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 아카데미 이슈브리프] 2. 누가 바이든을 당선시켰는가?

2020.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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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바이든을 당선시켰는가?

2020년 미국 대선에 나타난 유권자의 투표 행태

하상응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2020년 11월 3일에 열린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바이든(Joe Biden) 후보는 2016년 당시 공화당 트럼프(Donald Trump) 후보가 가져간 다섯 개 주(위스컨신, 미시간, 펜실베니아, 조지아, 애리조나)에서 승리하여 제 46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이들 다섯 개 주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어떤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선 위스컨신, 미시간, 펜실베니아, 소위 블루월(Blue Wall)이라고 불리는 주들이 갖는 공통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 세 개 주에서는 2016년 이전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좀처럼 져 본 적이 없다. 위스컨신에서는 1984년 공화당 레이건(Ronald Reagan) 대통령의 승리 이후 계속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주이고, 미시간과 펜실베니아에서는 1988년 공화당 부시(George H. W. Bush) 대통령의 승리 이후 계속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였다. 그런데 2016년 이 세 개주가 공화당 트럼프 후보에게 매우 근소한 차이로 넘어갔다. 트럼프 후보가 미시간, 위스컨신, 펜실베니아에서 얻은 득표율의 차이는 불과 0.23%포인트, 0.77%포인트, 0.72%포인트에 불과하였고, 이것은 대략 1만 표, 2만 표, 5만 표 정도의 차이였다. 미시간은 16명, 위스컨신은 10명, 그리고 펜실베니아는 20명의 선거인단이 배정되어 있기 때문에, 23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데에 그친 민주당 클린턴(Hillary Clinton) 후보가 이들 세 개 주에서 이겼다면 278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여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세 개주가 2016년 공화당으로 넘어간 이유는 무엇인가? 이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중공업이 쇠락하면서 오랫동안 유지해 왔던 중산층의 지위에 위협을 받는 고졸 백인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버리고 트럼프 후보를 선택했다는 것이 중설이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 이후 줄곧 친노동 정책을 펴왔던 민주당을 버린 이유는 이들 유권자들이 갖는 자유무역에 대한 반감을 트럼프 후보가 효과적으로 공약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면 바이든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위스컨신, 미시간, 펜실베니아에서 승리했다는 사실은 2016년 트럼프 후보로 간 고졸 백인 유권자들의 표심을 다시 돌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편 바이든 후보가 승리한 애리조나와 조지아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텃밭이었던 지역이다. 1992년 클린턴(Bill Clinton) 후보의 승리 이후 민주당 대선 후보가 조지아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 그리고 애리조나에서 마지막으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이긴 때는 1996년이다. 바이든 후보가 이 두 개 주에서 승리한 원동력은 서부와 동부 지역으로부터 물가가 상대적으로 싼 이 지역 대도시로 유입된 민주당 성향의 소수인종 유권자, 대졸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의 도움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해석은 특히 2018년 조지아 주지사 선거에서 예상을 뒤엎고 흑인 여성 민주당 후보인 아브람스(Stacey Abrams)가 석패한 사건의 연장선상에서 공유되고 있다.

여기서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져볼 수 있다. 바이든 후보는 고졸 백인 유권자 때문에 이겼는가, 아니면 소수인종 유권자 때문에 이겼는가? 앞으로 민주당이 계속 정권을 잡으려면 고졸 백인 유권자를 포섭해야 하는가, 아니면 소수인종 유권자를 포섭해야 하는가? 서로 이질적인 이 두 유권자 집단을 민주당이 장기적으로 같이 끌고 가긴 어렵기 때문에 의미 있는 질문들이다.

이번 선거 직후 공개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바이든 후보가 소수인종 유권자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백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2016년 대비 상대적으로 더 받아 당선되었음을 알 수 있다. 즉, 조지아, 애리조나에서의 승리가 고무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여기서의 승리가 반드시 소수 유권자들을 결집시켜 얻은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대신 위스컨신, 미시간, 펜실베니아의 고졸 백인 유권자를 포섭하는 전략이 효과적이었고 앞으로도 이 세 개 주를 확보하는 선거운동을 한다면 민주당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말이다.

