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 이슈브리프 No.8] 준연동형 선거제도와 다당제는 협치를 촉진하는가?
PDF 파일 다운로드 : [우당이슈브리프8호]준연동형 선거제도와 다당제는 협치를 촉진하는가(문우진, 2021년 11월)
준연동형 선거제도와 다당제는 협치를 촉진하는가?
문우진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20대 총선으로 인해 16대 국회 이후 지속되었던 양당 체제가 와해되면서, 협치는 정치권에서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국민의당의 등장은 다당제가 정착될 가능성 대한 예측을 불러일으켰고, 다당제는 협치의 정치풍토를 형성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제기되었다. 다당제에서는 한 정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낮으므로, 서구 선진국에서 발견되는 정당 간 연합정치가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여야 간 협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20대 국회는 전망과는 정반대로 진영 간 적대정치와 잦은 입법교착으로 점철된 사상 최악의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다. 2019년 말에 도입된 준연동형 선거제도는 다당제를 고착화시켜 거대 양당의 독주를 막고 협치의 풍토가 형성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21대 총선 직전 위성정당의 출현으로 오히려 양강 구도가 강화되었다. 그렇다면 위성정당의 출현을 금지했을 경우, 준연동형 선거제도가 다당제를 산출하고 다당제는 협치를 촉진할 것인가?
준연동형 선거제도에서의 의석배분 방식
준연동형 선거제도는 비례대표 의석을 연동형 의석과 병립형 의석으로 구분하고 연동형 의석을 30석으로 제한하는 “30석 캡” 조항을 가지고 있다. 이 제도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이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예를 생각해보자. 두 주요 정당 A와 B의 정당득표율은 각각 35%이고, 군소정당 C가 12%를 얻고, 군소정당 D, E, F가 각각 6%를 얻었다. 지역구에서는 정당 A와 B가 각각 130 곳과 123 곳에서 승리하였고, 군소정당들은 한 석도 얻지 못하였다. (준)연동형 선거제도에서는 정당득표율에 따라 전체 의석을 배분한다면 각 정당이 몇 석을 가져갈 자격이 있는가를 먼저 계산한다. 전체 의석 300석에 각 정당의 정당득표율을 곱하면, 정당 A와 B는 각각 105석, 정당 C는 36석, 정당 D, E, F는 각각 18석을 가져갈 자격이 생긴다.
그러나 정당 A와 B는 지역구에서 이미 130석과 123석을 얻었기 때문에 지역구에서 확보한 의석수가 득표율에 비례한 의석수인 105석을 넘겨버렸다. (준)연동형 선거제도에서는 득표율에 비례한 의석수보다 더 많은 지역구 의석을 얻은 정당이 추가로 얻은 지역구 의석을 반납하지 않는다. 연동형 선거제도와 준연동형 선거제도는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연동형 선거제도에서는 정당 A와 B가 비례대표 의석을 한 석도 얻지 못하고, 나머지 정당들이 이를 나누어 갖는다. 반면 준연동형 선거제도에서는 비례대표 의석을 연동형과 병립형으로 구분하고, 정당 A와 B와 같이 득표율에 비례한 의석수보다 더 많은 지역구 의석을 얻은 정당에게 30석의 연동형 의석을 배분하지 않는 대신 17석의 병립형 의석을 나누어 준다.
정당들은 비례대표 의석 47석을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나누어 갖는다. 먼저 각 정당의 득표율에 300석을 곱한 값에 지역구 의석수를 차감한 후, 이를 반으로 나눈다. 정당 A와 B의 경우, 이들의 정당득표율에 300을 곱한 값보다 지역구 의석수가 더 크므로, 두 정당은 연동형 의석을 얻지 못한다. 반면 정당 C는 18석을 얻고, 세 정당 D, E, F는 각각 9석을 배분 받을 자격이 생긴다. 따라서 30석 캡 조항이 없다면 네 군소정당들이 45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모두 가져간다. 그러나 30석 캡 조항은 배분되어야 할 연동형 의석을 30석으로 제한한다. 각 정당은 자신이 가져갈 의석의 66.67%(30석/45석)만 가져갈 수 있다. 각 정당의 의석수에 66.67%를 곱하면, 정당 C는 12석을 가져가고 정당 D, E, F는 각각 6석씩 총 18석을 가져가게 된다. 이 단계에서 30석의 연동형 의석배분이 완료된다.
