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새내기 유권자를 위한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성북구의 1인 여성 가구 정책 실태②] 꼭꼭 숨은 여성 정책, 안 보여서 못 쓴다

강혜원, 류시아, 이승미 (media2021) 2021.12.21

∗ 고려대학교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미디어리터러시 연구팀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후원을 받아 ‘성북구 1인 여성 가구 정책’을 주제로 두 편의 기획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기자주>

1번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성북구 여성 1인 가구 18.5%… 88명 설문 조사 통해 실태 확인

서울 성북구의 여성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중 18.5%를 차지한다. 이들은 각종 범죄의 위협에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으며, 성북구 역시 이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각종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한 고려대학교 평화와민주주의 연구소 미디어리터러시 연구팀은 성북구에 거주하고 있는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실제로 이들을 만나보는 한편 사업 구역을 탐방하며 정책 현황을 취재했다.

 

여성 안심홈세트, 좋은 정책 그러나 멀고 험한 수혜 과정

성북구에서 제공하는 ‘안심홈세트’는 ▲현관문 보조키 ▲휴대용 긴급벨 ▲창문안전잠금장치 ▲가정용 CCTV로 구성돼 있다. 지난 6월 동선동 거주자만을 대상으로 했던 ‘안심홈세트’ 사업은 9월 성북구 전역으로 범위를 넓히고 전세보증금 기준을 완화해 한 달간 추가 모집을 진행했다. 지원기간이 끝나 ‘안심홈세트’를 직접 신청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신청서를 작성해봄으로써 신청과정을 체험해봤다.

신청을 위해서는 임대인의 자필 서명을 반드시 받아야만 했다. 집에 변형을 가하는 품목이 있기에 거쳐야 하는 절차지만 온라인 양식이나 전화를 통해 집주인의 동의를 확인하는 일부 자치구의 신청 방식에 비해 번거롭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이에 집을 손상시킬 위험이 없는 휴대용 긴급 벨과 가정용 CCTV만 따로 신청하려 했으나 품목별 개별 신청은 불가능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안심홈세트’ 신청서를 모두 확인해 본 결과, 개별 신청을 금지한 자치구는 성북구와 영등포구뿐이었다.

정책 홍보 역시 다른 자치구에 비해 미진했다. 성북구의 SNS 계정 어디서도 ‘안심홈세트’와 관련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안심홈세트를 홍보하는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린 강북구나 카드뉴스를 만들어 SNS 계정에 공개한 용산구 등의 자치구와 달리 성북구는 노출도가 낮은 구청 홈페이지와 블로그 및 패밀리서울 웹사이트에만 관련 내용을 홍보했다. 실제로 본 연구팀이 수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해당 정책을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한 응답자는 10.2%에 불과하다.

 

▲ 안심홈세트 사업 인식도 그래프 ⓒ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미디어리터러시연구팀

 

임대인 동의의 번거로움과 홍보의 부족은 ‘안심홈세트’의 구성이 출중하다는 점에서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지난 9월 안심홈세트를 신청해 수령한 A씨는 “가정용 CCTV는 집을 오해 비울 때 활용하기 좋았고, 세트 구성품의 질도 만족스럽다. (CCTV) 사용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설명 또한 꼼꼼하게 이뤄졌다”며 호평했다. 하지만 임대인 동의를 얻는 과정에 대해서는 “협의에 다소 불편함을 겪었다”며 번거로움을 토로했다. 정책 자체는 잘 구성됐으나 정책의 혜택을 누리기까지의 과정이 험난했던 셈이다.

 

여성 안심 대학가 – 표식도, 홍보도 없었다

‘여성안심대학가’ 조성 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서울시로부터 3810 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은 성북구는 관내 대학가 근처 원룸 1300개에 LED 표지판과 비상벨 안내판을 설치하고 특수형광물질을 도포했다고 밝혔다. 이에 본 연구팀은 조성 지역을 탐방하고 실행 상황을 점검하러 나섰다.

취재 중 가장 두드러진 문제점은 ‘여성안심대학가’가 어디인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관할 경찰서 홈페이지에서 지도와 시설물 설치 현황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여성안심귀갓길’과 달리 ‘여성안심대학가’의 정확한 위치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구청에 문의했지만 “성신여대와 고려대 등 대학가 원룸 주변”이라는 추상적인 답변만이 돌아왔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사업 결과보고서에도 “성신여대 등 7개 대학 원룸촌”이라는 말만 적혀있을 뿐이었다.