 

<표 1> 인종-교육수준 별 투표 선택

2016년

2020년

클린턴

트럼프

바이든

트럼프

백인 대졸(32%)

45

49

51

48

백인 고졸(35%)

28

67

32

67

소수 대졸(10%)

71

23

70

27

소수 고졸(24%)

75

20

72

26

*뉴욕 타임즈 출구조사 (단위: %)

 

<표 1>을 보면 전체 유권자의 32%를 차지하는 백인 대졸 유권자들이 2016년에 비해 2020년 민주당 후보인 바이든을 6%포인트만큼 더 지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백인 고졸 유권자에게서도 바이든 후보는 2016년 대비 4%포인트만큼 표를 더 얻었다. 반면 소수인종 유권자들에게서 2016년 대비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상대적으로 2016년 클린턴 후보에 비해 바이든 후보는 소수인종 유권자들의 표를 덜 얻었다.

 

<표 2> 인종-성별 별 투표 선택

2016년

2020년

클린턴

트럼프

바이든

트럼프

백인 남성(35%)

31

62

38

61

백인 여성(32%)

43

52

44

55

흑인 남성(4%)

82

13

79

19

흑인 여성(8%)

84

4

80

9

라틴계남성(5%)

63

32

59

36

라틴계여성(8%)

69

25

69

30

*워싱턴 포스트 출구조사 결과 (단위: %)

 

인종과 성별을 이용해 유권자 집단을 구분해 보아도 유사한 양상이 확인된다. <표 2>를 보면 바이든 후보가 2016년 클린턴 후보에 비해 백인 유권자들에게 표를 더 많이 받았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전체 유권자의 35%를 차지하는 백인 남성 유권자에게서 바이든은 4년 전 보다 7%포인트 더 표를 얻었다. 한편 소수인종 유권자들은 상대적으로 4년 전보다 트럼프 대통령을 더 지지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흑인 남성 유권자에게서 6%포인트, 흑인 여성 유권자에게서 5%포인트, 히스패닉 남성 유권자에게서 4%포인트, 히스패닉 여성 유권자에게서 5%포인트 올라갔다.

종교와 성지향성을 기준으로 구분한 유권자의 투표 행태를 보아도 통념과는 다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전체 유권자의 28%를 차지하는 백인 근본주의 기독교 신자들(white evangelicals)은 2016년 대비 2020년 오히려 민주당 후보를 상대적으로 더 지지한 반면, LGBT 유권자들은 2016년 대비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을 더 지지하였음을 <표 3>에서 확인할 수 있다.

 

<표 3> 종교 및 성지향성 기준 투표 선택

2016년

2020년

클린턴

트럼프

바이든

트럼프

근본주의(28%)

16

81

24

76

LGBT(7%)

78

14

64

27

*뉴욕 타임즈 출구조사 결과 (단위: %)

 

유권자를 거주 지역 기준으로 나누어 보면 교외지역(suburb)에서의 바이든의 선전이 이번 대통령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끼쳤음을 추정할 수 있다. <표 4>를 보면 인구 5만 이상의 도시 지역에 사는 유권자들은 2016년에 비해 2020년 3%포인트만큼 트럼프 대통령을 더 지지하였으나, 교외지역 유권자들은 5%포인트만큼 바이든 후보를 더 지지하였음을 알 수 있다. 교외지역 유권자들은 2016년에 비해 2020년 상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덜 지지한 것으로 확인된다. 한편 바이든 후보는 시골지역 유권자들에게서도 4년 전 클린턴 후보가 확보한 표의 비율보다 8%포인트 높은 지지를 얻었다.

 

<표 4> 거주지역 기준 투표 선택

2016년

2020년

클린턴

트럼프

바이든

트럼프

도시(+5K)(29%)

59

35

60

38

교외(51%)

45

50

50

48

시골(19%)

34

62

42

57

*뉴욕 타임즈 출구조사 결과 (단위: %)

 

이상은 전국 단위 출구조사 결과의 일부이다. 일부 공개된 주 단위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바이든의 승리가 소수인종 유권자들의 참여와 선택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심증을 더욱 굳힐 수 있다. <표 5>는 조지아와 애리조나 주 비백인, 소수인종 유권자의 투표 행태가 어떠했는지를 보여준다.

