줄이고 소량이나마 마스크를 구할 수 있도록 돕는 이른바 “마스크 앱”의 개발은 민간 개발자들의 재능기부와 데이터 기업들의 사회적 기여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마스크 앱의 개발과 그에 따른 마스크 대란의 해소과정은 분명 데이터 통치 시대에도 여전히 국가와 시민사회의 협력적 거버넌스가 중요할뿐더러 가능하기도 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이다.

하지만 코로나 위기라는 보건위기 속에서 국가의 팽창하는 권력과 시민들의 자유 사이의 적절한 균형에 우리가 근접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다. 예를 들자면, 코로나 보건 위기 초기에 방역당국은 확진자의 정보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국가 인권위원회의 시정 권고를 받고 나서야 정보 공개 범위를 조정한 바 있다. 또한 수많은 자영업자들을 포함하여 개인의 경제활동의 제약이 코로나 보건 위기 중에 시행되었으나 이러한 제약의 범위, 제약에 대한 보상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충분하지 못하였다.

정리해서 말하자면 코로나 위기가 물러간 이후에도 국가의 데이터 통치는 다른 분야들 예를 들자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개인들의 에너지 소비와 같은 분야들로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다. 결국 관건은 이미 데이터 통치의 제도적, 물리적 기반을 갖춘 국가의 확장하는 권력을 적절히 제어하는 시민사회의 활력과 역량이 앞으로 얼마나 발휘될 수 있는가 또한 그러한 역량 발휘에 필요한 구체적인 조건들은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합의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산업과 기술의 중핵이 데이터로 옮겨간 시대에 국가의 권력과 시민들의 자유, 프라이버시 사이의 줄다리기는 코로나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우리는 말할 수 있다.

  1. 물론 이러한 관점에 대해서는 서구의 언론계와 학계에서도 적지 않은 반론이 제기되어왔다. 또한 과연 성공적인 방역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여전히 전문가와 시민들은 폭넓은 합의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확진자와 사망자 수의 통제를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겠지만, 방역통제와 시민들의 자유, 프라이버시의 균형도 또한 중요한 성공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또한 코로나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수많은 사회경제적, 교육 등의 격차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줄이느냐는 이슈 역시 성공적 방역의 기준으로 고려되어야만 할 것이다.

(집필일: 2021년 11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