다음 단계에서 남은 17석의 병립형 의석을 배분한다. 병립형 의석은 정당 A와 B도 가져갈 수 있다. 17석에 각 정당이 얻은 정당득표율을 계산하면, 정당 A와 B는 각각 6석, 정당 C는 2석, 정당 D, E, F는 각각 1석을 가져갈 수 있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각 정당이 얻은 지역구 의석, 연동형 의석, 병립형 의석을 모두 합한다. 이럴 경우, 정당 A, B, C는 각각 130석, 123석, 14석을 얻고, 정당 D, E, F는 각각 7석씩 얻는다.
이처럼 복잡한 의석배분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연동형 방식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모두 배분하게 되면 지역구에서 강한 정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한 석도 못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술한 예에서 정당 A와 B가 승리한 지역구 수가 비례적으로 배분받아야 할 의석수를 초과했기 때문에, 연동형 의석을 한 석도 얻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지역구에서 강한 정당도 비례대표 의석을 얻을 수 있도록 병립형 의석이라는 이름으로 17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남겨 놓은 것이다.
준연동형 선거제도의 채택 배경과 다당제 산출 효과
준연동형 선거제도는 민주당과 4+1 연합체(바미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및 대안신당)가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타협의 산물이었다. 정의당과 같은 군소정당들은 독일의 연동형 선거제도와 같은 비례대표성이 높은 선거제도를 도입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공수처 법안 통과를 위해 군소정당들의 지지가 필요했던 민주당은 의석수가 줄어들 것을 감수하고, 준연동형 선거제도에 합의하였다. 연동형 선거제도의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한 정의당도 결국 준연동형 선거제도에 합의하였다. 민주당과 4+1 연합체는 2019년 12월 27일에 준연동형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준연동형 선거제도가 도입되자 의석배분 방식이 너무 복잡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준연동형 선거제도가 이처럼 복잡한 이유는 동시에 충족시킬 수 없는 여러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한 타협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준연동형 선거제도를 설계한 4+1 협의체는 ①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지 않으면서, ② 전체 의석수를 늘리지 않으면서, ③ 초과의석을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④ 군소정당의 의회진입을 촉진시키면서, ⑤ 지역구 경쟁력이 강한 정당도 비례대표 의석을 차지할 수 있는 제도를 원하였다. 4+1 협의체에 참여한 정당 모두 첫 번째 세 조건에 동의하였다. 그러나 다섯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역구 경쟁력이 강한 정당들이 위성정당을 만들 경우, 병립형 제도와 마찬가지의 결과가 초래된다. 따라서 조건 ⑤는 충족되나 조건 ④가 충족되지 않는다. 위성정당 창당 없이 조건 ③, ④, ⑤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지역구 의석수를 대폭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수를 대폭 늘리거나(조건 ① 미충족), 비례대표 의석수를 지역구 의석수만큼 늘려 전체 의석수를 증가시켜야 한다(조건 ② 미충족). 그러나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는 방안은 의원들의 반대로 실현되기 어렵고, 전체 의석을 늘리는 방안은 유권자의 반대에 부딪쳐 실현되기 어렵다. 4+1 협의체는 조건 ①, ②, ③을 충족시킬 수 있는 준연동형 선거제도를 채택했으나, 조건 ④와 ⑤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는 없었다. 위성정당 출현으로 조건 ⑤는 실현되었으나 조건 ④는 실현될 수 없었다.
위성정당 없이 선거가 치러질 경우, 준연동형 선거제도는 지역구 경쟁력이 강한 정당들이 비례대표 의석을 얻는 것을 어렵게 하므로, 조건 ⑤가 충족되기 어렵다. 준연동형 선거제도의 30석 캡 제도는 정당득표율에 따라 17석의 병립형 의석을 모든 정당에 배분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지역구 경쟁력이 강한 정당이 50%만큼의 정당득표율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이 정당이 확보할 수 있는 비례대표 의석은 8-9석에 불과하다. 대신 준연동형 선거제도는 병립형 선거제도에 비해 군소정당 의석수를 두 배 정도 증가시켜 조건 ④를 어느 정도 충족시킨다. 전술한 예에서 병립형 제도로 의석을 배분했다면, 정당 C는 6석을 얻고 정당 D, E, F는 각각 3석만 얻는다. 따라서 군소정당은 병립형 제도에 비해 준연동형 선거제도에서 두 배 이상의 의석을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소정당은 연동형 선거제도에 비해 준연동형 선거제도에서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의석을 얻는다. 전술한 예에서 연동형 선거제도로 의석을 배분했다면, 정당 C는 36석을 얻고 정당 D, E, F는 각각 18석을 얻는다. 따라서 준연동형 선거제도는 병립형 선거제도와 연동형 선거제도의 중간 정도의 의석을 군소정당에게 배분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준연동형 선거제도는 병립형을 원하는 민주당과 연동형을 원하는 군소정당들의 중도 안으로 채택될 수 있었다.