결국 학교 근처 원룸촌을 순회할 수밖에 없었지만, 여성안심귀갓길과 안심마을 등 ‘여성안심대학가’와 비슷한 구역이 곳곳에 있었던 탓에 어떤 시설물이 여성안심대학가 사업의 일환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2016년 서울시 범죄예방디자인 사업으로 조성된 ‘동선동 안전마을’과 담당 경찰서에서 주관하는 ‘여성안심귀갓길’은 큼지막한 표지판과 각종 표식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여성 안심 대학가임을 알리는 표식은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 여성안심귀갓길(왼쪽)과 여성안심대학가 사업 지역으로 추정되는 지역(오른쪽) ⓒ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미디어리터러시연구팀

 

홍보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동덕여대 근처 원룸에 사는 B씨에게 여성안심대학가에 관해 묻자 해당 정책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책의 일환인 비상벨 애플리케이션 ‘안심이’에 대한 홍보도 찾기 어려웠다. 성북구 SNS에는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으며, ‘성북온가족행복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블로그에만 홍보 팜플렛이 올라와 있었다. 성북구와 제휴해 관련 내용을 홍보한 대학 또한 성신여대와 서경대뿐이었다. 설문조사 결과 ‘안심홈세트’와 ‘안심귀가스카우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거나 잘 알고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반수를 넘은 반면, ‘여성안심대학가’ 사업에 대해서는 3/5에 해당하는 응답자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 여성안심대학가 인식도 그래프  ⓒ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미디어리터러시연구팀

 

사업에 대한 사후 평가나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견 수렴 역시 찾을 수 없었다. 구청에 문의하자 해당 사업은 작년에 완료됐다는 답변을 받았다. 부재한 표식과 미비한 홍보를 고려했을 때, 사업 진행 구역에 사는 여성들이 사업으로 인한 변화를 체감했을 가능성은 작아 보였다.

 

여성 안심 귀가 스카우트 – 시간은 짧고, 홍보는 안되고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는 밤늦게 귀가하는 여성의 안전을 위해, 4~50대 여성을 위주로 선발된 스카우트들이 신청자의 집 앞까지 동행해주는 서비스이다. 본 연구팀은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 정책이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제로 스카우트 서비스를 신청해 보았다.

토요일 늦은 밤,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를 신청하기 위해 ‘안심이’ 앱을 내려받았으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는 없었다. 안심귀가 스카우트는 주말 및 공휴일에는 운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용 가능한 시간 역시 길지 않다. 월요일은 22시부터 24시까지,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22시부터 익일 1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이용 가능한 시간이 평일 약 3시간에 불과한 셈이다. 대학가의 경우 더 늦은 시간에 귀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아쉬움이 남는다.

시간제한은 서울시 전역에 공통된 사항이지만, 성북구의 안심귀가 스카우트는 근무시간 만근으로 인해 10일가량 자체적으로 운영을 중지했다. 성동구와 동대문구 등 인근 자치구에 비교해 휴무일이 크게 많았다. 비정기 휴무는 구청 홈페이지에만 공지됐을 뿐, 구에서 관리하는 SNS에는 업로드되지 않았다. 정책에 대한 홍보 역시 찾아보기 어려웠다. 짧은 운영 시간에 더해 홍보까지 부족해 서비스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위의 두 사업보다 생활에 밀착된 ‘안심귀가 스카우트’에 대해 응답자의 24%가 들어본 적이 없고, 43.2%가 자세히 알지 못한다는 점은 홍보의 부족을 여실히 드러낸다.

 

▲ 여성안심귀가스카우트 인식도 그래프  ⓒ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미디어리터러시연구팀

 

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카우트의 상당수가 별다른 호신 무기를 지니지 않았다는 점도 서비스의 효용에 대해 의문을 품게 했다. 경광봉과 호루라기를 제외하면 이들은 별다른 호신 기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성북구에서 홀로 거주하고 있는 C 씨는 대부분 중년 여성으로 이뤄지고, 돌발상황에 대처할 만한 기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스카우트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회의를 표했다.

 

더 좋은 정책, 더 많이 누릴 수 있게

해당 기사를 위해 진행된 설문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중 약 41%는 여성 1인 가구 지원 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인터뷰에 참여한 성북구 1인 가구 여성들 역시 성북구가 여성 1인 가구의 안전에 신경 쓰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정책에 대한 호평에도 불구하고 홍보의 부족은 곳곳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SNS의 적극적인 이용과 관내 대학 홈페이지 게재 등이 제시됐다.

 

▲ 정책 만족도 그래프 ⓒ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미디어리터러시연구팀

 

적극적인 홍보에 더해 해당 정책들을 이용하는데 존재하는 심리적인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안에 대한 고민 역시 필요하다. 한 설문조사 응답자는 “위의 지원 정책들이 좋으나 무언가를 이용한다는 것 자체에 두려움이나 부담감이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성북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새로운 정책을 마련하기보다 기존 정책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는 홍보 등이나, 이용방안 설계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또한 가로등, 안심벨 및 CCTV의 확대 설치, 새벽 경찰의 순찰 강화 등 전반적인 치안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위해서 정책 기획 및 평가 과정에서 여성 1인 가구를 비롯한 실수요자의 의견이 더 적극적으로 수렴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여성이 안전한 마을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비롯한 주민 모두가 안전할 수 있다. 더 안전한 성북구를 만들기 위해, 좋은 정책을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성북구청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 본 기사는 오마이뉴스를 통해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93789)