 

<표 5> 비백인, 소수인종 유권자의 투표 선택

2016년

2020년

클린턴

트럼프

바이든

트럼프

조지아(39%)

83

14

81

18

애리조나(26%)

59

32

60

38

*워싱턴 포스트 출구조사 결과 (단위: %)

 

조지아 주 전체 유권자의 39%를 차지하는 비백인 유권자들은 2016년 대비 2020년에 예상과 달리 민주당 후보를 덜 찍고, 공화당 후보를 더 지지한 것으로 확인된다. 2016년에 83%의 득표율을 얻었던 민주당 클린턴 후보에 비해, 2020년 바이든 후보는 81%의 득표율에 그쳤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득표율은 2016년 14%에서 2020년 18%로 증가한다. 마찬가지로 애리조나에서 비백인 유권자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4년 사이 6%포인트 성장한 반면,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에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바이든 후보에게 승리를 안겨준 유권자 집단은 경합주 백인 유권자들이라는 결론이 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대통령 선거를 제외한 나머지 선거(연방 상하원 선거, 주 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을 반드시 지지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연방하원선거의 경우 민주당이 여전히 하원 다수당의 지위를 유지하긴 하지만 2018년에 비해 오히려 의석수가 줄어드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주 의회 선거 결과를 보아도 공화당이 선전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사실은 2016년에 민주당을 떠났다가 2020년 다시 돌아온 백인 유권자들이 트럼프에 대한 염증을 표현하여 투표를 한 것이지, 공화당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해 준다. 다시 말해 상황의 변화에 따라 바이든 후보를 찍은 경합주 고졸 백인 유권자들이 언제든지 민주당을 버릴 준비가 되어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반대로 소수인종 유권자들을 포섭하기 위한 전략을 쓰자니 이것만으로 2024년 승리를 확보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교훈을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얻었을 것이다.

어느 유권자 집단의 지지를 확보해야 하느냐의 문제는 민주당 내 온건파와 급진파 간의 갈등과도 연관되는 문제이다. 민주당 당내 갈등은 2016년 클린턴과 샌더스(Bernie Sanders) 간의 경쟁 때문에 잘 알려져 있다. 급진파의 대표적인 인물들은 샌더스, 워렌(Elizabeth Warren), 오카시오-코르테스(Alexandria Ocasio-Cortez) 등이 있다. 급진파는 대대적인 미국 사회의 변화를 원한다. 구체적으로 국가 주도의 의료보험제도 도입(Medicare-for-all), 중산층 보호를 위해 학자금 대출 탕감, 공립대학 무상 교육, 부자에 대한 세금 인상, 최저임금 인상, 국방비 감소 및 미국의 해외 개입 최소화, 그린뉴딜(Green New Deal) 등의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일반적으로 급진파의 주장은 교육수준이 높은 진보적 유권자, 젊은 유권자(밀레니얼 세대 혹은 Z세대) 및 소수인종 유권자에게 호소력이 있다. 민주당 내 온건파는 이들의 입장이 너무 급진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급진파의 목소리가 세지면 공화당이 민주당 전체를 사회주의 정당으로 프레임 씌울 것을 염려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몰락한 중공업 지역에 사는 고졸 백인 유권자, 그리고 교외지역에 사는 무당파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민주당의 미래가 없다고 보는 것이 온건파의 입장이다.

민주당 내 급진파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저지를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2016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당내 잡음을 내지 않고 2020년 선거를 맞이하였다. 이 목표를 달성한 이상, 급진파는 이제 서서히 목소리를 낼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급진파 어젠다 중 하나인 그린뉴딜에 바이든 행정부가 관심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기후 특사로 케리(John Kerry) 전 국무장관을 임명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탈퇴한 파리 협약에 다시 가입하겠다고 천명한 일이 그러한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런데 그린뉴딜이 본격화되면 가장 타격을 입을 유권자 집단이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업계에 종사하는 백인 노동자들이라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고민이다. 위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2020년에 바이든 당선에 공헌한 유권자들이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급진파의 어젠다를 반영하여 인종 차별 철폐와 그린뉴딜의 실현을 위해 정책을 수행하게 되면 바이든 후보에게 우호적이었던 백인 유권자들을 다시 잃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당내 온건파의 주장을 따라 백인 유권자들에게 힘을 쏟기에는 소수 인종 유권자들의 인구가 늘고 정치 참여율이 높아지는 추세에 편승하고 싶은 유혹이 있을 것이다. 이 두 유권자 집단을 어느 정도 같이 끌어안고 가는지의 여부가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 민주당이 선전을 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집필: 2020년 12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