다당제는 협치를 산출하는가?
준연동형 선거제도가 협치를 촉진시킨다는 주장은 다당제에서는 한 정당이 독주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당 간 협력이 불가피하고, 따라서 협치가 증가할 것이라는 논리에 근거한다. 그러나 정당들은 경쟁 또는 갈등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에 협치가 자신의 희생이나 양보를 전제로 한다면, 양당제가 되었건 다당제가 되었건 협치는 발생하지 않는다. 정당 간 협력은 어느 한 쪽이 손해를 보고 양보하기 때문에 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유리해지는 대안이 있을 때만 가능해진다. 즉 협력적 입법은 현행상태의 변경이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때 가능하다. 대통령제에서 협력적 입법은 “독주가 불가능해지면 협치를 하게 될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에 비해 훨씬 복잡하게 이루어진다. 미국식 대통령제에서는 소수당이 무제한토론을 통해 다수당을 견제할 수 있고,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무제한토론을 종결시키려면 5분의 3의 동의가 필요하고, 거부권을 기각하기 위해서는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처럼 복잡한 입법절차에서 어떤 조건이 충족될 때 협력적 입법의 가능성이 증가하는가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모든 정부형태에서는 입법부와 행정부가 서로 동의할 때 법이 통과된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서로 동의하기 위해서는 양방의 이견 조율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양방이 서로 거래를 할 경우,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서로 흥정하면서 상대의 제안을 조정해간다. 반면, 일방의 제안에 대해 상대가 수정을 할 수 없고 제안을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만 결정할 수 있는 거래방식이 있다. 정찰제에서는 상인이 가격을 제안하면 손님을 새로운 가격을 흥정할 수 없고 제시된 가격에 상품을 살 것인가 말 것인가만 결정해야 한다. 일방의 제안에 대해 상대가 수정을 할 수 없고 제안을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만 결정할 수 있는 경우, 제안자를 “의제설정자”(agenda setter)라고 부른다(Tsebelis 2002). 따라서 정찰제 거래에서는 가게가 의제설정자이다.
모든 입법절차에서는 의제설정자가 법안을 발의하고 거부권행사자는 이를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한다(Tsebelis 2002). 이러한 결정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결정권자가 누구인가를 알면, 입법결과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진다. 이때 캐스팅 보트를 쥔 결정권자를 거부권행사자라 부른다.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 거부권을 초다수의 찬성으로 기각할 수 있다. 이때 대통령 거부권 기각에 필요한 초다수를 충족시키기 위해 캐스팅 보트를 쥔 의원, 즉 대통령 거부권을 기각하기 위한 캐스팅 보트를 쥔 의원을 “거부중추”(veto pivot)라 부른다(Krehbiel 1998). 미국에서는 또한 다수당이 5분의 3 이상의 의석을 얻지 못하면, 소수당의 무제한토론을 종료시킬 수 없다. 무제한토론 종료 투표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의원, 즉 무제한토론 종료 결정권자를 “무제한토론 중추”(filibuster pivot)라 부른다(Krehbiel 1998). 정당이 규율적인 경우, 무제한토론 중추의원이 속한 정당이 무제한토론 중추정당이다.
한국에서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된다”(헌법 53조 4항). 따라서 한국에서 대통령의 거부권을 기각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300명의 3분의 2인 200명의 의원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진보적일 경우, 대통령 거부권을 기각하기 위해 100번째로 진보적인 의원의 동의가 필요하므로, 이 의원이 거부중추이다. 한국과 같이 정당 규율성이 높은 국가에서는 거부중추 의원을 포함한 정당이 거부 중추정당이다.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된 이후, 쟁점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상정하거나 소수당의 의사진행 방해를 종료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300명의 5분의 3인 180명의 의원이 필요하다. 예컨대, 다수당이 진보정당이면 179명의 진보적인 의원과 180번째로 진보적인 (120번째로 보수적인) 의원의 찬성을 얻어야 다수당은 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따라서 120번째로 보수적인 의원을 포함한 정당이 무제한토론 중추정당이다.
의제설정 정당, 거부 중추정당, 무제한토론 중추정당 중 바깥쪽에 위치한 정당 간 입장 차이를 “입법적 교착영역” 또는 “중핵”(core)이라고 부른다(Tsebelis 2002). 현행법이 이 영역 안에 있는 경우, 입법적 교착이 발생한다. 예컨대, 거부 중추정당, 의제설정 정당, 무제한토론 중추정당이 각각 9,000원, 10,000원, 12,000원이 적정 최저 임금이라 생각한다면, 9,000원과 12,000원 사이에 있는 어떠한 현행법도 수정할 수 없다. 만약 현행법이 10,000원이라면, 10,000원보다 더 높은 최저임금이 채택되면 무제한토론 중추정당은 현행상태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고 거부 중추정당은 행행상태보다 더 못한 결과를 얻는다. 따라서 10,000보다 더 높은 최저임금은 거부 중추정당이 반대한다. 이처럼 한쪽이 이익을 보고 다른 쪽이 손해를 보면, 일방이 타방에게 양보해서 협치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현행상태를 바꿀 수 없게 된다.
반면 현행법이 중핵 바깥에 놓여 있으면 거부권행사자들은 현행법을 바꾸기 위해 협력할 동기가 있다. 예컨대, 현행 최저 임금이 8,000원인 경우, 입법적 교착영역이 9,000원~12,000원이라면 협력적 입법을 통해 최저 임금을 인상할 수 있다. 왜냐하면, 거부 중추정당과 무제한토론 중추정당 모두 현행 최저 임금이 8,000원보다 더 높은 최저 임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핵이 7,000원~12,000원이라면, 현행 최저 임금 8,000원을 바꿀 수 없다. 일반적으로 중핵의 크기가 증가할수록, 현행법이 중핵 안에 놓여 있을 가능성이 증가하므로, 현행법을 바꾸기 어렵고 협력적 입법이 발생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입법규칙은 중핵의 크기에 영향을 미친다. 국회선진화법 채택으로 초다수의결제 입법규칙을 사용하는 한국에서는 여당이 다수 의석을 확보했을 때에도 소수 야당이 다수 여당을 저지할 수 있고 소수 야당의 견제를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의사진행 방해 중추정당의 동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중핵의 크기는 어떠한 정당이 의사진행 방해중추의 지위를 확보하는가에 달려있다. 급진적인 야당이 의사진행 방해중추의 지위를 차지할 경우 중핵의 크기가 증가한다. 따라서 다당제가 산출된다고 해서 입법적 교착영역이 항상 증가하는 것이 아니다. 의사진행 방해중추 지위와 무관한 야당 진영의 군소정당 출현이나 여당 진영의 군소정당 출현은 여야 간 협력적 입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반면 온건한 정당이 의사진행 방해중추의 지위를 확보하면 중핵이 줄어들고 협력적 입법의 가능성이 증가한다. 중도정당이 의사진행 방해중추 지위를 차지할 정도의 의석을 확보할 때만, 중핵이 감소하고 협력적 입법 가능성이 증가한다.
준연동형 선거제도는 협치를 촉진하는가?
준연동형 선거제도가 중도정당이 의사진행 방해중추 지위를 차지할 정도의 정당체제의 변화를 초래할 것인가? 위성정당 없이 선거가 치러지면 군소정당들은 병립형 제도에 비해 두 배 정도의 의석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비례대표 의석수가 47석에 불과하기 때문에, 군소정당들은 연동형 선거제도에서 얻을 수 있는 의석의 절반도 얻기 힘들다. 예컨대, 군소정당들이 얻은 득표율의 합이 30%일 경우, 연동형 선거제도에서는 군소정당들이 90석을 얻을 수 있는 반면, 준연동형 선거제도에서는 40석도 얻기 어렵다. 한국에서 군소정당들이 30%도 득표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주요 정당이 지배하는 정당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여전히 이들 정당이 각각 중위정당과 의사진행 방해중추의 지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양당제에서의 중핵보다 더 작은 중핵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낮다. 두 주요 정당 사이의 중도정당이 의사진행 방해중추 지위를 차지하는 다당제가 산출되기 위해서는 중도 유권자들을 흡수할 수 있는 유력한 중도정당이 출현해야 하며, 이 정당이 의사진행 방해중추 지위의 지위를 차지할 수 있을 정도로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 이 글은 필자의 『누가 누구를 대표할 것인가: 국민주권 실현을 위한 정치제도 설계』의 일부분을 발췌하여 이 글의 취지에 맞추어 수정 보완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참고문헌>
문우진. 2021. 『누가 누구를 대표할 것인가: 국민주권 실현을 위한 정치제도 설계』
서울: 후마니타스.
Krehbiel, Keith. 1998. Pivotal Politics.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Tsebelis, George. 2002. Veto Players: How Political Institutions Work. New York and Princeton: Russell Sage Foundation and Princeton University Press.
(집필일: 2021년 10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